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가 28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이던 제주 신사옥 공사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제주 전력거래소 신사옥 공사는 지난 5월 9일 도급사와의 계약 해지로 중단된 상태다. 현재 공정률은 약 40%에 그쳤다. 공사는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공사를 맡은 사업자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계약 해지를 요청해 공사가 중단됐다"며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현재 해당 건설사는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는 당초 지난해 3월 신사옥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완공일이 연기됐다. 이후 도급사와 하도급 업체 간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면서 공정률 37%인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새 도급사와 재계약을 맺고 다시 공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올해 3월 또다시 자금 문제로 공사가 멈췄다.
이번 공사 중단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했다.
올 초 두 달 동안 골조 및 목공 작업을 했으나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1200여명에 달한다. 체불된 임금은 전체 3억원에 이른다.
정영복 하도급 업체 대표는 "노임만이라도 해결해 달라"며 "노동자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황에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력거래소는 "계약이 재개되면 약 1년 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공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 최모씨(56)는 "추석 전에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와 전력거래소는 방관하는 대신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나가던 노형동 주민 박모씨(31)는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건물을 짓겠다며 시작한 공사가 이제는 방치돼 흉물로 남아있다"며 "하루 빨리 공사가 끝나 근로자들의 생계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