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57)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취소되자 그 폭력의 내용을 두고 제주사회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7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학폭피해 대상자가 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큰 문제의식을 갖는다"면서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학부모의 인식이 저급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한다. 제주지역에 있는 공직자로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 임명 결정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 변호사를 2년 임기의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정 변호사는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전했다.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임기는 지난 26일부터였다.
현재 20대인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면서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 A군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행정소송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A군에게 '돼지 새끼', '제주도에서 온 새끼는 빨갱이' 등 비하발언을 하며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A군이 다가오면 “더러우니 꺼지라”고도 자주 말했다. 후배들 앞에서 A군이 말하려고 하면 “돼지는 가만히 있으라”며 가로막기도 했다.
피해학생은 이 사건으로 정씨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도 받았다.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반면 정 변호사의 아들은 정시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했다.
오 지사는 이와 관련해 "학폭 관련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관련 제도에 미비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면서 "해당 지역 지자체 및 교육청 등과 협의를 통해 타 시.도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주출신 학생들이 다시는 이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교육청과 빠른 시일 내에 위원회를 열어서 타 시.도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주 중.고등학생의 규모를 파악하고 그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피해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시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