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걸 쓰면서 가능하면 감정적 반응은 자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입장제시 정도로 객관성이라는 이름하에 내 입장을 숨기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보면서는 감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국과 일본 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큰 장애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 경험의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를 하게 되는 상황은 매우 불편하다. 일본을 동아시아의 중심축으로 한 3각동맹에 끼워넣기 상품으로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들러리를 서줘야 하는 본분을 망각할까 걱정인데 그것을 일소해 줬으니 환영할만 하다. 국제관계에서 보면 위안부 문제는 중요치 않은 이슈일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사람은 없다. 개인들의 감정과 경험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국가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지다 보니 인간들이 관여하는 사회적 문제는 다양한 변수중 하나일 뿐이다. 국가간의 관계는 그래서 탈 가치적이다. 정치적 타결의 의미만 있지 사회적 고려나 합의를 전제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안이 정치적 협상으로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
▲ 이재근/ 제이누리 논설위원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관점의 차이와 함께 자기 중심적인 세태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세상을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보기란 굉장히 힘들다. 오죽 했으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겠는가. 사실에 대한 시각 차이를 대중 문화적 관점에서 잘 보여준 작품 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이 생각난다.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사건에 관여한 도적과 사무라이의 아내, 그리고 죽은 사무라이가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사건을 설명하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인간의 이기심, 자기합리화 등을 통해 사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고 재가공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감독을 세계적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상황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바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성추행의 경우 이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엇비슷한 행
▲ 동지 팥죽 문뜩 아침에 달력을 보니 오늘이 동짓날임을 알았다.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과학적으로야 태양이 적도 이남의 남회귀선 23.5도까지 내려가 북반구에서 태양이 비추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동양의 세시풍속에는 동지라는 22번째 절기로 남았다. 다들 아다시피 이날 팥죽을 쑤어 먹는다. 팥의 붉은 색이 악귀를 쫒는다하여 팥죽을 먹는다. 동짓날 죽어 역질 귀신이 된 누군가가 팥을 무서워한다 하여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묻혀 두고 역신을 쫒으려는 의미도 있다. 붉은 팥은 사악한 것을 막아주는 ‘벽사(辟邪)’의 힘이 있다고 하여 다양하게 사용됐다. 아직도 개업식이나 공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고사에 팥떡을 놓고 사업 번성과 안전을 기원하는 것을 보며 그 영향력의 깊이를 되새긴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것은 어둡고 무서운 시간일테지만 반대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의미로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 몇일이 지나면 기독교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날이다. 어릴 적부터 동방박사와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듣고 보는 TV프로그램
▲ 제주도의회는 14일 오후 제335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4조1000억원대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학습효과가 나타났다고 봐야 하나?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목표가 기선제압이나 기싸움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타결이었던 이유로 지난해와 달리 2016년 제주도 예산안의 처리가 다르게 나타났다. 그 와중에서 도와 의회가 예산편성의 원칙에 대해 상호 역할과 영향력의 경계선을 획정지은 듯 하다. 일부 국지전으로 경계선을 미확정시키기는 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커 보인다. 내년부터는 예산안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가 달라질 것이다. 2016년도 제주도 예산안이 14일 제주도의회에서 의결됐다. 지난 연말 도와 의회의 예산전쟁에 비하면 꽤나 일찍 조용히 끝난 셈이다. '예산전쟁'이라는 말처럼 하반기 내내 핑퐁게임 하듯 상호대립하던 예산문제가 올해도 초미의 관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지루하기 그지없는 본회의의 의결과정이 기다려 진 것도 그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난해처럼 전체 부동의를 하고 의회가 예산안을 부결시키는 사태가 다시 일어날까? 아니면 대타협의 결과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까? 제주도와 의회는 일단
▲ 원 지사는 지난 3일 한국홍보관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의 대표사례인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2030' 비전을 소개했다. 원희룡 지사의 출장이 길다. 11월말 중국 하이난을 다녀오기 무섭게 다시 유럽 출장을 나섰다. 대단한 활동량이다. 이번 유럽 출장 중 원 지사는 UN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2030 비전’을 발표하고 ‘그린빅뱅 전략’을 소개했다. 이후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국제교육지원센터 개설 등 다양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살인적인 일정과 성과에도 이 같은 소식을 듣는데 감흥이 크게 없다.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해지기까지 한다. 솔직히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린빅뱅 전략...이건 또 뭐지?’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확히 모르는 개념이자 용어가 또 나왔다. 도가 내놓은 자료에는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등 상호 연관된 친환경 산업의 기술융합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되어 있다. 이미 3월에 소개됐고 6월에는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가 발족까지 했다. 물론 서울에서다. 그러나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