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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 흥겨움에 초라해진 선입견과 편견

 

어린 시절부터 서구식 교육에 길들여진 때문인지 은연중 한국적인 것에 대한 거리감은 나이가 들어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런 선입견은 문화적인 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문화 공연에 대한 생각도 그 같은 선입견의 한가운데 자리한다.

 

제주에 와서 팔산명인전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접했을 때는 하루 저녁을 어떻게든 앉아서 견뎌보자는 심사로 극장을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전에 어떤 공연인지 몰랐거니와 전통문화의 명인 몇 명이 자신들의 특수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기능을 보여주는 자리인 것으로만 여겼다.

 

20일 오후 원도심에 자리한 영화문화예술센터(구 코리아극장) 무대는 그래서 덤덤한 방문이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출연진들의 사진을 앞에 두고는 별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흥겨운 농악놀이가 크지 않은 옛 코리아극장의 무대를 울리기 시작했다. 공연 전 10여분쯤부터 나이 든 노인분들이 계속해서 찾아드는 장면도 낯설었던데다 무대의 첫 시작이 그렇게 시작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흥겨운 농악마당과 상모돌리기를 하는 어린아이의 뜻밖의 재능을 보고 난 후 무던히 점잔을 빼던 내 몸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었다.

 

 

'예상외의 수확이 될지도 모르겠는 걸'
'생각했던 것보다 한결 재미있는데'

 

이후 몇 개의 무대가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팔산대의 신명 나는 놀이에 이어 비나리, 살풀이, 태평소, 전통과 현대무용의 만남, 서도민요 및 제주 아리랑, 법고, 상모놀이까지 어떤 기획의도가 담겼을는지 감을 잡기도 전에 모든 공연들이 첫발을 디딜 때 느꼈을 전율을 안고 마지막 순간까지 휘리릭 하고 지나갔다.

 

'관객의 박수를 쫒아 무대 위에서 조율해야 되는 즉흥을 연습했다'는 기획자의 설명처럼 관객의 박수를 어찌해야 끌어내는지를 아는 기획과 진행에 코너 코너마다 명인들은 자신들만의 전통문화 색채를 담았다. 사실 각 공연들의 연관성은 그다지 깊지 않다고 느껴진다.

 

비나리에 깊게 담은 불교적 소원성취의 독송에 할머니들을 비롯한 아주머니 아저씨 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는 마음을 아는지 주섬주섬 돈을 꺼내 공연장 앞으로 나아가 공연자 아래에 살며시 내려놓고 돌아간다. 공연 중 이런 즉흥적 반응은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는 전통공연의 귀중한 단면을 보여준다면 측면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모습이다. 어찌 보면 읊조리는 목청 속에 산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애환을 구도자에게 이야기해주는 영매와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뒤이은 살풀이와 태평소 연주는 사실 내가 아는 전통문화의 범주에 가장 가깝다. 한쪽은 몸과 마음을 충분히 가라앉히나 싶더니 뒤이어 몸을 들썩이게 하며 온몸의 자율신경을 제멋대로 놓아주는 느낌이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은 의도된 방향에 맞춰 서서히 이끌리고 있는 것을 알아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즐거움이 지나치니 여기까지 달려온 시간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다.

 

공연을 끝마치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공연이 사실은 대단히 기억에 남는 알찬 공연이었다는 사실. 누구나 보고 싶은 영화가 사실은 별 재미가 없이 밋밋하게 끝나는 경우는 허다하다. 유명 가수의 노래가 다 듣기 좋은 가락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각 명인들의 중요한 진액을 뽑은 때문인가 공연은 마치 명인들이 누군가를 위한 헌정공연을 펼쳤거나 컴파일레이션음반(편집음반)을 내고 눈과 귀를 자극한 묘한 감동을 준다.

 

전통공연을 보면서 2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몰입도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주관단체인 연희단 팔산대의 다음 공연이 8월 초에 열린단다. 이번에는 실내공연이 아닌 바깥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정도의 기획과 공연 내용이라면 그 어디에서 한들, 그 누구를 대상으로 한들 어찌 아깝겠는가.

 

사람들이 애초에 갖게 되는 선입견과 재미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전통공연의 풍미와 멋을 놓쳐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선입견으로 접근은 어려웠지만 공연을 통해 내 좁은 소견을 다시 한번 탓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 같은 공연이 원도심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귀를 쫑긋 기울여 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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