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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갑 선거구의 대회전이 점입가경이다. 5선 관록의 새누리당 현경대(73) 후보와 재선 현역 민주통합당 강창일(60) 후보간 세 번째 맞대결이다. 백중세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면서 사실상 제주에선 이번 총선의 최종판격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직 국회의원 대 보좌관, 그리고 고교·대학 동문간의 대결로 관심을 끌면서 3차전 승부가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 18대 선거에서는 강 후보가 현 후보를 연거푸 이겼다. 18대 선거에서는 현 후보가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해 2위를 차지했다.
당시 후보자별 득표율은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39.3%, 무소속 현경대 후보 32.1%, 한나라당 김동완 후보 27.1%를 기록했다. 투표율은 52.38%였다.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강창일 후보가 48.2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16대 선거에선 한나라당 현경대 후보가 46.70%를 얻어 당선됐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현 후보가 강 후보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제이누리와 미디어제주, 제주투데이 등 인터넷언론 3사가 지난 2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지지율 36.6%로 선두를 달렸다. 새누리당 현경대 전 의원과 장동훈 전 도의회 의원은 각각 14.8%, 14.6%로 지지율이 비슷했다.
중앙일보의 지난 달 31일 조사에선 현경대 후보 30.7%, 강창일 후보 30.1%로 오차 범위 내 박빙이지만 처음으로 현 후보가 강 후보를 추월했다.
지난 달 30~31일 제이누리 등 인터넷언론 3사의 3차 여론조사에선 강창일 38%, 현경대 34.4%로 격차가 3.6%포인트로 좁혀졌다.
급기야 지난 달 31일과 1일 실시한 제주지역 신문 방송 6사 공동여론조사에서 현경대 후보가 38.0%를 얻어 30.4%를 기록한 강창일 후보를 오차 범위 밖인 7.6%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적극적 투표 의향층에선 현경대 41.4%, 강창일 30.4%로 지지도 격차가 11%포인트 차이로 더 벌어졌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 조사에선 강창일 후보가 39.5%로 현경대 후보의 28.3%에 비해 11.2%포인트 차로 앞서 대혼전이 예고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 측이다. 지지율 14% 대에서 38%까지 끌어 올리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제주시 을 부상일 후보의 공천 취소로 새누리당과 친박근혜계 조직이 제주시 갑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 후보로선 제주시 을이 무공천 지역이 되면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달 30일 깜짝 지원유세도 지지율 상승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두 후보 간의 인연도 깊다. 모두 오현고와 서울대 출신이다. 현 후보가 11대 국회의원 당시 강 후보가 1년간 보좌관을 지낸 인연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현 후보와 강 후보는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현 후보는 줄곧 보수정당에 몸담으며 원내총무를 지냈다. 강 후보는 민청학련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한 뒤 진보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성향은 달라도 지역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신공항 조기 건설, 일자리 창출을 공통으로 내걸고 있다. 다만 제주경제 현실을 놓고는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강 후보는 "이명박 정부 4년간 민생은 파탄에 이르고 제주도에 대한 홀대와 무시는 극에 달했다"며 정권 심판론을 주장했다. 현 후보는 "지난 8년간 제주의 여당은 민주당이었지만 국책사업을 둘러싼 주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도 국회의원들이 갈등을 조장하고 부채질해 분란만 키웠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현 후보는 제주시 노형동이 고향이고 강 후보는 제주시 한경면 출신이다. 도심권인 동(洞) 지역에서는 박빙이지만 읍면지역에서 강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의 다른 변수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동훈(48·기호 6번), 고동수(51·기호 7번) 후보의 득표력이다. 장 후보는 지역 일꾼으로 '서민 경제의 지킴이'를, 고 후보는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한 제주'를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장 후보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장 후보는 보수층의 표를 분산시키면서도, 한림읍 출신으로 인근 지역 출신인 강 후보의 지지를 잠식하고 있다.
제주시 갑이 이처럼 여야 후보간 예측불허의 초박빙 승부가 전개되면서 정책대결 보다는 비방.폭로.고소고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선거 종반에 터진 불법서신 대량 살포 사건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이누리와 미디어제주, 제주투데이 등 인터넷언론사 3사는 최대 격전지인 제주시 갑 선거구에 대한 마지막 여론조사를 4일 실시, 5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