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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학술·문화예술단체, 제주지방기상청 신청사 반대…왜?
옛 공신정이 있던 자리…“일제 문화말살정책 국립기관이 답습”

역사문화유적지에 제주지방기상청 신청사가 세워질 예정이어 제주지역 학술·문화예술단체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어서 더 그렇다. 신축 청사의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일제강점기 근대적 기상관측기관으로 도입된 ‘제주측후소’의 후신이다. 일제는 1923년 제주성의 동북치성 위에 ‘제주측후소’의 청사를 짓고 동성의 성곽 위에 관측기구를 시설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청사가 비좁고 최신 관측장비의 도입, 현대적 업무공간의 확보를 위해 청사신축을 계획했다. 제주기상청은 이를 위해 제주시 동문로 산지천 언덕 위의 중앙감리교회터를 지난해 사들였다. 현 건물지와 연결된 일도1동 1186번지 등 11필지 6636㎡ 부지다.

 

제주기상청은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3층 3275㎡ 규모의 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착공해 내년 10월 준공할 계획이다.

 

이미 제주중앙감리교회는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태. 현재 신축 부지에서는 문화재 발굴에 들어갔으며 발굴 현장에서 주초석 2기가 발굴됐다. 또 그동안 잃어버렸던 주춧돌 10여 개 중 초석 6기는 제주시가 중앙감리교회 측으로부터 기증받기도 했다.

 

문제는 문화재 발굴 현장이 공신정(拱辰亭)터라는 것이다.

 

공신정은 제주성 동성 경관 최고의 정자였다. 일제가 이곳에 신사를 짓기 위해 공신정을 강제로 헐어버렸다. 광복 이후 일제의 신사는 건입동 청년들에 의해 부서졌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 온 도인권 목사가 피난민교회인 가설 ‘제주읍교회’를 세웠고 이후 정부소유였던 이 땅을 도 목사가 사들여 교회건물을 지었다.

 

그 교회가 제주감리교의 시발점인 제주중앙교회였다. 교회설립 당시 제주읍내 원로들은 ‘공신정이 있던 명승지’라며 교회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도 목사가 명승지 주변경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땅은 도 목사에게 넘어갔다.

 

이러한 역사유적지에 제주기상청이 신청사를 짓겠다고 하자 제주지역 학술단체와 문화예술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신청사 건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특히 신축 장소가 역사유적지로 청사를 짓는 것은 일제의 식민지문화말살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반민족적 처사라는 것이다.

 

제주학회·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제주대박물관·제주역사문화진흥원·제주고고학연구소·제주문화유산연구원·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제주전통문화연구소·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제주도연합회·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탐라미술인협회 등 13개 단체는 6일 성명을 통해 제주지방기상청 신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공신정터의 청사신축문제는 단순히 전통정자 하나의 복원에 관한 문제가 아닌, 주변 경관 전체에 대한 역사문화유산 및 경관회복의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선시대 제주목사였던 노봉 김정이 남긴 ‘마을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실은 성안에 있으면서 산림과 샘과 돌들이 맑고 그윽하니, 아마도 이곳은 하늘이 만들고 땅이 숨겨둔 곳이다’는 글을 인용, “공신정터의 아래 20m 높이의 절벽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천연의 단애구역과 그 주변을 이르는 말”이라며 “현재 3~4층의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어 단애의 석벽인 병풍바위들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지만 현재에도 단애 전면의 건축물들을 걷어내면, 과거 노봉이 찬탄해 마지않았던 병풍바위가 그 당시대로는 아닐지라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그렇게 된다면 중인문, 삼천서당, 결승정, 공신정, 동북치북성으로 이뤄진 조선시대 성내 최고의 경관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며 “중인문터가 발굴된다면 이 일대의 조선시대 전체경관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탐라광장사업과 맞물려서 전통문화경관이 복원돼 산지천변의 핵심적인 경관지로 활용된다면 문화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유산을 복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공신정’은 향후 제주성의 정비복원에 있어서 반드시 복원돼야 할 주요 누정”이라며 “공신정을 중심으로 향후 이 단애지역 전체의 경관을 복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비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더불어 “공신정터 위에 세워질 3층 규모의 새 기상청 건물은 공신정의 복원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명승지였던 공신정 인근의 전체경관을 영원히 복구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역사문화유적지에 청사를 짓는 일은 일제의 식민지문화말살정책을 국립기관이 그대로 답습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분괴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조성된 근대적 기관들은 과거 조선 정부의 주요경관 또는 시설 등 왕조의 권위를 나타내는 건축물들을 지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위치가 선정됐다”며 “제주측후소를 굳이 제주성 성곽과 치성 위에 건립한 것은 일제의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일제의 근대식(?) 건축조성과 도시개발 및 경관정책은 500년 전통의 조선경관의 해체와 일본식 경관의 대치를 통한 민족적 기억의 단절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식민지 문화말살정책의 산물임도 강조했다.

 

이들은 “기상청이 굳이 이 장소에 청사를 신축하겠다는 것은 문화·역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대로 일제의 식민지정책의 의도를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만 기상관측시설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현재 90여 년간 운용돼 온 기상관측기구를 그 자리에 그대로 존치·운영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기상관측기록의 연속성 확보는 기상청의 신축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는 현재의 기상관측시설의 존치를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현 관측장비시설의 존치를 반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또 “공신정터와 제주성 복원 역시 중요한 문제”라며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상관측장비구역은 정확히 제주성의 성곽부에 그대로 존치시키고 공신정터의 청사 신축만은 다른 장소로 이전하면 된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아울러 “이번 청사신축문제가 과거 일제에 의해 말살된 우리의 전통문화 복원과 관련해서 중차대한 문제임을 직시하고 대국적 견지에서 청사 신축문제를 재고해 달라”고 정중히 요구했다.

 

이들은 사태를 방기한 제주도정을 향해서도 일침을 놨다.

 

이들은 “그동안 제주도가 공신정과 삼천서당 등의 중요성을 적시한 문화재 자료집 등을 발간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문화재지도에 이 구역이 중요한 유물산포지로 명기돼 있었음을 상기한다면, 행정절차 과정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거르고 갈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이 있다”며 “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제주기상청은 “제주기상청 관측기구는 세계기상기구에 등록돼 있다”며 “관측지점을 옮기게 되면 지난 100년 동안의 자료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재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제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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