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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 ... 바다거북과 제주의 해안 (2)

# 화산섬, 제주도의 해안

 

인류가 우주로 먼 항해를 나아가 지구와 한참 멀어졌을 때, 뒤를 돌아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엔 ‘창백한 푸른 점’이 있었다. 이 글은 천문학의 불세출의 고전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이 쓴 유명한 글이다. 이처럼 은하계의 구석, 태양계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행성으로 보인다. 푸른 행성인 이유는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구 표면 중 바다 면적은 70%가 넘는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는 물의 행성인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바다 위에서는 살 수 없다. 그래도 전 세계 인구의 2/3가 해변에서 100km 이내에 살고 있다. 제주도의 마을도 대부분 해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물론 생활의 근거지인 용천수가 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한 원인이 크다) 이처럼 해변은 인류의 문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곳이다.

 

해변 중에서도 조간대는 핵심 지역이다. 수많은 생명활동이 일어나고 잉태되는 곳으로서 바다생태계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조간대는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물이 빠지는 지역을 말한다. 제주도의 모든 해안이 조간대에 해당한다. 제주도민들이 옛날부터 고둥, 게, 조개 등 바릇잡이를 해오던 곳이다. 제주인들은 이곳을 갯곳디라 불렀다. 밭처럼 먹을 것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바당밭이라 부르기도 했다. 서남해안으로 치면 갯벌이 조간대에 해당된다.

 

조간대는 연안습지로 분류된다. 특히 제주도의 조간대는 용암으로 이뤄져서 독특한 지질적·경관적 특징이 있다. 이 위에 다양한 염생 식물과 해조류, 어패류,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의 조간대는 주로 암석 해안이 많다. 어떤 해안은 자갈로 이뤄져 있는가 하면 어떤 해안은 김녕 덩개해안처럼 광활한 바위 해안도 있다. 또 어떤 해안은 해풍에 깎이고 깎여 마치 수석박물관처럼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갖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런가하면 모래 해안도 있다.

 

제주도의 해변은 주로 암석으로 이뤄져 있지만, 그중 10% 미만이 모래로 이뤄진 해안이다. 암석해안 중의 일부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래 해변으로 변화한다. 바위가 조간대로 밀려오는 파도에 의해 마모되고 작은 자갈이나 파편은 파도를 타고 멀리 실려 간다. 이러한 역동적인 움직임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바위는 마모되고 또 마모돼 공처럼 둥근 작은 자갈이 되고 작은 자갈은 굵은 모래가 된다.

 

해변에 쌓인 퇴적물은 한자리에 있지 않는다. 파도에 따라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모래 해변은 파도뿐만 아니라 바람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그래서 모래 해변은 쉼 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자연계다.

 

제주도 모래 해변도 화산지형의 특징이 크게 보이는 지형이다. 제주도 해안 중에는 오름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모래 해변도 있다.(송악산과 하모리층, 성산일출봉과 신양리층) 화산지대 해변의 퇴적물은 거무스름한 암석이 많이 섞여 있어 어둡게 보인다. 제주도 여러 해변의 모래색깔이 검은 이유다. 제주의 모래 해변은 억겁의 시간 동안 역동적인 제주 바다가 만들어낸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주 조간대는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해양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조간대가 바다의 자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바다생태계가 시작된다. 또한 육지의 영양분들을 걸러내며 수질을 정화해 거대 오염원인 육지와 바다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그리고 풍부한 영양분으로 인해 각종 해양생물의 산란장소다.

 

그래서 조간대가 파괴되면 결국 기초 토대가 무너지면서 바다의 생태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제주 조간대는 항포구 공사, 해안도로, 해안매립, 관광단지, 건축물 공사 등으로 이미 많은 곳이 파괴됐다.

 

조간대와 함께 제주의 중요한 해양생태계가 있다. 바로 해안사구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국내 습지보전법에서는 연안습지에도 포함되지 않지만 이곳은 조간대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해양생태계다. 이번 연재에서 주목하는 곳이다.

 

이번 연재의 주제인 바다거북과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다거북이 해안사구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조간대에서는 바다거북이의 알도 위험하기 때문에 바닷물이 닿지 않는 조간대 위쪽인 해안사구에 알을 낳게 된다. 그러나 이미 해안사구는 해안도로, 건축물, 주차장 등 각종 개발에 의해 상당부분 훼손됐다. 바다거북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서식지가 훼손된 것이다.

 

# 우리가 간과해왔던 해안사구의 가치

 

한반도와는 달리 제주 모래 해변의 모태는 주로 오름과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오름이 모태가 돼 만들어진 해변은 검은 모래로 형성된다. 이 모래 해변은 사빈(모래 해변=백사장)과 사구(모래언덕)로 형성된다. 바닷물이 잠기는 모래 해변 부분이 사빈이고 사빈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육지 쪽에 쌓인 곳을 사구라고 한다. 사빈은 주로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사빈의 배후에는 필연적으로 해안사구가 형성된다. 사빈에서 날린 모래가 내륙방향으로 쌓이면서 사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도내 해수욕장은 모두 사빈이고 배후에는 해안사구가 형성돼 있었으나 해안사구에 도로와 주차장, 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사구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곳도 여럿 있다.

 

제주의 모든 것은 바람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해안사구도 제주 바람의 산물이다. 제주도의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부는 세찬 바람이 풍부한 해안사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지질학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생태학적으로도 한반도와는 전혀 다른 해안사구의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듯한 해안사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변의 모래를 저장했다가 다시 이를 해변으로 돌려주면서 모래 해변을 지속하게 만드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해안사구가 하고 있다. 해안사구가 없이는 결국 모래 해변은 영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즉, 사빈과 사구는 하나로 묶인 지형이어서 하나라도 없어지면 균형이 무너져 파괴의 과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구가 해안도로 등 각종 개발로 사라지면서 사빈이 위협받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김녕해수욕장을 예로 들면 사구 위에 주차장과 도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모래가 계속 유실되고 있다. 모래가 안 날아가게 차광막을 덮고 매해 외부의 모래를 쏟아 붓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바로 옆 월정해수욕장, 곽지해수욕장, 이호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사구가 사라짐으로써 해수욕장의 가치와 기능이 떨어지는 곳은 부지기수다.

 

또한,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 방파제로서 인간의 거주지역과 농경지를 보호해주고 있다. 해안사구가 있어서 육지의 침식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모래는 암석보다 파도에너지를 감싸서 상쇄하는 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암석해안보다 해안사구가 있는 곳이 바다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주는 완충 역할이 더 크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해안도로와 주차장을 사구 위에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안가의 침식은 곧 해안지형과 해안생태계의 파괴로 연결된다.

 

해안사구의 방파제 기능을 더 높이기 위해, 미국 뉴저지 주에서는 사구 울타리와 사구식물 식재를 이용한 인공 사구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다. 반면에 제주도는 해안사구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확산되는 제주도도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를 필수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 해안사구에는 그들이 살고 있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경계에 위치해 독특한 환경을 지닌 생물 서식처를 제공해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생육하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계다. 생태적으로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의 점이지대(한 개의 지리적 특색을 나타내는 지역과 또 다른 지리적 특색을 나타내는 지역의 중간 성격의 지대)이며 두 생태계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해안사구는 바다거북의 산란지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곳간이다. 이를테면 성산읍 신양 해안사구의 경우 국립생태원의 2015년 조사 결과, 조류 37종, 포유류 4종, 파충류 5종, 곤충 177종 등 야생동물 226종의 서식 또는 도래를 확인했다. 삭막하리라 예상했던 모래 해변의 반전이라 할만하다.

 

육지 사구는 식물학적으로는 삭막한 곳인 반면 해안사구는 식물의 보고다. 바닷물이 있으면 육지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지만, 해안사구에는 소금기를 머금고 살아가는 식물인 ‘염생식물’ 군락이 살고 있다. 해안사구에는 키가 작은 염생 초본에서부터 키가 큰 염생 목본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하나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고 바다로부터의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역할도 해주고 있다.

 

주로 제주도 해안사구에는 좀보리사초-통보리사초, 갯메꽃, 갯금불초, 갯씀바귀, 반디지치 등의 수많은 초본 염생식물이 모래 위를 덮고 있다. 또한 순비기나무, 곰솔, 까마귀쪽나무 등의 목본 염생 식물이 자라고 있다.

 

매처럼 해안 절벽에 둥지를 트는 것 이외에 주로 새들은 내륙에 둥지를 튼다. 그만큼 바다는 산란을 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곳이다. 짠 염분기와 사시사철 부는 강한 바람과 거센 파도는 상시적인 위협요소다. 그런데 해안사구 모래 위에 둥지를 트는 새가 있다. 해안사구가 이들의 고향인 셈이다. 바로 흰물떼새다.

 

흰물떼새는 제주도에서 보통 4~6월에 해안사구 모래 위에 둥지를 만든다. 염생식물 사이에 알을 낳기도 하고 심지어는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 일대에 알을 낳는다. 이처럼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 독특함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는 법정보호종으로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조금 늦은 봄에 제주 모래해안에서 엄청 빠른 걸음걸이로 새끼와 함께 모래 위를 쪼르르 뛰어다니는 새가 있다면 십중팔구 흰물떼새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해안사구에 알을 낳고 부화해 새끼도 해안에서 키운다. 하지만 해안사구가 개발되고 사람들이 점점 모래 해안으로 많이 모이면서 이들의 서식지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므로 흰물떼새 개체수의 증감은 해안사구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그런가하면 해안사구에 중심으로 사는 게도 있다.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동물인 달랑게다. 달랑게는 모래해안 상부에 사는 종으로서 해안사구와 근접하거나 해안사구 안에 사는 게다. 연안개발과 오염이 심해지면서 특히, 해안사구가 파괴되면서 서식지와 개체수가 크게 감소햇고 지난 2016년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집게다리를 달랑달랑 흔든다고 해서 달랑게라고 부르며 영명인 유령게(ghost crab)는 달랑게 종들이 주로 밤에 활동하는 특성에서 유래했다. 몸집에 비해 눈이 크고 똘망똘망해서 귀엽다.

 

그런데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도로개발, 건축물 등으로 상당부분 파괴되면서 이들이 살 자리도 상당부분 좁아져버렸다. 도내에서도 이들이 발견되는 곳은 몇 곳 안 되는데 종달리, 하도리, 하모리 모래 해안 등 섬처럼 매우 좁은 면적에서만 모여 살고 있다. 해안개발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닷물이 해안사구를 점점 잠식하면서 이들이 살아갈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우리나라 해안사구를 189개로 목록화했고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14개 지점으로 목록화했다. 하지만 이는 일정규모(면적 2,900㎡) 이상만 지정한 것일 뿐 현실은 이보다도 더 많다. 환경부가 빠뜨린 해안사구도 여럿 있다는 것이다.

 

해수욕장이 위치한 곳들은 필연적으로 해안사구가 형성돼 있었지만 이 중 여러 해안사구가 개발로 인해 사라졌거나 명맥만 남아있다. 환경부가 현재 해안사구 목록에 포함한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이호, 곽지, 협재, 하모, 사계, 표선, 섭지코지, 신양, 하도, 평대, 월정, 함덕, 중문, 김녕이다.

 

그런데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 연구’(2017, 박진영 외)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구 면적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은 제주도로서 과거 13.5㎢에서 현재는 2.38㎢로 약 82%에 해당하는 11.17㎢가 감소했다고 보고됐다.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엄청난 면적의 해안사구가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해안사구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모래해안이 사라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염생식물과 곤충, 파충류, 조류가 함께 사라짐을 뜻한다. 흰물떼새, 달랑게 그리고 바다거북은 그 대표적인 종이라고 할만하다. 이 셋 중에서도 바다거북은 현재 2007년 이후로 15년 이상 산란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는 위기종 중의 위기종이다. 이것은 이들이 살아갈 제주도 모래해안의 생태적 건강성이 크게 나빠졌음을 의미하는 명백한 반증이다. 한 종을 통해서도 우리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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