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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이문제] 제주공항 주차장 확장에 사라진 다호5길.다호북길 ... "내 농지 내가 못 들어가"
'대체도로' 개설 조건인데 내놓은 것은 사유지 내 통행로 ... 제주시 "요청은 하고 있다"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서 공항서로를 타고 민속오일시장으로 향하는 중간지점.

 

기존 다호5길 방면으로 진입하자 얼마 안 가서 도로가 부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꺾였다. 곧 다시 원방향으로 꺾이자 희끄무레한 아스팔트가 깔린 직선도로가 시작됐다. 끝까지 가니 ‘도로 끝’ 표지판도 나온다. 하지만 좌회전을 하면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도로 끝’이라니, 뭐가 끝이라는 걸까?

 

이 도로는 신설 도로처럼 보인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없었다가 어느샌가 보니 뚫려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스팔트만 깔렸고 중앙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속 방지턱과 이를 경고하는 표지판, 속도제한 노면까지 그려져 영락없는 도로다. 제주공항 부지와 도로를 분리하는 펜스까지 쳐져있다. 그러니 지나는 사람들 모두 당연히 도로겠거니 생각한다.

 

과연 겉만 보면 인근에 산재한 공사현장으로 어수선할 뿐 특별한 점이 없어보인다. 어떻게 보면 한적한 시골도로처럼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치열한 분쟁의 주인공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제주시,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 그 아래 제주항공청간 책임 떠넘기기로 인근 주민들만 고통받고 있는 것도.

 

“렌터카 업체 등 인근 주민들이 길이 없다고 민원을 계속 넣으니까 1년 만에 겨우 만들어준 거예요. 다니는 길을 없애놓고 무슨 배짱인지 ... 그럼 다호마을 사람들이랑, 이 근방에 농사짓는 사람들이랑 전부 빙빙 돌아가란 말입니까? 약속했던 건 지켜야죠.”

 

인근 주민 A씨가 참아온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니까 말인 즉슨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농로로 쓰던 제주공항 인근 도로 2개가 약 2년여 전에 막혀 일대에 혼란이 따랐다. 한국공항공사의 제주공항 주차장 신설 계획에 따라 확장된 부지가 도로 2개를 잡아먹은 것이다.

 

 

이 결정으로 인근 토지주들은 자기 밭에 들어가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렌터카 차량도 업장과 공항을 오가기 위해 구불구불한 우회로를 달려야 했다. 멀쩡한 도로가 갑자기 사라지고 제대로 통행을 할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민원이 빗발쳤다.

 

대책은 1년여만에 겨우 나왔다. 기존 다호5길 좌측 편으로 도로 하나가 뚫린 것이다. 일단은 숨통이 트였다. 기존 도로 보다는 못하지만 그나마 오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방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이 도로가 언제 어떤 이유로 불시에 막힐지 모르는 임시 통행로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나 둘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해당 통행로는 한국공항공사 소유의 제주공항 부지 내에 있는 사유지로, 도로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신설.변경 등의 고시가 이뤄진 법정 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공항 인근 대체도로 분쟁은 제주공항의 주차장 확장으로 인해 불거졌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2021년부터 190억원을 들여 제주공항 서측 공항 관제탑 밑 부지에 486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했다. 2017년 850면 규모의 주차빌딩을 건설한 지 5년 만이고, 2020년 렌터카셔틀구역 조정을 통한 109면을 추가 확보한 지 2년 만이다.

 

이는 여객기 운항 편수에 비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21년 기준 제주공항의 운항실적은 16만142편으로 김포 13만8720편, 김해 5만7492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주차 면수는 3578면(유료 2172면, 직원용 1406면)으로 김포 1만 648면, 김해 6759면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만차일이 154일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혼잡한 수준을 보였다. 

 

새롭게 조성된 '제주공항 P2장기주차장'은 지난 3월31일 개장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이를 위해 인근 토지를 매입하고 2021년 당시 한국공항공사 소유의 제주공항 관제동 신축사업부지를 국토교통부 소유의 도두이동 2607-33 도로(면적 1994㎡)와 도두이동 2607-24 도로(면적 47㎡)와 교환했다. 

 

당시 도로 재산관리관이었던 제주시의 2021년 10월22일자 '제주국제공항 관제동 신축사업 관련 교환 희망부지 내 제주시 관리도로 관련 협의에 대한 회신' 공문에 따르면 검토결과로 "해당 국유지 도로는 한국공항공사의 제주공항 단기대책 2단계 주차장 개발사업이 시행되면 도로의 기능이 상실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대체도로 개설을 토지교환 시 조건에 명시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있다.

 

또 같은해 11월19일자 '국유재산 인계 알림(도두이동 2607-33, 2607-24)' 공문에 따르면 해당 도로의 재산관리관은 이날 제주시청에서 제주지방항공청으로 인계됐다. 다호5길과 다호북길은 이때쯤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이누리>가 확보한 지난해 10월22일자 제주시의 '제주시 관리도로 도두이동 2607-33외 1필지 대체도로 확보요청' 공문(수신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제주지방항공청은 해당 2개 도로와 관련한 대체도로 개설을 조건으로 2021년 11월19일 관리를 넘겨받았으나 1년이 지날 때 까지도 적정한 대체도로를 확보하지 않았다.

 

제주시는 공문을 통해 '대체도로가 확보되지 않을 시 해당 토지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를 검토.추진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같은해 12월2일 '대체도로 확보 재요청' 공문을 통해 "제주지방항공청과 협의시 대체도로 개설을 명시한 사항으로 조속히 당시 도로에 상당하는 공공의 대체도로를 확보해 달라"면서 "대체도로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기존 제주시 관리도로의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2차 경고했다.

 

 

지금 차량이 다니는 통행로는 제주시의 경고 이후에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일단 통행로는 만들어졌지만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항공청은 약속을 지키는 척만 할 뿐이며, 제주시는 경고만 보내고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도로가 하나 없어지면 어디가 됐든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도로가 만들어지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사라진 2개 도로는 옛날부터 농로 기능을 했다. 지금 통행로는 공항 부지 내에 길처럼 오갈 수만 있게끔 만들어놨다. 가장자리에 배수로를 열어놔서 농로로 쓰지도 못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관리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한국공항공사 사유지 침범을 막기 위해서 부지 내 이격을 뒀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토지를 소유한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신설도로 또한 한국공항공사의 사유지로 인접토지 제약을 해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설도로 공사를 허가한 국토교통부에 문의했더니 관리청인 제주지방항공청으로 민원을 이관하더라"면서 "제주지방항공청은 같은 답변을 반복하면서 '해당 공사는 합법하게 이뤄졌다. 적법 사항이라 지방항공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A씨에 따르면 제주지방항공청은 '공사 계획이 있으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사전에 받아야 하지 않는가'는 질문에 "공사는 한국공항공사에서 진행한 것"이라면서 그쪽에 문의하라는 취지로 답했다. 또, '그 공사는 누가 허가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국토교통부"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해당 민원을 제주지방항공청으로 이관한 상태다. 

 

격분한 A씨는 '그러면 도대체 어느 국가기관에서 주민의 이익을 대변해주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제주지방항공청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런 황당한 답변도 그렇지만, 인근 주민들은 항의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대체도로에서 농지로 접근 못하면 다른 도로로 우회해서 가면 안 되냐", "땅값 올리려고 도로를 만들어달라는 것 아니냐" 등이다.

 

A씨는 "농사를 위한 차량은 현재 3~4필지를 거쳐서 농지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진입로도 장례식장 확장 등 신규 건물로 곧 차단된다"면서 "땅값 올리려고 그러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지금 내 농지에 내가 못 들어가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제주시도 상황파악을 늦게 하는 바람에 혼란을 부추겼다. 인근 주민들은 해당 통행로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8월 한국공항공사의 제주공항 인근 우회도로 공사 계획을 들었다. 인접 부지에서 도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수 차례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시작됐다. 인근주민 60여명은 대체도로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전 관리청인 제주시에 이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시 관계자는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사업개요를 받았지만 상식을 깨는 건설인지는 몰랐다"면서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인근토지의 지가 상승을 막기 위해 이격을 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도로가 공항 주차장으로 흡수돼 동일한 대체도로를 만들 것을 명시한 공문을 보냈고, 당시 공항공사는 그 공문에 동의했다"면서 "한국공항공사에 대체도로 관리권을 요청하겠다. 시청이 관리권을 가지게 되면 인접토지의 도로사용 제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의 '해당 토지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 경고 공문 또한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 발송된 것이다. 

 

사라진 2개 도로의 소유기관이었던 국토교통부와 신설 통행로의 소유기관인 한국공항공사. 그리고 사라진 도로의 전 관리기관인 제주시와 신설도로의 현 관리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 이들의 '민원 떠넘기기'로 애꿎은 인근 주민만 속이 끓고 있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시와 제주지방항공청은 '대체도로'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제주지방항공청은 "이것도 대체도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제주시는 "제대로 된 공공의 대체도로를 확보하라"는 주장을 세우고 있다. 

 

제주시와 제주지방항공청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억대 소송전까지 불거진 레포츠공원 사용료를 두고 2년 넘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용담레포츠공원은 주민 건강증진과 여가활동을 위해 1993년 조성됐다. 전체 부지 2만5000여㎡ 중 약 90%인 2만2000여㎡를 국토부가 소유하고 있다.

 

당초 공항소음 피해에 따른 공익 차원으로 무상임대됐다. 하지만 2014년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유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부지 관리청인 제주항공청과 제주시는 사용료 부과‧납부 절차를 아무도 밟지 않았다. 

 

제주항공청은 2021년 무상임대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감사 지적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고 제주시가 국유지를 무단사용했다며 지난해 초 용담2동을 상대로 변상금 부과를 고지했다. 5년치 사용료와 가산금 20%를 더한 7억9700여만원이다. 

 

용담2동은 지난해 말 변상금 전액을 납부했지만 추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매해 1억원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시는 무상귀속을 추진했으나 무산돼 제주항공청을 상대로 지난 4월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걸었다.

 

제주시는 용담레포츠공원이 항공기 소음 피해 관련 공익적 취지로 조성됐고, 시설관리 비용도 제주시가 부담해 사용료와 가산금 부과 처분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또 제주항공청 또한 사용료 부과를 장기간 고지하지 않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제주항공청은 해당 부지가 제주공항 확장 계획 부지에 포함돼 있고, 용도 폐지 및 일반재산 전환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무상귀속 또한 공원이 최초 조성된 시기에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30년이 흘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주공항 인근 임시도로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용담레포츠공원의 사례를 들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소유의 땅을 가로지르는 데다가 정식 도로도 아니니 상황이 바뀌면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태를 파악하게 된 다호마을에서도 들고 일어났다. 앞서 다호마을 주민들은 대체도로가 새로 지어지는 것을 보고 약속대로 도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게 법적으로 지정된 도로가 아니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 것이다.

 

다호마을 주민들은 "당연히 공공 대체도로가 만들어지는 줄로만 알았다"면서 "공항에서 개설했다고 하는 도로는 공공도로가 아닌 공항 주차장 내 통행로임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다호5길과 다호북길은 다호마을이 생길 때부터 마을주민과 토지소유자, 오일장 이용자들이 이용해 온 오래된 도로"라면서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기존 도로를 폐쇄하면서 마을주민과 토지 이용자들의 통행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시 건설과는 "(통행로가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대체도로라고 하면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공항공사에서는 '대체도로를 확보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공항공사에 (관리권 이전) 요청을 하고 있다. 공항공사에서는 이와 별개로 기존 도로와 (제주공항이) 연결되는 도로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고 있는데, 대체도로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협의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자체 심의결과 신설도로는 기존 도로의 기능을 충족하고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추후 통행로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이 도로에 대한 운영계획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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