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영주택은 지난달 29일자 ‘임원 변동’ 공시를 통해 강시우 전 제주도 도시디자인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등재한 사실을 대외에 알렸다.
제주 공직사회 기술직의 최고봉인 도시디자인본부장에 올랐던 강시우 전 본부장은 2011년 6월 “후배 공직자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명예퇴직했다. 기술직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술직 공무원의 꽃인 건설행정 분야 국장직에 오르고 난 뒤 후배들을 위한 ‘아름다운 용퇴’는 이제 전통(?)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그런 그가 명예퇴직 후 3년만에 대기업 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제주도 출신 기술직 고위공무원들이 ‘부영’으로의 발걸음은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현상이다. 제주지역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그룹 사정과 무관치 않다.
부영은 2007년 당시 제주공직사회 기술직 최고위 간부이자 한림공고 출신 학맥의 공무원 수장격인 조여진(전 제주도 환경도시국장)·양팔진(전 제주도 광역수자원관리본부장) 두 전직 국장을 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양 전 국장은 2012년 조 전 국장의 뒤를 이어 제주도 감사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기술직 출신뿐 아니라 일반직 중에서도 부영과 연을 맺은 고위공위자들은 또 있다.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일반행정직 출신의 홍원영씨는 2010년 퇴임 후 부영CC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부영그룹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 남광개발 경영을 맡다가 지난 2012년 6월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제주도교육청 고위간부를 지낸 정동진 전 관리국장도 2005년 남광건설산업(주) 사장에 발탁된 데 이어 부영CC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가장 최근까지 부영과 연을 이어간 고위공직자 출신은 고용삼 전 문화관광스포츠국장. 앵커호텔 인수 과정에서 제주앵커호텔 대표이사로 나서 큰 역할을 했고, 이후에 그룹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주)으로 자리를 옮겨 연을 이어가고 있다.
부영그룹이 제주의 고위공직자 출신을 잇따라 영입하는 데는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행정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사정에 맞춰 제주도 고위공직자 출신이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행정의 로비 창구나 방패막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에 대한 보존문제를 놓고 도의회와 첨예한 논란을 벌여온 부영이 추진하는 사업마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 의혹의 대상이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조차 제주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인 부영호텔의 설계변경 등 적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솜방망이 처분을 내놔 의혹을 더 키웠다. 당시 공직 안팎에서는 부영의 녹을 먹었던 모 감사위원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제주도내 시민단체의 한 간부는 “부영이 일을 쉽게 처리하고자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쥐는 것 같지만 이는 거꾸로 언제든 특혜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제주의 고위공직자 출신 역시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사회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퇴직후 일정기간 관련업계 재취업 유보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