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 가 내습한 제주에 폭우와 강풍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5년 전 9월 16일 제주를 강타해 13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나리'급에 견줄만한 폭우로 하천 범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시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하천 범람으로 주택이 침수돼 주민 10명이 구조됐다. 또 해안 저지대 33가구 59명이 대피했다.
일부 도로 교통이 통제되고 제주공항은 항공편 운항이 전면 금지됐다.
17일 오전 3시15분께 태풍 '산바'에 의한 폭우로 제주시 연동 하천이 범람, 한전 변전소 앞 주택이 물에 잠겨 주택 내부에 0.5m가량 물이 차올랐다. 이 때문에 주민 김모(40·여)씨 등 성인 3명과 박모(7)군 등 어린이 6명이 고립됐다가 119에 의해 구조됐다.
오전 2시25분에는 제주시 일도동 동문시장 부근 남수각 복개부지 하천수위가 0.5m까지 차오르자 민방위경보 사이렌이 울려 주민들이 대피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오일시장 인근 등 상습침수지역 주택과 상가 70여가구도 물에 잠겼다. 주택 침수로 11가구 1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풍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1만9천900가구가 한때 정전이 발생했다. 오전 7시 현재 165가구는 아직 복구되지 못했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과 한경면 판포리,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과 위미2리 등 해안저지대 월파 피해 우려가 높거나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노후 주택 등의 33가구 59명도 마을회관이나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에는 시간당 30∼50㎜, 많은 곳은 80㎜의 강한 비가 내려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한라산 진달래밭 583㎜, 윗세오름 573.5㎜, 제주시 아라 518㎜, 선흘 497㎜, 제주 324.7㎜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바람도 거세져 최대순간풍속(초속)이 고산 35.8m, 가파도 32.6m, 마라도 29.3m, 태풍센터 28.8m, 제주 26.9m, 서귀포 24.3m를 보였다.
태풍 '산바'가 몰고 온 강한 비바람으로 17일 오전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한 데 이어 이날도 정오까지 제주 도착 52편, 출발 44편 등 모든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공항에는 현재 태풍경보와 윈드시어(wind shear) 경보, 저시정 경보가 내려져 있다.
또 태풍 영향으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5개 여객선 항로와 제주 부속 섬을 연결하는 뱃길 운항도 이틀째 전면 중단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각종 선박 3천여척이 대피해 있다.
월파와 낙석 위험이 높은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로, 섭지코지 해안도로, 보목동 검은여 입구~동부하수종말처리장, 표선~세화2리 해안도로도 전면 통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