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지역에 우뚝 선 오름의 허리가 잘려나갔다. 그것도 행정에 의해서 자행된 것이다.
제주시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6번지 다랑쉬오름(월랑봉)에 사업비 2억2700만원(국비 70%)을 투입해 임도정비 사업을 벌였다. 이는 지역주민이 임도정비를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타당성 평가를 거쳐 지난 4월30일부터 9월10일까지 추진됐다.
당초 이 도로는 1985년에 산불방지를 위해 방화선으로 구축된 도로다.
그런데 제주도의회 김승하 의원(새누리당·노형 을)에 따르면 시가 도로정비를 하면서 오름이 심하게 훼손됐다. 멀리서 보더라도 도로개설로 인해 잘려나간 것처럼 보인다. 도로의 폭도 넓히고 석분도 깔았다. 도로를 넓히면서 주변 나무도 대부분 사라졌다.
15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제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 의원은 이런 부분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김 의원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오름이 임도건설이라는 명목으로 오름 중간에 도로를 놓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당국은 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름이 훼손되고 있어 오름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방화선을 구축했던 장소이지만 현재 다 복원돼 자연 상태를 유지한 것이 바람직한데도 임도를 설치해 훼손하는 것이 올바른 산림정책이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런 식의 임도정비는 환경파괴이자 범죄행위”라며 “행정이 나서서 오름을 훼손했다. 원상 복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차준호 청정환경국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차준호 국장은 “앞으로 이런 임도를 개설할 때는 훼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며 “훼손된 부분에는 나무를 심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