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대를 사방으로 포위한 채 자진해산 명령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석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주지방경찰청과 서귀포경찰서장에게 각각 주의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촛불시위대 해산과정에서 시위대를 사방으로 포위한 채 자진해산 명령을 하고, 포위된 시위대에게 해산명령 불응 시 법령에서 규정한 것보다 무거운 처벌 가능성을 고지하면서 이미 해산한 시민을 강제로 경찰 포위망에 밀어 넣은 것은 집회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김성근 제주지방경찰청장에게는 강언식 서귀포경찰서장에게 주의조치를, 강언식 서장에게는 소속 경비교통과장에게 주의 조치하라고 각각 권고했다. 이와 함께 소속 경찰관들에 대해 집회 해산절차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도 궈고했다.
강정마을 주민 A(50) 등 진정인 200여명은 2011년 10월 29일 밤 10시쯤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앞을 지나는 촛불행진 도중 10여발의 폭죽을 터트렸다는 이유로 경찰이 경고방송 등의 절차 없이 강제고착을 한 뒤 해산절차를 진행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 측은 “행진대열에서 대형 화재와 인명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폭죽 발사행위를 기습적으로 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시위대를 고착하고 해산절차에 들어갔다”며 “20분 만에 주최 측이 해산하겠다고 약속해 고착을 풀고 해산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또 “해산한 시민을 포위망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은 것, 해산명령을 하면서 해산명령불응죄의 처벌조항을 잘못 고지한 것은 ‘업무착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금지된 집회·시위라도 해산 시에는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금지된 집회와 시위에 대해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3회 이상 해산명령을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비로소 직접 해산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촛불행진이나 폭죽발사 행위에 대해 피진정인들(경찰)이 해산절차에 들어간 것은 불가피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하지만 해산대상 집회·시위라고 할지라도 강제 해산을 시도할 때는 관련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 충돌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최소한의 퇴로도 열어주지 않고 자진해산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경찰들은 200여명의 시위대를 약 20분 동안 사방으로 포위한 상태에서 단계적 해산을 위한 안내나 최소한의 퇴로도 열어주지 않은 채 자진해산요청과 해산명령을 한 것을 확인됐다.
게다가 시위대를 포위한 상황에서 이미 해산한 시민과 기자를 강제로 포위망에 밀어 넣었고, 해산명령불응죄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데도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고지한 것도 확인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경찰의 이 같은 행위는 관련법 등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다. 또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