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던 문형순 경감이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제주4.3과 6.25 전쟁 당시 예비검속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을 총살하라는 군부의 명령을 거부한 고(故) 문형순(1897~1966) 경감이다.
27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49년 1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모슬포경찰서장과 성산포경찰서장을 역임한 문형순 경감이 경찰청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경찰청에서는 지난해부터 경찰정신에 귀감이 되는 전사 및 순직 경찰관을 매년 1~2명 선정, 추모흉상을 건립해 그 업적을 기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경찰영웅’에 선정된 문형순 경감은 평안남도 안주 출생이다. 만주 등지에서 항일독립운동에 동참했다. 해방 후에는 1947년 7월 경찰로 제주도에 부임했다.
문 경감은 군경이 1948년 12월에 대정읍 하모리에서 좌익총책을 검거, 관련자 100여명의 명단을 압수해 이들이 처형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이후 관련자들이 자수하자 이들을 모두 훈방조치 했다.
1949년 성산포경찰서장이 된 이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예비검속된 주민들에 대한 군 당국의 학살명령을 거부, 성산 지역 예비검속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당시 성산포경찰서 관할지역의 예비검속 희생자는 모두 6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읍면에서 수백명씩 희생자가 나왔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성산은 사실상 당시의 처참한 참상을 그나마 피해갈 수 있었다.
문 경감은 1953년 9월15일 경찰 직에서 물러나 현대극장의 전신인 대한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다 1966년 6월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후손 없이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제주인들은 그의 기개를 높이 사 2005년 7월에는 대정읍 동일삼거리 짐개동산에 문 경감에 대한 공덕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경찰은 향후 문 경감의 흉상을 제작, 10월 셋째 주 경찰추모기간에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