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행진 중인 제주의 부동산에 또 다른 그림자가 드러났다. 엉터리 건축신고로 땅만 파헤친 뒤 되팔아 고가의 수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정도성 판사는 14일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모(56)씨에게 벌금 2000만원과 함께 징역 8월의 실형을, A주식회사에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사건의 실상은 이렇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임야 5452㎡를 2억5290만원에 샀다. 그리고 그해 7월 산지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중장비로 임야의 잡목과 잡풀을 치워내며 평탄작업을 벌였다. 뒤이어 그는 농산물 창고를 짓겠다는 가짜 건축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씨는 임야 매입 한달만에 곧바로 A주식회사와 되팔았다. 매입가 2억원의 2배를 웃도는 4억3500만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 A주식회사는 다시 이 땅을 3필지로 나눠 시세차익을 남기고 또 되팔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A주식회사와 토지 매매계약을 하면서 '토지 건축허가와 잡목 제거를 해준다'고 특약한 점, 토지소유권을 이전받은 A주식회사가 토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해 제3자에게 다시 이전한 점 등으로 볼 때 토지 개발과 땅값 상승에 목적이 있었고 원상복구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고가 부동산으로 둔갑을 노린 임야 불법 형질변경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서귀포 중산간 산림 3만㎡의 소나무를 무단으로 벌채한 건설업자가 자치경찰에 적발됐다. 마치 소나무에 재선충병이 생겨 자른 것처럼 꾸몄다.
같은 해 7월 자치경찰은 제주시 한림읍 소재 임야 1만723㎡을 훼손한 농업회사법인 대표를 붙잡았다. 해당 법인 대표는 이미 임야 훼손으로 3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자치경찰이 적발한 도내 산림 훼손 건수는 불법형질변경 77건, 무허가 벌채 9건 등 모두 90건이다. 2013년 19건과 비교해 무려 4.7배나 급증한 수치다.
산림 훼손은 제주에 불고 있는 부동산 폭등 바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 전국의 땅값 상승률은 1.67%이며 제주는 전국에서 두번째인 2.81%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공시지가를 놓고봐도 제주지역 평균 땅값은 2007년 3.3㎡당 1만8954원에서 지난해 2만6506원으로 40%나 올랐다.
덩달아 부동산 범죄도 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주택을 지어 분양하고 땅장사를 하는 등 등기부에 명시한 목적 외 사업을 한 농업법인 237곳을 적발했다.
제주지법은 지난해 11월 불법으로 산지를 훼손해 부동산을 개발하려 한 혐의(산지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60)씨에게 징역 8월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주도의 환경보전을 위해 불법 산지전용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점, 토지를 개발해 땅값을 올리려고 범행을 저지른 점, 임야를 원상회복할 의지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