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뱀이 나타났어요!”
지난달 말 제주시 도련동 한 아파트 지하실 입구에 뱀이 출몰했다. 길이가 1.2m에 이르는 큰 뱀이었다. 놀란 주민들은 119로 신고했다.
이날 발견된 뱀은 길이 1.2m에 둘레 6~7cm의 애완 뱀 ‘볼파이톤’이다. 이 뱀은 아프리카의 열대성 우림에 서식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119는 주인을 찾으려 인근 주택가에 2~3일간 수차례 공지했으나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뱀은 현재 제주대 제주야생동물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제주시 삼도동에 대형 이구아나가 출몰해 소란을 피운 일도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 5년여 간 70여 마리의 야생동물이 유기돼 구조됐다.
애완동물 사육인구가 급증하면서 페럿·고슴도치·프레리독·비어디드래곤·이구아나·도마뱀 등 다양한 생물종들이 무단 유기되거나 관리 소홀로 우리를 탈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볼파이톤과 같은 야생동물은 야생동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허가를 받아 양도·양수 증명서에 의거,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네 카페 등에서 구매자에게 적법절차 없이 거래됨으로 인해 판매자 구매자 모두 범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경갑 제주대 제주야생동물센터장은 “일부 야생동물들은 자연환경에 적응할 경우 제주 고유종 피해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여우·악어·원숭이 등 야생동물들이 신고절차 없이 개인 간 불법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도 야생동물들이 유입될 우려가 예상되는 만큼 관련 법률에 따른 엄격한 법적용과 외래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