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간 돌문화의 가치를 되살려 인문학 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를 ‘현무암 석상의 보물섬’이라 말하며 끊임없이 제주의 돌문화를 연구해 온 미술평론가이자 제주문화연구소장인 김유정 소장이 <제주의 돌문화>를 펴냈다.
저자는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제주를 ‘돌·바람·여자·말·가뭄(물)이 많다’는 5다(多)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에서도 단순히 돌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 5다와 연결 지어 제주인들의 '돌'과 관련된 삶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장과 2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은 제주인의 삶속의 돌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2장에는 저자의 제주도 동자석에 관한 연구 논문을 실었다.
저자는 1장에서 제주의 돌에 대해 ▶집담, 원담 등 생산성의 돌문화 ▶정주석, 연자매 등 생활성의 돌문화 ▶각종 성담, 연대와 봉수대, 거욱대 등 공공성의 돌문화 ▶동자복, 서자복 미륵을 비롯한 동자석, 미륵 등 신앙·의례와 관련된 종교성의 돌문화 등으로 구분했다.
특히 독특한 제주의 돌담에 대해 “제주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경관을 이루는 것이다. 지형에 어울리는 풍토적인 장관을 이룬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산담에 대해서는 “제주의 산담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무암을 가지고 땅에 그린 대역사(大役事), 대지예술(Earth Art)이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해 “불탑사는 20세기 초에 원당사지에 창건된 절이다”면서 “그 이전에 있었던 원당사의 이름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제주의 밭담의 기원에 대해 1200년대 판관으로 재임했던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에 의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제주 토착 지배 세력에게 고통 받는 평민들을 위해 밭에 돌로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들게 했다”며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勝覽)’과 이원진(李元鎭, 1594~?)의 ‘탐라지(耽羅志)’ 내용을 인용해 설명했다.
이 책의 2장에 담긴 제주도 동자석에 관한 연구 논문은 저자가 30대 후반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는 제주 동자석에 대해 “제주의 동자석은 17세기부터 세워졌다. 16세기부터 세워진 육지보다 1세기 늦게 세워졌다”며 “제주인들은 육지에서 전해오는 유교문화를 무속과 민간신앙 등 풍토에 바탕을 둔 독창적인 제주만의 토착미로 만들어냈다. 한국미를 풍요롭게 해 줄 또 하나의 독립된 미학의 세계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제주 돌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돌문화 용어’도 수록했다.
한편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은 이중섭미술관 운영위원과 제주문화원 자문위원,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귀포문화원. 비매품.
문의=064-733-3789(서귀포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