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삼겠다. 도민이 도정의 주인이고 도정의 목적도 도민이다. 도정의 힘도 도민이다.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담대하게 나가겠다.”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재선에 성공한 그의 일성이었다. 원 지사는 민선 6기 제주지사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큰 꿈’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때에도 그는 ‘제주도민당’을 강조하며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다. 민선 6기의 마지막과 민선 7기의 시작을 “도민만 바라보겠다”로 시작한 그였다. 민선 7기가 시작되고 4개월여가 지나 당시 자유한국당이 원 지사 영입 움직임을 보이자 그 때에도 원 지사는 “도민만 바라보고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과 시선은 '도민만'이 아닌 듯하다. 2019년 들어서는 공식석상에서 현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그 해 4.3추념기간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선 축사
▲ 대규모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건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잇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마중물이 되도록 재정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초유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역대급 나랏돈 풀기다. 단일 규모로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돼 국회로 넘어갔다. 한해에 세차례 추경 편성은 1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1ㆍ2차에 이어 3차까지 총 59조2000억원 규모 추경이 더해지며 나라 곳간에 경고음이 켜졌다. 정부는 3차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23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 여파 등으로 인해 지난해말 728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올해 840조2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불과 6개월 사이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43.5%로 높아진다. 대규모로 재정을 쏟아붓는데도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성장률은 0.1%, 일자리 증가율은 0%다. 경제 상황이 현상 유지도 벅찰 정도로 엄혹하다는 뜻이다. 1분기 성장률이 1.3% 뒷걸음질했고, 2
인도 출신으로 드물게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른 M.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 감독의 1999년작 ‘식스 센스’는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초자연·심리·스릴러 계열쯤 될 것 같다. ‘육감’이라는 문제 자체가 분석적·이성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초자연적이고 심리적인 영역일 듯하다. 이번엔 식스 센스 속으로 들어가보자. ▲ 우리 사회의 문화.체제.제도 모든 부문에 수많은 '불편한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스 센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 그해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샤말란 감독의 각본을 읽어본 월트 디즈니사의 사장이 회사의 검토 절차와 승인도 없이 그 자리에서 300만 달러에 판권을 덥석 사버릴 정도로 신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뛰어난 각본이었던 모양이다. 타이틀 롤은 브루스 윌리스가 맡고 있지만 ‘다이하드’ 시리즈를 통해 악당들에 맞서 혈혈단신으로 족히 1개 사단에 맞먹는 전투력을
▲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집권 여당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입법적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돈만 풀었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통화ㆍ재정정책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3월 ‘빅컷(1.25%→0.75%)’을 포함하면 두달 새 0.75%포인트 인하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등 ‘한국판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기구에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자세다. 정부는 곧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코로나 치료제이자 백신이라며 ‘전시戰時재정’을 주문했다. 집행 중인 1차 추경(11조7000억원), 2차 추경(12조2000억원)이 24조원이다. 3차 추경은 40조원 이상 규모로
아서(Arthur)가 출근하는 곳은 어릿광대 인력사무소다. 직장동료들을 만나는 장소라기보단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대합실에 가깝다. 자주 보는 사이지만 “Hi” 한마디 외엔 달리 섞을 말이 없다. 복잡한 도시는 사람으로 넘쳐나지만 아서에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 외롭다.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보다 양보하기 어려운 게 사회적 욕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한 징후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 5단계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 돌아왔을 때 아서를 기다리는 건 침대에 몸져누운 홀어머니뿐이다. 불행하게도 아들의 따뜻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는 ‘엄마’가 아니다. 오히려 아서가 챙겨야 하는 ‘짐’이다. 아서는 퇴근해서 돌아와 기계적으로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은 반려견에게 개밥 깡통을 하나 따서 놓아주듯, 어머니 침대에 저녁식판을 가져다놓고 옆에 앉아 멍하니 TV를 본다. 하루 종일 혼자 빈집에서 TV만 보던 ‘엄마’는 아서에겐 아무런 관심도
▲ 21대 국회에서도 '동물국회' 행태를 연출했다가는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한국 정치에도 협치를 요구한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국회법(5조)에 따르면 최초 임시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하고, 이 기간 내 원院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단은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전반기 2년을 맡을 국회의장단 후보들은 확정됐거나 확정을 앞두고 있다. 법정시한 내 개원을 지키지 못한 역대 국회가 적지 않았듯 21대 국회도 원 구성부터가 염려스럽다.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과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 권한 폐지 여부다.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의 관례대로라면 미래통합당 몫이다. 그런데 177석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시각이 바뀌었다. 야당 법사위원장과 체계ㆍ자구심사권이 정부 여당의 주요 입법을 가로막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나섰고, 미래통합당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의 또다른 걸림돌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행보다. 미래통합당과 합당은 한다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9석의 한국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였다. 1993년 2월 말 취임한 YS의 뇌리엔 군사독재 종식과 역사 정통성 확립이 가장 큰 그의 과제였다. 그는 ‘역사 바로세우기’란 간판을 내밀어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압하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그들은 곧바로 ‘12·12 반란의 수괴이자 내란음모의 주역’으로 낙인 찍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역사 바로세우기’가 한창이던 그해 초가을 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봤다. 필기전형중 하나인 논술의 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와 철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난감한 주제였다. 민족정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보면 경복궁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은 마땅히 철거돼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논리도 만만찮았다.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은 철거가 아니라 보존·존치해 후대의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총독부에서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미 군정청, 이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중앙청으로 쓰이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은 결국 YS정부에서 비운을 맞았다. YS 정부는 이후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 1995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고담’시에서 아서는 혼자는 끼니도 해결 못하는 홀어머니와 허름하고 쇠락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아간다. 무인도와 같은 삶이다. 어머니가 어느날 “사람들이 어느 시장 후보가 참 좋다고 하더라”고 아서에게 말한다. 아서는 ‘누가 그러더냐? 엄마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 사람들은 '양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음지'에서라도 인정받기를 원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는 “TV에서 그러더라”고 방어한다. 딱한 장면이다. 아서가 하는 일이라곤 일용직 광고홍보맨을 파견하는 사무실에서 소개해주는 업소나 행사장에 찾아가 ‘광대’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게 전부다. 그런 아서의 초라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의 투명인간에 가깝다. 영화는 우울한 투명인간 아서가 그에게 어울릴 법한 허름한 보건소 사무실에서 권태로워 보이는 의사에게 우울증을 호소하며 처방약을 늘려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 정부 혼자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 [사진=뉴시스]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실업에도 몰아쳤다. 예견된 사태지만, 4월 고용동향이 보여준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은 심각했다. 실업자 증가 속도가 무섭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실업충격은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3~4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음식ㆍ숙박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실업자 급증세가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 여파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다. 실업 팬데믹을 차단하는 데 민관이 지혜와 힘을 합칠 때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5월 중 열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둘 다 참여하는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유지와 해고 금지를 요구한다. 경영계는 고용 및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한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되 90% 고용 유지 조건을 달았다.
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 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서로 어긋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인공 남녀가 사랑하지만, 꿈 많은 여주인공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세월이 흘러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고, 이번에는 여자가 청혼하지만 남자가 거절한다. 여주인공은 수습이 안 되는 이 ‘뻘쭘한’ 상황을 ‘어릿광대’라도 등장해서 수습해 줬으면 한다. ‘Send In the Clowns’의 노랫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실제로 중세시대 뮤지컬에선 출연자들이 대사를 잊는 난감한 상황에 대비해 어릿광대를 대기시켰다고 한다. 이 ‘불후의 명곡’은 영화 초반에 한번 등
▲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문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해야 할 일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대주주 중심 경영에서 소액주주, 종업원, 하청기업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때로 잘못을 한다.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는 이른 시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사태 초기에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나 기업과 정부의 책임자가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스스로 나서야 한다. 잘못과 실수를 솔직히 그대로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마음이 상한 상대방이나 소비자, 국민의 기분이 풀리고 사태도 점차 누그러진다. 사과는 그 시기와 사과 대상, 사과 발언의 내용과 사후 조치 등 네 박자가 어우러져야 통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상황을 납득시키는 단계를 넘어 피해자를 감동시키거나 사태를 반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죄하면서 일방통보에 그치거나 말로만 사과하고 후속 조치가 없으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과 삼성의 과오
▲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 [제이누리DB]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아우성이었다. 소나무 숲이 붉게 물들어가는 재선충 전염병이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푸른 숲은 단풍이 든 것처럼 병들어 가고 있었다. 확산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일반인들조차도 걱정이 늘어갔다. 7대경관 선정 발표에 큰 성과로 착각하던 조배죽들은 유권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읽지 못하였다. 천재지변에 대응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최우선이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리면 사태를 수습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어 버린다. 오랜 기간 현장 경험과 치밀한 학습으로 갖추어진 전문가의 판단이 결정적이다. 제대로 된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조기에 진압하라‼”고 엄명을 내렸을 것이다. 덧붙여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재난대응 총력태세로 전환하였을 것이다. 반대로 간신들의 모습은 이 때 드러난다. 지도자를 골치 아프게 하는 문제점을 묻어버리고 그들의 책상 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큰 문제가 터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