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을 지불했더라도 계약서 상에 매매대금, 도장 날인 등 중요한 사항이 미비돼 있다면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들 사이에 확정적 합치가 있었다고 보여지기 힘들다는 이유다.
제주지방법원 민사4단독 손혜정 판사는 A씨가 부동산 소유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 해제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B씨와 임야 3필지 1만8205㎡를 4억95833만원(3.3㎡당 약 9만원)에 매수하기로 구두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는 다음날 작성하기로 했다. A씨는 B씨에게 계약금 1억원을 송금했다.
해당 필지의 지분은 B씨와 C씨가 각 50%씩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로부터 사흘 후에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3일 해당 토지 인근에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났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지분만 3.3㎡당 약 11만원에 매도하겠고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매매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다.
A씨가 이를 바로 수락하지 않자 B씨는 계약금 1억원을 공탁했다.
이에 A씨가 “B씨가 계약 파기의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계약금을 반환한 것은 이행 거절의 의사 표시”라며 계약금 1억원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매매목적물이나 매매 대금 등 계약 체결에 있어 중요 사항에 관한 원고와 피고, C씨의 확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지 매매 계약 체결의 교섭 단계에 있었다가 무산된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부동산매매계약서에 매매대금의 기재가 없는 점 ▲단지 원고가 입금한 1억원이 계약금이라고만 기재돼 있는 점 ▲원고의 도장 날인이 없고 피고의 무인만 날인된 점 ▲C씨의 지분 매도의사를 건네 들었을 뿐 당사자나 대리인으로 부터 직접 매도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점 ▲매매대금을 먼저 확정하고 계약금을 10%의 금액으로 정한것이 아닌 원고가 임의로 정한 계약금인 점 등을 비춰 기각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