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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삼무의 상징이자 제주도의 축소판으로 유명…고사로 사라질 위기
관리 보호해야 할 당국은 팔짱만…"가치 없다" 안내판도 치워

 

수령 100년을 넘겼지만 높이가 3m도 안 되는 소나무가 있다. 한라산 1100도로에 자리잡은 신비 중의 신비로 손꼽힌다. 이름은 영송(靈松)이다. 하지만 그 영송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영송을 관리해야 할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적송(赤松)인 영송은 한라산 1100도로 중간지점인 해발 1000고지 지점에 있다. 도로에서 작은 다리가 놓여 있어 들어가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영송은 밑둥에서 모두 6개의 가지가 뻗어 나와 넓게 퍼진 형상이다. 6개의 가지는 제주인의 정신인 삼다(三多·돌, 바람, 여자)와 삼무(三無·도둑, 거지, 대문)를 상징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또 넓게 퍼진 나무의 형태가 타원형이라 '제주도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비스듬히 누운 모습이 사슴의 형상과도 같다고 한다. 한라산 산신이 타고 다니던 사슴이 죽은 자리에 이 나무가 자라나 사슴을 대하듯 쓰다듬어 키가 크지 않았다는 '신령이 깃든 나무'라는 전설도 이 나무는 갖고 있다.

 

그 이유로 1980년대부터 이 주변을 지나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던 명소다. 물론 영송의 특이한 형태는 제주에서는 유일하다.

 

한라산의 식생을 연구하고 있는 한라산연구소 고정군(48) 박사는 “영송은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그렇게 자란 것 같다”며 “기형적으로 자라는 특성도 있지만 유전적인 형질은 아니다. 초기에 환경적인 조건에 의해 그런 형태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또 “영송과 같은 형태의 소나무는 한라산 자락에서 영송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금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유명세를 누리며 과거 위용을 알리던 안내판도 사라진지 오래다.

 

20여 년간 한라산을 누비며 취재해 온 언론인 출신 산악사진작가 강정효(47)씨에 따르면 영송은 지난 2000년부터 남쪽으로 뻗은 가지의 솔잎이 마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지 하나가 말라 죽었다. 말라 죽은 가지를 없애자 '제주의 축소판'이라던 타원형 모습도 형체를 잃어버렸다. 

 

그 시절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정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해 퇴비를 뿌려 토양의 지력을 높이는 한편 주변의 큰 나무까지 잘라내 '영송'의 자생력을 기대했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그렇게 고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현재의 영송은 불품없는 꼴로 변해버렸다. 풍성했던 솔잎은 거의 없어지고, 일부 가지들도 말라버렸다.

 

고 박사는 “한라산의 여러 자원들 중에 기록으로 남겨야할 부분이 있어 4~5년 전에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무의 크기와 생육상황 등은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당시에도 나뭇가지 하나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고사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양조건이라든지 여러 조건들이 생장에 좋은 조건이 아닌 것 같다. 토심이 낮다든지, 상대적으로 암석이 발달됐다든지 하는 환경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나무의 기력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하려던 참이었다”며 “관리당국이 요청하면 되살릴 방법에 대해 자문해줄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송을 보호해야 할 당국은 현재 손을 놓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원인 규명을 해 봤지만 정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후계목을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해 봤지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지금은 보존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퇴비와 비료를 주는 등 보존 계획은 있다”고 밝혔다.

 

안내판이 치워진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했지만 지금은 ‘영송’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서 내세울 입장이 아니어서 수년전에 치워버렸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 영송은 아예 사라질 운명의 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후계목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고 박사는 “90년대 말에 누운 형질의 유전적 요인이 있을까 해서 후계목 실험을 했지만 종자에서 나오는 나무 성질이 누운 형질로 나오지 않고 다른 소나무와 꼭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송에 대해 “길가에 있고, 특이한 모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면서도 “그런 것은 잘 관리시켜서 유지시켰으면 얘깃거리가 되고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버린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40여 년을 한라산국립공원에서 근무한 양송남(61)씨는 “이 소나무는 ‘백만 불짜리 소낭’이란 별칭도 있다”며 “80년대에 안내판을 만들어 세우고 진입로에 다리를 놓아 공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곳을 지나는 신혼부부들은 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촬영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운전기사들의 속설에 신부들이 기를 쓰고 이 나무 위에 올라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정효씨는 “영송은 오랫동안 산악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서 “지금의 나무가 오래 살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영송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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