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와 뇌물수수 문제로 공방을 벌이던 전.현직 경찰간부가 나란히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한 전직 서장에겐 추징금을, 뇌물공여로 몰린 현직 총경 등에겐 '선고유예'의 처분을 내렸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30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제주서부경찰서장 한모(60)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318만원을 선고했다.
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현직 문모(47) 총경과 부하직원 강모(47) 경위, 문모(39) 경위에 대해서는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했다.
또 당시 형사과장이던 문씨(현 총경)가 수사지원비를 횡령해 한씨에게 상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하직원 2명이 자비로 300만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씨는 인사청탁 명목으로 문씨 등 3명으로 부터 2009년 1월15일 현금 300만원과 18만원 상당의 양주 1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 등 3명은 2009년 1월 부하직원 문씨(현 경위)가 경사로 진급하자 한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다.
이 사건은 문씨가 지난해 1월 총경 승진후보로 선정되자 한씨가 그해 10월 26일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며 검찰에 진정하면서 불거졌다.
한씨는 불미스런 일로 2010년 해임된 상태였다. 이후 자신의 내부 감찰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씨의 뇌물에 대해 직무고발을 하지 않았다며 고충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재판과정에서 금품제공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대가성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한씨는 뇌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문씨 등은 조직 관례상 승진에 따른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한씨의 직무상 승진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뇌물공여자 3명은 승진 후 인사조치 등에 대한 불이익을 걱정,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 모두 공직 인사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훼손했으나 돈을 받은 쪽이 더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양형사유를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유예에 대해서는 “승진자는 뇌물이 없어도 승진이 가능했고 인사상 불이익 등 심리적 압박이 영향을 끼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현직 경찰관은 선고유예를 받아 경찰직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한씨와 문씨 등 피고인 4명에 대해 징역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