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s=머니투데이] '아름다운 양보'가 재현됐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박원순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양보했던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다리를 불살라 버렸다" "완주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카드를 던졌다.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과 지지도 하락 등이 새 정치를 표방하고 나온 안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의 대선 후보 사퇴로 판세가 기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에서 박근혜-'안철수를 품은 문재인' 2자 구도로 재편되면서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3자 구도에서 4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두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하지만 박근혜-문재인,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박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잡음을 내는 틈을 타 정책·민생 행보에 나서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에는 이건개 무소속 후보의 지지를 얻어냈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지선언도 예정돼 있는 등 대대적인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그런데 이제 선거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세에 몰리던 야권이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갈 수 분위기가 형성됐다. 문제는 안 후보 지지층과 문 후보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 여부다. 안 후보 사퇴로 지지층의 이탈이 얼마나 벌어질 것이냐가 변수로 남는다. 안 후보 지지층의 이념적 성향은 박 후보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내분 수습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지지층 이탈 규모는 문 후보와 박 후보 양 진영이 어떤 전략과 이슈를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안 후보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정치쇄신은 미뤄졌지만,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먼저라며 사퇴했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이루기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 셈이다. 정치 역사상 이런 식의 양보가 전혀 없었던 점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세를 고스란히 흡수할지는 미지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단일화 협상 과정이 아름답지 못했고, 거기에 염증을 내는 지지자들이 많았다"며 "안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 사퇴 직후 트위터에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지지층 이탈 방지에 주력했다. 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안 후보께서 정권교체를 위해 큰 결단을 해주셨다.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며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안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왔다"며 "우리는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 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일단 문 후보의 선거를 돕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힌 탓에 선거대책위원장이나 다른 직책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6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뒤 선거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맡지 않았다. 당시 안 후보는 '편지 전달' 등의 이벤트로 박 후보의 선거를 지원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면서 정치를 계속할 뜻을 밝혀 보다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이번 '통 큰' 양보로 확실한 '차기'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거 캠프에서도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 후보 쪽에서도 안 후보 쪽의 지지세를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안 후보의 활발한 행보가 절실해 보인다. 다만 이번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 측이 극한 대립까지 간 상황이이서 두 캠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는 이날 안 후보의 전격 사퇴 소식을 참모로부터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정치쇄신에 대한 안철수식 실험노력이 민주당의 구태정치의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며 안 후보 사퇴를 깎아 내렸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던 안 후보의 후보사퇴를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정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