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체육회 등록선수의 40% 가량이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체육계에 폭력도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제주도체육회와 제주도장애인체육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제주도 운동선수 폭력 실태조사 결과 분석’ 현안보고서를 7일 내놨다.
이번 현안보고서는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시설협의회가 지난해 11월11일부터 12월11일까지 한달간 도체육회 등록선수 230명과 도장애인체육회 등록선수 216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한 결과다. 제주에서는 처음 쳬육계 폭력실태 조사다.
조사 결과 도체육회 운동선수의 39.3%가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성폭력을 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의 2.6% 역시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론 ‘성적인 비하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및 평가 행위’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17%가 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별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모욕이나 괴롭힘 혹은 비유하는 별명 부르기’는 전체 응답자의 16.5%가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일방적인 메시지나 문자, 편지, 전화 등을 보내는 행위’는 12.9%, ‘훈련과 관련되지 않은 신체적 접촉’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는 10.8%로 조사됐다.
이외에 ‘특정 신체부위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만지는 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가 6.7%,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는 5.2%로 나타났다.
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이외에도 “양 체육회 선수들이 모두 일상적인 폭력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체육회의 경우는 소속선수의 77.6%가 정서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고 69.7%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 또는 목격했다.
특히 신체적 폭력은 ‘경기력 향상 또는 정신력 강화를 위한 체벌’과 ‘지도자의 분노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체벌’의 비중이 높았다.
도장애인체육회의 경우에는 도체육회 선수에 비해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8.2%가 정서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고, 4.6%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
이외에도 폭력의 필요성과 관련해 일반선수와 장애인 선수 모두 ‘대화보다는 폭력이 문제해결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높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체육회 소속 선수의 경우는 '대화보다 폭력이 문제해결에 효과적'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70.6%에 달했다. 또 '폭력은 나쁘지만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도 61.4%의 비중을 차지했다.
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이러한 폭력실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체계적인 폭력피해 실태조사 정례화 ▲폭력예방교육프로그램의 상시 교육체계 수립 ▲폭력 피해신고 및 상담 체계 구축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위한 추진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운동선수에 대한 인권보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와 폭력에 관대한 그릇된 관행이 자리 잡은 체육계의 특수한 상황을 우리 제주사회가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도민 차원에서 폭력의 재생산 구조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