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주기 4·3희생자 추념식이 정부차원 첫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가운데 안전행정부 주최로 봉행됐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정홍원 총리는 “제주4.3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미래지향의 창조적 에너지로 더욱 승화시켜 온 나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4.3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진전된 노력을 약속했다.
제66주기 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안전행정부 주최, 4.3평화재단 주관으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정홍원 총리를 비롯해 우근민 제주도지사,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 등 각계인사 등이 참여했다.
추념식에 앞서 오전 9시10분부터 위령제단에서는 불교·원불교·기독교·천주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종교 추모의례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국가행사로 처음 치러진 만큼 정치권에서도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대표와 유수택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박대출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신경민 최고위원, 4.3특별법 제정의 산파 역할을 했던 추미애 의원, 제주출신 강창일·김우남·김재윤·장하나 의원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정의당 천호선 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국회의원 의석수를 가진 4개 정당 대표가 모두 참석해 4.3영령과 유족, 제주도민을 위로하는 한편 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은 무산돼 첫 국가추념일 지정에 따른 추모식이라는 ‘4·3해원’의 의미는 반감됐다.
먼저 단상에 오른 정문현 제주4.3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비극에 떠나신 영령님들도 국가에서 시행하는 추념식을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라며 “유족을 대표해 비명에 떠나신 4.3영령님들께 삼가 명복을 빌며 애절한 추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어둠 속에서 위령제로 봉행했던 제례가 올해부터는 전 국민이 함께 하는 빛으로 승화된 추념식으로 진행하게 됐으니, 이는 4.3역사의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는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더 이상의 반복되는 아픔을 겪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근민 도지사는 “오늘 4.3희생자추념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봉행되기까지 참으로 멀고도 오랜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다”며 “4.3희생자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결정된 것은 정부 차원의 과거 역사 청산을 통해 4.3의 올바른 역사 세우기에 한발 나가섰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우 지사는 또 “이는 또 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4.3추념일은 지역을 넘어 국가 의제가 됐고, 세계화를 통한 우리나라가 인권국가임을 과시할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우 지사는 특히 지난해 4.3유족회와 경우회가 충혼묘지와 4.3위령제단을 함께 참배한 사실을 소개한 뒤 “4.3의 해결을 위해 역사에 기록될 모범사례”라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가시적인 예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를 대표해 추념식에 참석한 정홍원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그동안 ‘위령제’로 치러지던 이 행사를 금년에는 정부가 주관하는 ‘추념식’으로 거행하게 됐다”면서 “먼저 4.3당시 안타깝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명예회복을 소망해온 희생자 가족 여러분의 아픔이 덜어지게 되기를 바란다”며 4.3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정 총리는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화합과 상생의 정신은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통합의 수준은 그 나라의 품격과 직결된다”며 4.3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낸 제주도민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4.3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해를 상기하며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관용과 화합으로 승화시켜 미래를 향한 더 큰 발전의 디딤돌을 놓았다”며 “특히 4.3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와 ‘제주 경우회’가 화해의 자리를 함께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국가 차원의 4.3해결을 위한 진전된 노력도 약속했다. 정 총리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나라’도 모든 국민이 하나 되는 ‘통합된 나라’”라며 “제주는 이러한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미래지향의 창조적 에너지로 더욱 승화시켜 온 나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오늘의 추념식이 대한민국이 희망찬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도약하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앞으로 동북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평화의 섬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추념사가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이 다 함께 ‘아름다운 나라’ 노래를 합창했다.
추념식이 끝나자 4.3유족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며 66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4.3영령들을 위무하며 영면을 기원했다.
4.3유족들의 헌화·분향이 진행되는 동안 위령제단에서는 ‘넋이여, 화해의 땅에 함께 하소서’라는 주제의 추모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올해 4.3문학상 수상작 ‘북촌리의 봄’ 시낭송을 비롯해 한국국악협회 제주도지회의 상여소리, 한국무용협회 서귀포지부의 진혼무, 가수 최상돈씨의 ‘애기동백꽃의 노래’ 등이 펼쳐졌다.
첫 국가추념일 행사임에 따라 제주에서의 추념식 외에 서울과 부산에서도 3~4일 분향소가 설치됐다. 일본에서도 도쿄(4월19일)와 오사카(4월20일)에서 추도행사 및 위령제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추념식 진행 과정은 KBS제주방송총국을 통해 30분간 전국으로 생중계 됐다. 제주MBC, JIBS, 제주KCTV도 제주도내에 추념식 실황을 생중계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