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멧돼지 개체수와 활동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나타난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한라산국립공원과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멧돼지의 분포와 행동권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그 조사결과는 한라산연구소가 발간한 조사연구보고서 12호에 보고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라산엔 멧돼지 약 2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사면에서는 해발 400~1000m, 남사면에는 해발 450~1200m, 동사면은 450~1350m 사이의 지역에 각각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사면은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에서는 해발 150~200m 사이의 분포를 제외하면 해발 800~1000m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2010년 조사 당시 보다 개체수나 분포지역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조사 당시에는 470여 마리였다. 분포지역도 해발 200~1500m 사이에 분포했지만 현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400m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는 2010년 멧돼지가 외래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돼 포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체수는 평균 k㎡당 0.34마리로 분석돼 전체적으로 약 200여 마리로 파악되고 있다. 행정시 별로는 제주시 지역이 평균 0.278마리, 서귀포시 지역은 0.355 마리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서귀포시 지역이 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권은 수컷이 평균 111.14ha, 암컷은 28.52ha로 암컷에 비해 수컷의 행동권 크기가 넓었다.
멧돼지는 우제목 멧돼지과에 속하는 종이다. 제주에서는 1295년 멧돼지가죽 76두를 조공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고 1899년 제주읍지에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사냥했다는 기록 등이 남아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제주에서도 멧돼지가 자연에 서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2001년, 100여년 사이에 멧돼지 관찰기록이 없기 때문에 원래 제주에 서식하던 멧돼지는 1900년부터 1930년 사이에 멸종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4년 6월 한라산 단속직원이 아흔아홉골을 순찰하던 중 수컷 1마리를 발견하면서부터 멧돼지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사육 중 탈출한 멧돼지 2~3마리 중 한 마리로 밝혀졌다. 때문에 현재 한라산에 서식하는 것은 외래종으로 분류됐다.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지속적인 포획작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멧돼지의 다산성 때문에 급격한 개체수 감소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분포지역은 줄고 있으나 일부 포획 및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제주의 외래동물인 멧돼지에 의한 생태계 유해방지 및 농작물 피해,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분포·개체수 변화·행동권을 조사 연구해 효율적인 관리 방안 마련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