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심은 나무는 어디갔죠? 분명 이 자리였는데..."
2010년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 가족들과 먼나무를 심은 A씨는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도무지 그가 심은 나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 250명은 제주시 사라봉 공원 내에 먼그루 100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100그루는 커녕 1그루 조차 없었다. 현장은 널따란 주차장으로 둔갑했다.
지난해 6월 해당 부지에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이 개관했다. 먼나무 100그루가 있던 자리가 주차장이 된 이유다. 제주도는 식재자들에 한마디 통보도 없이 먼나무를 뽑았다. 그리고 제주시 한라도서관 인근에 옮겨 심었다. 이 역시 알리지 않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0일 “ 내나무갖기 행사로 식재된 나무는 식재자의 양해도 없이 훼손돼 하루 아침에 주차장으로 변했다”며 "보호관리는 뒷전이고 심으면 그만인 제주도 나무심기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제주도는 전수관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식재지 관리주체인 제주시의 의견은 물론 나무식재자들의 사전 양해도 없이 식재지를 훼손했다”며 “이후 식재된 나무들을 모두 한라도서관 인근으로 이식했지만 시민들에게 이 사실 조차 통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나무식재지에 대한 사후관리는 나무심기 행사만큼 체계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제주시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영등굿 전수관 조성 사업으로 해당 부지 사용과 관련, 제주도로부터 통보는 받았다”며 “해당 부지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기에 식재자 명단을 제주도에 넘겼고 이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영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연구사는 “영등굿 전수관 건립과 관련, 해당 부지는 2013년에 제주시와 협의된 사항”이라며 “당시 담당자가 식재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나무를 한라도서관 인근으로 옮겨심었지만 이에 대해 식재자 통보는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선 식재자 개개인에게 안내문을 보내거나 전화상으로 이전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벚나무 50그루를 잃은 마을도있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광령3리 도로구간. 벚꽃철이면 어김 없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 사진촬영 명소로 꼽혔던 이 곳 벚나무 50여그루도 통째로 뽑혀나갔다.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 도모를 이유로 해당 도로에 갓길 확.포장 사업을 벌이며 모두 뽑혔다.
이 구간은 과거 광령3리 마을주민들이 식재한 벚나무 50여그루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훌륭한 가로경관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갓길 확보 공사로 벚나무는 모두 제거됐다. 이식된 나무는 단 한그루도 없었다.
보행자 안전 등을 이유로 공사를 했지만 사업결과는 무색했다. 보행자는 커녕 차량만 즐비했다. 벚나무가 뽑힌 자리는 어느새 노상 주차장으로 변한 상황이다.
환경연합은 “제주시는 ‘벚나무가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있어 장애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며 “이 주장은 설득력도 없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제주시는 나무들을 이식하는 방안도 비용문제를 들면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갓길 확보 공사라면 나무를 그대로 두면서 차량 인도 진입을 막는 효과와 차량 서행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면서 “사업의 실효성은 물론 수십년생 애꿎은 나무들만 없어지고 말았다”고 규탄했다.
환경연합은 “이렇듯 제주도에선 한편에선 나무를 심고, 또 다른 한편에선 깊은 고민없이 나무를 베거나 식재지를 훼손하는 일이 행정당국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며 “제주도의 환경정책이 도민 일상생활 속 환경에도 자리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삶의 질은 거대한 프로젝트 추진이나 도로, 주차장을 넓힌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며 “사소해 보이지만 보호해야 할 가치를 존중하고 작지만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