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소룡은 TV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했던 ‘케이토’란 이름으로 불린다. 전성기가 지난 배우 릭 달튼은 한때 잘나갔던 배역 ‘카힐’로 기억된다. 어디 이게 영화 속 이야기만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역할’일지 모른다. 당신은 이름으로 불리는가 직職으로 불리는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씨’라 통용되는가. ▲ 우리는 상대방을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역할’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장면❶ =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촬영장에서 무료하게 대기하던 중, 자신을 천하무적이라 떠벌리는 당대의 스타 브루스 리(이소룡)를 만난다. 클리프는 그를 ‘Bruce’라 부르지 않고 ‘케이토(Kato)’라고 부른다. 케이토는 당시 TV드라마에서 이소룡이 연기했던 천하무적 배역의 이름이다. 이소룡도
▲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더스쿠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폭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혼란 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 경제로선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난제들이다. 발등의 불은 고유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간 2월 2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110달러 벽도 뚫었다.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11년 만에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에선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에
▲ 사이버 세계는 VR(Virtual Reality)의 세계다. 말 그대로 현실과 유사類似(virtual)한 세상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턴트맨이자 운전기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클리프(브래드 피트)는 어느 날 촬영장에서 당시의 ‘핫’한 스타 이소룡과 만난다. 영화란 가상세계에서 이소룡은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소룡은 ‘알리도 이길 수 있다’며 허세를 떨고, ‘전쟁 영웅’ 클리프와 한판 붙는다. 현실세계에서도 이소룡은 무적이었을까. 릭 달튼과 클리프와 만났을 때 이소룡은 떠오르는 배우였다. 1960년대 인기 미드 ‘그린 호넷(Green Hornet)’에서 도시의 모든 악당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혼쭐’내주는 히어로 레이드(Reid)의 운전기사이자 이소룡표 쿵푸로 화끈하게 제압하는 일본인 조수 케이토(Kato) 역을 맡아 뜨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영화라는 ‘가상세계’에서 천하무적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 이소룡은 클리프를 비롯한 스턴트맨들 앞에서 자신의
▲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나라살림의 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와 대외 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잦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게 생겼다.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12조원), 2020년(-71조2000억원), 2021년(-30조원)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1차 추경을 반영해 이미 70조원 적자고,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나오면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100조원대 적자도 사상 처음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덕분에 국가신인도가 유지됐는데 이마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0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문화충돌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듯하다. 1960년대 미국사회의 혼란기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주류문화와 ‘히피’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비주류문화가 충돌한다. 그렇다면 히피의 반대주의(antism)는 1960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문화충돌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듯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 원칙이 우악스럽게 장악했다. 그 아래에서 과학기술 제일주의, 경쟁에 따른 성과주의와 업적주의, 금전만능주의, 문명을 향한 맹신에 가까운 찬양이 주류문화로 확고하게 자리잡는다. 이런 주류문화를 기반으로 사회는 극도로 보수화한다. 1960년대에 이르러 그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이 폭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1960년대 미국사회 주류문화에 불만 있는 모든 사람이 ‘히피’라는 빅텐트 속으로 들어오다 보니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보다 과학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되 단계적 출구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더스쿠프=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이 된 1월 셋째주 이후 매주 곱절씩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월 마지막주 13만~17만명, 3월 초에는 20만~3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은 2월 둘째주에 해외 주요국 수준을 넘어섰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만명 당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60명(2월 8~14일 기준)으로 방역을 대폭 완화한 영국(1018명)보다 많다. 일본의 1.6배, 미국의 2.3배 수준이다. 그나마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경우가 이렇지 경증과 무증상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숨겨진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확진자 발생이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유행의 정점이 언제일지, 어떤 규모일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새 의료ㆍ치안ㆍ소방ㆍ교육
‘once upon a time…’이란 문장은 대개 그 옛날의 신화나 전설을 퍼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풀어내는 이야기 대부분이 ‘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이야기가 ‘옛날 옛날 한 옛날’이나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면 ‘이건 구라구나’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역시 그렇다. ▲ 대선을 앞두고 소외된 계층이나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각 대선캠프의 요란한 분석과 대응이 ‘찰스 맨슨 사건’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의 배경은 1969년 여름 할리우드에서 발생한 ‘맨슨 패밀리(Manson Family)’라는 광기 어린 범죄집단의 참혹한 살인사건이다. 맨슨 패밀리는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이란 희대의 이단자가 결성한 집단이다. 영화 속에서
▲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보상한다지만, 되레 대출금리가 상승해 이들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빠지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결단이 긴요하다.[더스쿠프= 뉴시스] 나라살림, 재정은 국민과 기업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마련해 쓰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세금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없어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경우 여러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못 이겨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에 1월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대선을 앞둔 선심성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14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35조원(더불어민주당), 50조원(국민의힘)으로 늘리자는 요구가 이어지더니만,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4배에 가까운 54조원으로 뻥튀기됐다. 추경 증액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3ㆍ9 개나리 대선과 6ㆍ1 지방선거 등 잇따른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증액에 대해선 여야 합의보다 행정부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며 반대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부총리의 월권’ ‘임명 권력은
영화 속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왕년의 스타 릭 칼튼과 그의 분신과도 같은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는 베이비 붐 세대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특히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히피족은 극혐한다. 그런데 모든 베이비 붐 세대에게 그런 건 아니다. 히피족과 똑같은 세대이지만 성공한 감독과 여배우에겐 존경을 보낸다. 성공한 사람의 곰보자국은 보조개로 보이는 모양이다. ▲ ‘성공’은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막아주는 ‘아이언 돔(iron dome)’과 같은 역할을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속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왕년의 스타 릭 칼튼과 그의 분신과도 같은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의 정확한 나이는 드러나지 않지만 대략 40대 중반에서 후반쯤 된 듯하다. 릭이 잘나갔던 시절은 19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클리프는 왕년의 전쟁영웅으로 등장한다. 그의 연배로 보아 그가 참전했던 전쟁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은 아닌 듯하고, 그보다 앞선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이 아닐까 한다. 궁금하지만 감독이 얼버무리니 알 길이 없다. 영화의 배경인 1969년에 40대 중후반
▲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에까지 뒤질 것으로 예측된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대한 논의가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4% 성장했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G20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라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 경제성적표를 받아들고 뿌듯해한 모습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 4%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역성장(-0.9%)한 2020년과 비교한 수치다.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2%대 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해 4% 성장에는 두차례에 걸쳐 50조원 가까이 쏟아부은 추가경정예산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런데도 일자리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구직단념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2019)’는 킬 빌(Kill Bill) 이후 잔혹하면서도 화끈한 복수극으로 명성을 쌓아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2020년 92회 아카데미상에서 ‘기생충’과 경합하고 브래드 피트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친근한 작품이다. ▲ 세대갈등, 젠더갈등 등이 점점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가 돼가는 듯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이라면 화끈하고 후련한 복수를 기대하고 마주하게 되는데, 기대와 달리 영화는 무척이나 ‘잔잔하게’ 흘러간다. 화끈한 ‘타란티노’를 향한 기대가 임계점에 도달하는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역시 타란티노’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날것’으로의 폭력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평범한 폭력과 살인이 아니라 타란티노류(流)의 ‘끔살’이다. 한물간 왕년의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전속 스턴트맨이자 운전기사이며
▲ 20대 대선에서 ‘최선’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는 극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는 유권자가 많다. 지금이라도 정책으로 대결하고, 토론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생활하기 어언 2년, 또 이렇게 설을 맞는다. 명절임에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명까지만 모일 수 있어 일가친척이 모두 만날 수는 없다. 그래도 20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라 차례상을 물린 뒤 선거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판은 온갖 의혹 제기가 난무하는 네거티브 일색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고발사주 의혹 등 유력 후보들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가족의 신상 문제가 집중 거론되더니 급기야 후보 부인과 후보 본인의 대화 녹취록 공개 파문이 일었다. 그사이 양대 정당 후보들은 서로 ‘내가 더 많이 퍼주겠다’고 경쟁한다. 내세우는 공약들은 좋게 말해 ‘생활밀착형’이지 후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거대 담론이나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토론을 기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