▲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사진=뉴시스] 안타깝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도, 편 가르기도 슬프다. 추모와 비난이 오고 가며 내 편과 적을 가르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의 죽음 전 이야기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다. 앞으로는 묻혀 버릴 것 같아서 더 걱정됐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난 단순하게 생각한다. 가해자면 벌을 내려야 하고, 피해자면 보호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은 요샌 흔해서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섣부르게 판단해선 안 된다. 아직은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모른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얻어낸 제주4.3진상규명을 보면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이 옥고를 치르고, 빨갱이라 매도당하면서 얻어낸 진실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진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선출직 '넘버2'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선택했다. 그 믿음과 선택에 대한 책임은 죽음 후에도 져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소권
▲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권도전 의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중앙정치무대로 광폭행보를 보이는 등 잦은 서울 출장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제주현안보다는 중앙정치와 관련된 언급이 주류다. 반면 이를 둘러싼 제주도내의 비판과 지역언론의 지적에 대해선 무반응이다. 사실상 제주에서의 소통은 '정지' 상태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원희룡 지사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대권 행보를 분명히 한 6월 이후 이달 9일까지 모두 33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제주현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시글은 10건에 불과하다. 코로나 관련 게시글이 3개, 그 외 전기차 및 카본프리아일랜드 관련 게시글이 2개다. 중앙언론에서 보도한 후 논란이 됐던 고액의 최고급 호텔 숙박비 관련 게시글도 있다. 반면 중앙정치와 관련된 게시물은 14개에 달한다.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이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사항에 대한 게시물을 시작으로 윤미향 의원 및 정의기억연대 관련 논란에 대한 게시물, 통일부의 탈북민단체 고발 관련 게시물 등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권을 향해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라던가
▲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같은 전시경제 상황에선 노사 양쪽의 취약계층을 함께 보듬는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1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식 요구안이 나왔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1만원을, 경영계는 2.1% 인하한 841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2020년 1만원 달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맞추고, 경영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 수준은 노사 모두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더 많이 올리려 들고, 사용자로선 가능한 한 인상폭을 줄이려 한다. 노사 양측 모두 명분과 논리를 내세운다. 우리가 6월 29일까지 이듬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 8월 5일자로 고시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은 노사 모두 변화하는 경제ㆍ사회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 경제 여건과 사회 환경은 몇가지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첫째,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했다. 정부조차 기존 2.4%에
죽은 자들이 보이고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9살 소년 콜은 ‘정상적(?)’인 학교 선생님이나 엄마가 보기에 분명 미쳤다. ‘미쳤다’는 말은 우리말의 가장 기본적인 어원으로 일컬어지는 ‘세소토(Sesotho)어’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럼 미친 건 정말 미친 걸까. ▲ '광인'과 '천재'를 구분하는 것은 실로 난감한 일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길을 가다 보면 혼자 심각하게 대화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저 ‘아마 미쳤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피해 지나친다. 콜은 다른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는 죽은 자들의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말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미 죽은 말컴 박사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혼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처참하게 죽어간 사형수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옳은 방향이다. 정규직 전환이 공공 부문에만 그치면 효과가 미미하므로 민간기업의 협력도 긴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집단이 동시다발로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가 원칙이 없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다면서. 공사는 6월 말까지 계약이 끝나는 보안요원 1902명을 자회사 인천공항경비에 편입시킨 뒤 채용 절차를 통과한 합격자를 올해 안에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에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인 보안요원들이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당선 직후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하며 1호 정책으로 정규직화를 약속한 상징적 장소다. 바로 이 시점 이전에 입사한 보안요원과 이후 입사자의 정규직 전환 절차가 다른 점이 불만의 1차 원인이다.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공개경쟁 없이 정규직으로 직고용할 방침이다. 반면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입사자는 일반 지원자들과 함께 공개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
▲ 김태엽 서귀포시장이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 행정시장 인사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제주도정 민선 7기 후반기 행정시장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제주시장 인사청문회와 서귀포시장 인사청문회는 서로 다른 날 열렸다. 그러나 양 행정시장 예정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이유도 같았다. '음주운전'이다. 반면 사과의 무게는 달랐다. 모두발언만 봐도 안동우 제주시장은 초반에 사과를 한 후 바로 제주시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안 시장의 음주운전은 20년 전의 일이다. 그 일은 2017년 정무부지사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한 차례 다뤄진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미 지적을 받고 넘어간 일이다. 김태엽 서귀포시장의 음주운전은 행위가 일어난 시기부터 안 시장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 3월26일이다.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그 때문인지 김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긴 시간 음주운전에 대해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잘못 주차된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겨우 150m를 갔을
‘식스 센스’의 시작은 마지막의 반전만큼이나 강렬하다. 성공한 아동심리학자인 말컴 박사가 필라델피아 시장이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고 돌아와 아내와 함께 와인을 곁들여 자축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영화 속에서 지나치게 행복한 장면은 왠지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난데없이 치명적인 ‘대마大魔’가 등장한다. ▲ 내 주변의 누군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마는 과거에 말컴 박사가 상담치료를 맡았던 그레이라는 소년이다. 청년으로 성장한 그레이가 말컴 박사의 화장실에서 벌거벗은 채 울부짖는 표정으로 덜덜 떨며 총을 겨누고 있다. 말컴 박사가 심리상담 전문가답게 ‘진정하라’고 달래며 다가가지만, 그레이는 말컴 박사를 원망하고 저주하며 총을 발사한 후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레이를 치료하지 못한 게 말컴 박사의 역량이 부족해서였는지, 혹은 그가 의사로서 불성실해서였는지, 아니면 그레이의 정신질환이 ‘신도 고치지 못할 병’이었는지는 말해주지
▲ 6.17 대책도 초강력 수요억제책이다. 수도권 거의 전부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공급확대책을 병행함으로써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벌써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6ㆍ17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2번째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예고다. 정부가 이기는지, 시장이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의 오기가 읽힌다. 집(아파트)값 상승세와 이에 맞서는 정부 대책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아파트값이 뛰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잠시 주춤하다 또 오르고, 그러면 정부가 더 강한 대책을 내놓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ㆍ17 대책까지 3년 1개월(37개월) 사이 총 21차례 대책이 나왔다. 약 50일 만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온 셈이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2322만원에서 3515만원으로 51%(1193만원)나 올랐다(KB부동산 통계). 빈번한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은 주택정책 담당 부처를 포함한 정부
샤말란 감독이 보여주는 ‘반전反轉’이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선과 악, 좋고 싫음의 반전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반전이기 때문은 아닐까. 삶과 죽음처럼 극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달리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샤말란은 죽었는데도 죽었는지 모르는 말컴 박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 죽은 자가 죽기를 거부하면 참 딱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관객들은 주인공 말컴 박사를 ‘산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의 동선을 따라 함께 움직이고 그의 언행을 분석하고 또 공감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르러 샤말란 감독은 말컴 박사가 산 사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인데 ‘몰랐냐?’며 관객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한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을 따라다니고, 죽은 사람과 공감했다는 것이 문득 당황스럽다. 그를 따라다닌 관객 역시 죽었다가 깨어난 듯한 느낌이다.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는 우울한 꼬마 콜은 자신을 상담하는 말컴 박사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에게는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말컴 박사는 콜의 고민을 정신분열증 환자의 병
▲ 강명균 제주도 환경지도팀장 ‘쿵쿵쾅쾅!’ 근처 공사장의 소음, 양돈장의 악취, 밤에도 낮처럼 밝히는 조명의 눈부심.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이것들은 청각, 후각, 시각 등 사람의 감각을 자극해 삶에 불편한 영향을 미친다. ‘감각공해’라 한다. 사람마다 감각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공해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거나 두통이 나타날 수 있고, 악취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계통에 자극을 주어 두통과 구토, 혈압 상승을 일으키고, 빛에 노출되면 숙면을 방해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성장장애가 오거나 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동·식물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교란을 시킨다. 식물의 휴식기를 방해하고, 야생동물의 서식과 번식을 저해한다. 소음, 악취, 빛으로 인한 민원신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생활주변에서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잦은 분쟁과 소송이 뒤따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 등의 논쟁을 시작한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견제해야 한다. 사진은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제 도입 논쟁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며 먼저 제기했다. 성남시장 시절 기본소득 개념의 ‘청년배당’ 제도를 시행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며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며 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불가론을 폈다. 기본소득 논의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본소득은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는 반전 영화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반전에도 흔히 ‘식스 센스급 반전’이라고 과장하기도 한다. 아동심리학 의사인 말컴 박사는 그레이라는 소년의 심리 치료에 실패했던 기억을 지우고 살아간다. 한 소년을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구하진 못했지만, 심리학 의사로선 성공한 말컴 박사. 반전은 거기서 시작된다. ▲ 반전은 독자나 관객들에게 단순한 재미 이상의 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컴 박사가 필라델피아 시장으로부터 그의 탁월한 업적을 기리는 표창장을 받고 우쭐하는 날, 대수롭지도 않게 잊고 지냈던 과거의 소년 환자 그레이가 청년이 돼 나타난다. 어린 그레이는 이미 청년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는 그레이가 자신을 팽개친 말컴 박사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그에게 총격을 가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자살하는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1년 후, 자신이 구하지 못한 그레이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말컴 박사가 의사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한 잘못을 회개라도 하듯, 신경쇠약과 정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