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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후 한라산 눈꽃 산행과 산간도로 드라이브는 '겨울 관광코스'로

 

국내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는 비가 내리는 날이 연간 3분의 1 이상 되는 데다가 강풍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제주 지점의 강수일수(일 강수량 0.1㎜ 이상인 날) 평년값(1991∼2020년)은 127.8일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특히 날씨 정보를 예의주시한다. 네이버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제주관광 관련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연령대와 검색 당시 위치 등 조건과 상관없는 전체 검색 순위 1위는 '제주시 날씨'였다.

 

자연 관광지 방문이나 골프, 해수욕 등 야외 일정을 잡아놨다가 기상악화로 취소 또는 변경하는 일도 부지기수며 항공편 결항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 너무 울상만 지을 필요는 없다. 폭우나 폭설 후에만 나타나는 비경이 선물처럼 찾아올지도 모른다.

 

 

 

◇ 폭설이 연출한 눈부신 한라산 설경, 겨울 관광명소로

 

겨울철 한라산에는 많게는 1m가 넘는 눈이 쌓이기도 한다.

 

폭설이 내리면 한라산 입산과 산간·중산간 도로 통행이 통제되는 등 큰 불편이 빚어지곤 하며, 눈길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시설물 피해나 농작물 냉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이 그치고 날이 개면서부터는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설경이 선물처럼 찾아온다.

 

여름철 한가득 물이 담겼던 백록담 분화구는 하얀 눈으로 뒤덮인 자태를 뽐내고, 앙상한 나무에도 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피어난다.

 

겨울 한라산은 녹음이 우거지고 꽃이 피는 계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눈꽃 산행을 꿈꾸는 등반객을 유혹한다.

 

탐방로에 눈이 쌓이면 미끄럽기도 하지만 바닥이 폭신하게 느껴지기도 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오르내리는 데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어승생악(해발 1169m)에 오르면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한라산의 설경을 마주할 수 있다.

 

한라산 1100고지(해발 1100m)를 지나는 1100도로는 등산하지 않고도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설경 명소다. 눈꽃이 핀 나무들이 줄지어 선 1100도로를 달리면 겨울왕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폭설 뒤 쾌청한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에는 1100도로에 눈 구경 인파가 몰려 양방향 도롯가에 불법주정차를 하면서 차량 정체가 빚어졌고, 급기야 도로를 일시 통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라산에는 종종 3∼4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제주기상청은 지난 2020년 4월 12일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제주 산지에 대설주의보를 내렸고,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께 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했다. 1994년 대설특보 제도를 운용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4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것이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2010년 3월 25일에도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적이 있다.

 

특보가 아니더라도 종종 봄에 산지에 많은 눈이 내려 한라산이 다시 하얀 옷을 걸쳐 입곤 한다.

 

봄이 되도록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부근에 흰 눈이 덮인 풍경을 일컫는 녹담만설(鹿潭晩雪)은 제주에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10곳인 '영주십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해안 지대에 화사한 봄꽃이 필 때까지도 한라산에는 여전히 흰 눈이 쌓인 풍경은 옛 선인들의 눈에도 이색적이고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 한라산 수백∼1천여㎜ 폭우 뒤 백록담 '만수' 장관

 

한라산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면 정상 분화구 백록담에 빗물이 들어차 만수위를 이룬다.

 

백록담 만수위의 기준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다만 만수라 하면 분화구에 넘치기 직전까지 물이 가득 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만수를 이뤘다고 할 때는 대개 백록담 분화구 전체가 아닌 분화구 동쪽 일부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일컫는다.

 

백록담은 백두산 천지와 달리 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가 없어서 빗물 외에는 공급되는 물이 없다.

 

계절이나 기상 여건 등에 따라 다르지만, 백록담 만수가 되려면 비가 적어도 500∼800㎜는 내려야 한다.

 

 

한라산은 국내 최고 다우지역으로 꼽힌다. 태풍이나 장마전선 북상 등으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기류가 한라산과 충돌, 강제 상승하면서 비구름대가 형성돼 수백㎜, 많게는 1천㎜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서울의 1년 강수량(평년값 1417.9㎜) 수준의 비가 퍼붓는 것이다.

 

지난 2014년 8월 1∼3일 태풍 '나크리' 영향으로 윗세오름에는 1480㎜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8월 2일 하루 강수량만 1182㎜에 달했다.

 

이후로도 2015년 찬홈, 2018년 솔릭, 2019년 다나스, 2021년 찬투 등 태풍 영향으로 한라산 고지대에는 10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폭우로 백록담이 만수를 이뤘더라도 다시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점차 물이 줄어들어 드러난 바닥 면적이 넓어진다. 바닥이 가뭄으로 말라 쩍쩍 갈라지기도 한다.

 

아울러 백록담 물이 예전보다 빨리 마르고 바닥을 드러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록담에 물이 마르지 않게 해 경관을 유지하도록 하자며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적도 있지만, 실제로 추진된 바는 없다.

 

 

한라산 동북사면 성판악 등산로 근처에 있는 사라오름(해발 1천324m·명승 83호) 산정호수도 폭우 뒤 만수를 이루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오름 산정호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경관도 뛰어나 '작은 백록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물이 차면 전망대로 향하는 나무 데크길 역시 잠긴다. 탐방객들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방대는 물소리를 듣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여름에는 장마와 태풍으로 만수를 이룬 사라오름 산정호수에서 탐방객들이 수영했다는 신고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접수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 폭우 내려야 볼 수 있는 절경…엉또폭포와 천제연 제1폭포

 

서귀포에는 폭우가 내려야만 볼 수 있는 비경이 있다. 바로 강정동 악근천 상류에 있는 '엉또폭포'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높이 50m 기암절벽 아래로 엄청난 양의 폭포수를 쏟아내는 모습은 주변의 울창한 난대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한 번쯤 이 절경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엉또폭포는 평소 물이 흐르지 않다가 상류부에 최소 70㎜ 이상의 비가 내린 뒤에만 폭포수가 쏟아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오늘 엉또폭포 터졌나요' 등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비가 꽤 내린 듯 해서 엉또폭포를 찾아갔으나 폭포수가 쏟아지지 않아 실망하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엉또폭포에 항상 폭포수가 흐르도록 인공폭포를 조성해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도 있다.

 

그러나 사업비와 운영비가 과다하게 들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논란이 일었고, 서귀포시는 "엉또폭포 관광 자원화 방안을 검토했을 뿐 인공폭포 계획은 수립한 적이 없다"며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서귀포시 천제연 제1폭포도 평소에는 물줄기를 보기 힘든 곳이다.

 

평소에는 고요하고 푸른 연못과 주상절리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다가 한라산 자락에 많은 비가 내리고 나면 어김없이 거센 폭포수가 쏟아져 또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고 승천했다는 전설이 담겨 있는 천제연폭포는 총 3단으로 이뤄져 있다.

 

폭우가 내리고 나면 제2, 제3폭포에서도 평소보다 굵은 물줄기가 쏟아져 위용을 드러낸다. [연합뉴스=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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