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제주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주시 갑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정책 대결 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만을 파고들며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려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는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에게 "지난 8년 동안 제주에 국책사업을 많이 가져왔다고 하는데, 서부지역엔 가져 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후보가 발끈하며 "애월항 LNG 인수기지, 한림항 개발 등 국책사업을 유치했는데 국책사업 하나도 갖고 온게 없다고 해서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아무리 정치판이 더러운 판이라 하더라도 흠집내기 흑색선전 딴지걸기 낡은 정치 구태 정치 추방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강 후보는 "제가 현 후보에게 비방한 적 있냐"며 "비방 흑색선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현 후보는 "그게 무슨 국책사업이냐"고 따졌다.
현 후보는 또 강 후보에게 "2010년 3월 2일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는데 반대 의원 12명 중 한명이 강 후보"라며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강 후보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가 "아마 강제적으로 여성을 할당하는 것은 특혜 차별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여권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반대표를 던진 것 같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찬성하지만 할당제 강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 후보는 강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는 주장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의정 활동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이 결코 네거티브일 수 없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게 있다면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된다"며 "오히려 내가 다른 후보로부터 인간적으로 모욕적인 치욕을 당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반박했다.
무소속 장동훈 후보는 현 후보의 한림 가축분뇨자원화 방안 공약과 관련, 도내 폐수처리시설 비율과 예산 소요액, 공해상 투기 금지 시기 등을 묻고 현 후보가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지역실정도 전혀 모르고 만든 장밋빛 정책"이라며 "5선 관록에 6선을 달리고 있는 분이 기본인 예산도 하나 모르면서 무지막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현 후보는 장 후보에게 이공계를 졸업했냐고 물으면서 "건설업 외에 국가연구기관에 종사를 했거나 대기업 CEO를 한 적이 있느냐"며 "자신을 경제전문가라고 강조하는데, 많은 분들이 건설전문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장 후보는 "왜곡시키고 네거티브 하지 말라"며 "그렇다면 현 후보는 BTL과 BTO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강창일 후보는 현 후보의 '애월항 1만t급 선박 접안시설 확장’ 공약과 관련, "애월항 LNG 인수기지에 몇 t급 선박, 몇 척 들어오는 지 아느냐, 얼마 투자되는 지 모르죠"라며 몰아 붙이고 "LNG 인수기지를 백지화시키겠다는 말이냐, 즉흥적으로 공약을 내놓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날 후보들은 토론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말을 자르거나, 질문해 놓고 답변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토론의 균형을 깨트려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했다.
현안 토론에서 장동훈 후보는 구도심 활성화 방안의 방향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녹색도시’로 설정하고는, 개발방식의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닌, 문화·레저 공간을 비롯한 여러 인프라를 갖춘 녹색도시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신제구권 주민들이 구도심으로 옮겨가려 할 정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창일 후보는 “목관아지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지구 만들겠다”면서 개발방식은 소규모·테마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후보는 또 “도시재생 사업은 막대한 사업비가 문제”라며 “가칭 도시재생기본법을 제정해 국가예산을 투입되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현경대 후보는 강 후보를 겨냥해 “강 후보는 17~18대 총선에 나설 때도 똑같은 공약을 제시했고, 이번에도 겉모양만 살짝 바꿔 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도심 활성화의 핵심은 사람이 넘쳐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옛 제주대병원 자리에 제주대학교 디자인대학을 이전해서 이 일대를 서울의 홍대 앞처럼 예술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미 FTA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지정토론에서 강창일 후보는 “한미 FTA는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의 출판기념회 때 한미FTA 비준안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했다”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재협상에 임하겠다. 오렌지 수입 시기를 조정하는 등 한국과 미국의 균형을 맞춰나가겠”고 말했다. 한중FTA에 대해서도 “제주도 농수축산업이 궤멸되고 말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현경대 후보는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 실질적인 내용이 타결됐다”면서 “당시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지금에 와서 무효화 하겠다는 것은 말 바꾸기가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장동훈 후보는 “정당 후보들은 당론만 따르는 사람 같다. 제주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만약 소수당이 되면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강창일 후보는 “2007년 기본적인 틀이 잡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쇠고기 수입 등에서 완전 ‘개악’됐다”며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재협상을 하도록 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 공약과 관련해 현경대 후보는 “모든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고 있는데 이는 제주에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제가 국회에 가면 용역부터 앞당기도록 하겠다. 이 문제는 적어도 대통령이 결심해야 할 문제다. 책임을 지고 늦어도 2020년까지 신공항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훈 후보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하는데, 그 방법을 보면 가관”이라며 “어떤 공법으로 1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냐. 애매모호하게 단축만 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후보는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공항인프라 확장’으로만 되어 있다. 이는 사실상 ‘신공항 반대’가 아니냐”며 “그런데 오늘 얘기하는 것 보니까 2~3일 사이에 확 바뀐 것 같다. 현 후보의 공약을 보면 현 여전히 공항 확장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몰아 붙였다.
이에 현경대 후보는 “오히려 강 후보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제 입장은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공약집에 있는 것도 바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후보는 “공약집을 수정했다면, 중앙당이 공식 발표하도록 조치해달라”며 "믿지 못하겠다. 거짓말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해군기지 갈등문제 해법에 대해 현경대 후보는 “지난 30일 박근혜 위원장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제주를 동양의 하와이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 문제는 기본협약서대 진행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갈등은 결자해지라고 강정해군항을 시작한 쪽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적·이념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동훈 후보는 "국가가 상당히 소홀히 했다. 절차적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3자가 나서야 한다. 도 해군 청와대가 내탓네탓 하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창일 후보는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하지만 무도한 이명박 정부는 해군기지로만 추진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도민을 멸시하고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았다"고 정부를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