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가 재건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건축 문제로 아파트 입주민끼리 분란이 생겨 자칫 법적 공방으로까지 불거질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에 자리잡은 세기1차 아파트의 재건축과 관련, 지난해 12월7일 재건축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재건축 사업 전반에 관해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세기1차 아파트 입주자 A씨는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문득 의구심을 가졌다. 이 의구심의 정체는 바로 ‘회의자료’였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회의자료’가 일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구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본래 재건축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이뤄진다. 이 법에 따르면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받고 이후 정비사업 결정과 재건축추진위원회의 구성 등이 선행된다.
이후 추진위에서 재건축 관련 사업을 도맡을 정비사업자를 선정하고 조합이 설립되면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세기1차 아파트의 경우는 달랐다. 세기1차 아파트는 도정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닌 지난 2월9일부터 전면 시행된 ‘빈집 등 소규모 주택정비 특례법(이하 소정법)’의 적용을 받는다. 2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사업일 경우 그 절차를 간소화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세기1차 아파트의 경우 별도의 추진위원회 구성을 거치지 않고 주민 4분의 3이상의 주민 동의를 거쳐 바로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도정법 상 추진위에서 선정하던 정비업체의 경우는 조합설립 이후 총회에서 선정을 한다.
A씨는 이와 관련해 “하지만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도정법의 추진위를 대신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관은 도정법의 관련규정을 준용, 소유자의 전원 합의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세기1차 아파트와 관련, 추진위의 역할을 하는 조직인 ‘재건축 준비위원회’의 경우 그 구성과정에서 이 소유자의 전원 합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이 준비위의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파트 소유자 및 세입자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 인원들이 그대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준비위원회는 세입자들을 제외한 소유주들로만 구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준비위 측에서 재건축 관련 사업들을 맡고 있는 한 정비업체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비업체는 법에 따라 조합을 설립한 후에 경쟁입찰에 의해 선정하게 돼 있다. 더군다나 현재 정비업체는 준비위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관련 사업들을 맡아 하고 있다”고 부당성을 지적했다.
나아가 “이후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동의서에 사업계획서와 정관 등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준비위가 제시한 정관을 보니 수정해야할 내용이 있어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준비위 측에서는 정관의 수정된 부분을 벽보를 통해 통보하는 형식으로 알렸다"며 “이후 동의서에는 수정된 정관을 첨부하지 않았다. 이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관의 변경 역시 준비위 측에서 회의를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도정법 상 추진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 B씨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건축 관련 내용들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B씨는 먼저 준비위원회가 소유주 전원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추진위는 도정법에 명시된 엄격한 기구다. 다만 소정법에서는 20년 이상 된 200세대 미만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때문에 우리들끼리 가칭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준비위원회의 경우는 구성에 있어서 법적으로 토지주들의 합의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소유주들이 다 모여서 합의에 의해 한다면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준비위는 회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회의록에도 근거들이 다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위원회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A씨의 주장과는 달리 모두 소유주들로 구성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업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B씨는 현재 한 정비업체가 재건축 관련 사업들을 맡아 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 조합 설립 후 법에 따라 경쟁입찰로 다시 선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 정비업체와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선정된 업체가 아닌데 무슨 계약서냐”며 “전국 어딜 가도 소정법에 따른 재건축의 경우 조합 설립 이전에 이런 방식으로 업체들이 도와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동의서에 수정된 정관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관 수정 이후 주민동의를 받을 때 수정된 정관을 첨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정된 정관과 함께 받은 주민들의 동의서를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정관의 변경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정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정관은 조합 총회에서 확정돼 통과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도청에 문의도 했다.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B씨는 그러면서 A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재건축을 방해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발까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이웃이기도 해서 참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히려 A씨가 차라리 이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노형 세기1차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에 주민의 83%가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설립을 위한 요건은 충족된 상태다.
하지만 정작 재건축을 앞두고 주민간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민간 의혹의 시선은 더 꼬리를 물어가고 있다.
노형 세기 1차 아파트는 1991년 준공됐다. 현재 56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