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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 자기 안주는 곤란 ... 역지사지로 돌아봐야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관점의 차이와 함께 자기 중심적인 세태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세상을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보기란 굉장히 힘들다.

 

오죽 했으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겠는가.

 

사실에 대한 시각 차이를 대중 문화적 관점에서 잘 보여준 작품 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이 생각난다.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사건에 관여한 도적과 사무라이의 아내, 그리고 죽은 사무라이가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사건을 설명하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인간의 이기심, 자기합리화 등을 통해 사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고 재가공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감독을 세계적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상황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바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성추행의 경우 이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엇비슷한 행동을 해도 어떤 경우에는 성추행이라는 이름하에 범죄가 되고, 어떤 경우는 아닌게 된다.

 

흔히 행위를 당한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느냐가 아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 행동의 결과를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한 감정이 중요한 판단 근거인 셈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별 청렴도를 발표했다. 제주도의 공직사회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7.05점으로 5등급 가운데 4등급에 그쳤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에는 14위. 지난해 16위에서 두단계 올라섰다.

 

이같은 등급은 제주도가 올 초에 열을 올리며 청렴을 외치던 상황에 비하면 초라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연초 제주도는 청렴도 1등급 실현을 위해 8대악(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청렴퍼포먼스’를 실시했다. 또 공직비위 근절과 공직자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비위공직자 특별관리대책도 마련했다. 비위공직자에 대한 범죄사실 공개와 특별교육 이수 및 사회봉사명령을 담은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말에 받아든 성적표는 그 목표에 한참 모자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4년 연속 하위권이라는 불명예는 어쩌질 못하고 말았다.

 

23일에는 제주도의회 역시 17개 광역시.도 의회 중 11위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제주도의회는 10점 만점에 종합청렴도 5.98점으로 3등급에 해당됐다.

 

마음이 불편한 대목은 이것이 아니다. 제주도의 경우 내부청렴도는 3위를 차지했지만 민원인들이 평가한 외부청렴도는 11위였다. 학계. 시민단체, 시민들이 한 정책고객 평가에서는 17위를 기록했다. 쉽게 말하면 꼴찌다.

 

이 같은 현상은 제주도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직무관계자 평가는 6.63점을 받은 반면 경제사회단체. 전문가 평가는 5.85점을, 지역주민 평가에서는 이 보다 한참 낮은 5.20점을 받았다.

 

조직 내부와 외부의 시각과 평가의 괴리가 매우 크다. 조직 내적으로는 어느 정도 노력했다고 느끼는지 몰라도 주민들이나 외부 사람들의 눈에 볼때는 전혀 청렴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아직도 공무원이나 의회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업무행태가 ‘로맨스’라고 느끼는 모양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불륜’행각을 벌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청렴도를 평가받은 도정과 의회는 어찌보면 자신의 입장에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 정도의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무관계자들에게는 정당하다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 시민이나 민원인 혹은 업무 상대방에게는 압력과 비리로 느껴질 수 있다.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믿은 행동이 불편한 압력과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해 동안 열심히 일하고서도 이런 평가를 받는 일이 불편하겠지만 이 같은 결과를 바라보는 도민들 역시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정과 도민간의 청렴에 대한 간극이 줄어들기 바란다. 조금 더 줄어 같은 사실을 한 방향에서 바라본다면 내년의 청렴도는 물론 내외 평가의 차이가 한결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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