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단 3일간 1563㎜의 강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나 다름 없다. 더욱이 태풍' 나크리'가 밀어 닥친 1일 하룻동안엔 1175.5㎜의 비가 한라산에 쏟아져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3일 제주도 재안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내습을 전후로 지난 1∼3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1일 124.5㎜, 2일 1175.5㎜, 3일 오후 2시까지 263㎜ 등 1563㎜의 강우가 내렸다. 1924년 기상관측 이래 제주도 연평균강수량(1438㎜)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1년 내내 제주 전역에 내린 비의 양을 추월한 '물폭탄'이 단 3일 동안 한라산에 쏟아진 것이다.
물론 태풍 나크리는 2004년 8월18일 태풍 '메기' 내습 당시 세워진 한라산 지역내 1일 최다 강수량 기록(878.5㎜)도 갈아 치웠다. 태풍 나크리가 맹위를 떨치던 2일 단 하루다. 윗세오름과 진달래밭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1일 최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제주기상청은 다량의 수분을 지닌 '나크리'가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673m)의 대형 장벽에 가로 막혀 다량의 비를 뿌린 것으로 분석했다. 윗세오름은 지형적 특성으로 겨울철 강수도 많은 곳으로 연평균 강수량은 제주에서도 가장 많은 4669.4㎜에 이르는 곳이다.
태풍 나크리가 빠져나간 3일 오후에도 한라산 1100고지와 관음사 등지에는 시간당 4∼5㎜의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같은 다량의 폭우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선 일부 지역의 침수피해를 제외하곤 큰 피해가 나지 않았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제주도의 지형.지질특성상 폭우가 집중되는 한라산 고지대를 정점으로 해안지역까지 경사면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건천을 중심으로 자연스런 물길이 형성돼 빗물이 바다로 쭉쭉 빠져 물길이 갇힌 뭍지방의 홍수피해 우려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기상청은 "4일까지 제주도산간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이상의 강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