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관광객 피살 사건에 이어 흉기를 든 강도가 혼자 걷던 여성 탐방객을 위협, 돈을 빼앗으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강도미수 피해 여성은 지난 달 부터 시행 중인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리는 '원터치 SOS' 단말기를 챙기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모(34·여·서울시)씨가 2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올레 14-1코스인 제주시 한경면 청수곶자왈을 혼자 걷다가 오후 2시30분께 강도범을 만났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강도가 자신에서 흉기를 보이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강도는 이씨가 3만1천원을 꺼내 보여주자 "더 없느냐"며 빼앗지 않고 "다음부턴 올레길을 혼자 다니지 마라"고 말한 뒤 대정읍 무릉리 방면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이씨는 SOS 단말기를 챙기지 않아 위급상황을 바로 알리지 못하고 범인이 달아난 3분 뒤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다.
이후 이씨는 오후 2시47분께 119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 9분 만에 대정119센터로 옮겨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20대 중반에 키 175cm가량 되는 보통체격의 남자로, 간편한 등산복에 검정 재킷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주변 폐쇄회로 TV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월 제주 올레길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탐방객 안전대책으로 버튼 하나로 위급상황을 알리는 ‘제주 여행 지킴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관광객이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목걸이형 단말기를 대여받은뒤 위급상황에 닥칠 경우 단말기 버튼을 눌러 신고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단말기 버튼을 누르면 제주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설치된 관제모니터로 긴급호출이 이뤄진다. 경찰은 GPS를 통해 관광객의 위치를 추적, 현장으로 긴급출동명령을 내리게 된다. 현장 상황은 단말기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10초 단위로 영상촬영돼 112상황실로 보내진다.
경찰은 단말기 300대를 제주공항과 제주항의 관광안내센터, 올레 종합안내소 등에 배치해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여하고 있다. 단말기는 대여와 동시에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되는만큼 개인정보 동의서에 신청서명한 관광객에 한해 대여된다. 단말기를 반납하면 동의서와 신청서를 현장에서 모두 파기해 개인정보 자료를 없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