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강한 유감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3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며 "제주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역사는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과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해석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학문이 역사학(歷史學)"이라며 "아이들은 교실에서 역사학을 배우며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레 존중.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실과 미래의 상황을 예측,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함양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며 "도민들은 4.3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존중·인정하면서, 4.3의 아픔을 평화와 화해, 인권 등의 미래 가치로 승화시킨 위대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4·3을 왜곡·폄훼하면서 4·3유족들을 비롯한 도민들이 또 다시 아픔과 상처를 입어야 했다"면서 "이에 이번 정부의 결정이 매우 우려되고 걱정된다. 국정화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취에서 퇴행하는 것"이라며 "다양성과 자율성은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교육 본질적인 면에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다. 민주적인 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제주도교육청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하여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역사의 획일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타 시·도 교육청들과 함께 교육감 권한인 인정 도서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고, 교사들의 수업을 돕기 위한 장학자료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역사교과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과 우리 아이들의 삶이 논의의 중심이 되야 한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