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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학] 광고는 매출 증대 위한 수단 ... 하지만 고정된 성역할 논란
젠더 감수성 중요한 시대 ... 혁신적 가치 담은 광고 효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 후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들이켜는 남성과 집안 청소를 마친 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성.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들이고, TV 광고에서 흔히 접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다시 말하면 남녀의 성역할이 우리에게 고정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광고계에선 이런 고정관념을 바꾸고 성평등을 강조하는 광고가 한번씩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월드컵 축구경기가 있는 날, 저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TV 앞에 모여든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자 누군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엉덩이를 들썩인다. 아이는 마치 축구선수라도 된 것처럼 축구공을 꼭 품고 경기를 시청한다. 

5년 전, 중동의 한 나라에서 공개한 국내 대기업 TV 광고다. 월드컵을 앞두고 해당 국가에서 TV 판매량을 늘려볼 생각으로 제작한 광고였는데,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광고 내용이 문제였다. 

화질 좋은 TV로 월드컵을 함께 즐기라는 취지로 만든 광고였지만 누리꾼들은 광고 속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문제 삼았다. 남성들이 축구경기에 집중하고 열광하는 동안 옆에 앉은 여성들은 아이에게 간식을 건네거나 잡담하거나 뜨개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광고”라고 지적하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광고는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당연히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서 주목을 끌어야 하고 소비자의 니즈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 사회의 보편화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TV 회사 입장에선 가부장제가 강한 중동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광고였을 테니 억울했을 법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광고에 성차별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광고모델을 예로 들어보자. 남성에겐 주로 ‘힘’ ‘도전’ ‘성취’ ‘전문성’이라는 키워드를, 여성에겐 ‘아름다움’ ‘배려’ ‘공감’ ‘화합’ 등의 키워드를 적용한다. 전문성을 강조해야 하는 법무법인이나 병원, 금융 분야의 광고에 여성모델보다는 남성모델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엔 가정생활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자. 아내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남편은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거나 서재에서 일을 한다. 이런 점은 광고뿐만 아니라 더빙한 외화에서도 나타나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반말을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게 다반사다.

많은 광고가 여전히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의 가치와 행동을 바꾸고 사회 또는 문화를 이끄는 광고도 있다. 혁신적인 가치를 담은 광고는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에 들어가고, 소수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이를 확산한다. 영국의 미용ㆍ위생용품 브랜드 도브(Dove)의 ‘Real Beauty Campaign’이 대표적인 예다.

도브의 광고는 평범한 여성이 화장과 기술적인 보정을 거쳐 얼마나 멋진 여성으로 변신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실제(real)가 아닌 왜곡된 미의 표준에 어떻게 세뇌돼 자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양성평등 측면에선 아직 보편적이지 않지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남성이 전기밥솥과 샐러드소스를 광고하고 여성 격투기 선수가 스포츠 의류를 광고하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1970~ 1980년대 남성화장품 광고모델은 암벽을 타거나 거친 바다에서 요트를 몰며 사나이의 야망과 파워, 세계를 향한 도전을 외쳤다. 지금은 어떤가. 남성미 넘치는 모델 대신 희고 고운 피부를 자랑하는 예쁜 모델이 등장한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이 몇년 전 중산층 백인들이 주로 등장하던 호텔 광고에 게이커플과 다문화가족을 모델로 세운 것도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던 광고의 주요 목적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사회 구성원 다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해당 제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와 인권, 평등과 관련한 이슈는 조금 다르다. 소수의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급속도로 확산하고, 결국 다수가 수용한다. 비록 다수의 소비자가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도 이런 바람직한 가치를 구현하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성평등을 주제로 하는 광고, 펨버타이징(feminism+advertising)이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논란도 호응도 많지만, 기업들이 매출 증대 이상의 가치를 얻고 싶다면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젠더 감수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엔 더욱 그렇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경자 가톨릭대 교수·김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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