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이 근거리 국제항공 운수권 문제를 꺼내들었다. 근거리 국가와의 항공자유화 및 근거리 국제항공운수권의 저비용항공사(LCC) 우선배분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공식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두 항공사 중심의 노선구조가 고착화된 중국, 몽골, 대만 노선의 취항 확대를 바라는 의사다.
제주항공은 17일 최근 국토교통부와 5개 저비용항공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오갔던 사항들을 구체화해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이같은 건의 배경에는 ▲도쿄 하네다를 제외한 한일노선은 항공자유화가 이뤄졌지만 야간운항이 불가능하고 ▲대만의 경우 서울~타이페이 노선이 제외돼 항공자유화의 효과가 적고 ▲항공자유화가 된 동남아시아 지역은 공급 증대로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최인접국 중국의 경우 2006년 산둥성과 하이난성에 한해 부분자유화가 이뤄진 후 항공자유화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데다 서울출발 노선은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보유해 LCC의 노선 참여가 봉쇄돼 있다.
또 제주의 경우 일방적 항공자유화로 인해 중국항공사의 취항은 자유로운 반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취항은 제한돼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정부가 한국발 부정기 운항 규제로 운항횟수 마저 대폭 줄어들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은 우리나라와 중국 간 항공자유화가 이뤄지거나 저비용항공사 새로운 운수권이 부여되면 인천은 물론 제주와 부산, 대구 등 지역공항에서 경쟁력 있는 다수의 노선을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항공사의 증편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시장 참여로 항공여행의 다양한 선택권 확대 등 실질적인 혜택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와 함께 기단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김포기점 국제선 확대도 같이 요청했다. 국내선 야간운항 금지로 밤사이 활용할 수 없는 항공기를 근거리 국제선에 투입해 운용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제선 운항을 위해 인천으로 항공기를 이동시켜야 하는 비효율을 줄여 원가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국내선 중심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이 최근 국제선 허브공항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도 최근 김포국제공항에 LCC전용터미널 건설을 계획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환승수요 유치 등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 기존항공사 중심으로, 김포공항는 지점간 단순이동에 초점을 맞춘 LCC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경 2000km 이내의 도시만 운항이 가능하도록 한 ‘김포공항의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의 완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자유화 확대 또는 운수권 LCC 우선배분이 이뤄지면 LCC로서는 운용기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항공선택권 확대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단순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 측면이 아닌 소비자의 혜택과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 심도 있게 검토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