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표 봄축제인 제주들불축제의 개최 여부를 놓고 주최 측이 고심하고 있다.
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 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다.
제주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라는 주제로 제24회 제주들불축제가 예정돼 있다고 8일 밝혔다.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축제다.
특히 올해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 행사는 ‘들불콘서트’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연출될 예정이었다. 레이저 드로잉쇼, 화산쇼 등을 마련해 모두가 함께 즐기며 희망의 기운을 나눌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오름에 불을 놓는 이번 축제가 재난급 화마가 연상될 수 있어 재난을 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들불축제 개최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민은 제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 산불로 고통받는 강원도민들을 생각한다면 (들불축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예산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도움을 주든지, 도민 이름으로 성금을 지급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들불축제를 개최하는 것으로 예정했지만 축제위원회와 내부적으로 협의를 해서 개최 여부나 혹은 연기 여부, 방식 등 총괄적으로 결정을 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8일 오전 6시까지 2만1772ha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울진 1만6913ha, 삼척 772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 피해가 추정된다.
역대 최대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면적(2만3794ha)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울 면적(6만500ha)의 3분의 1 이상이고,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75.1배, 축구장(0.714㏊) 3만493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국방부는 8일도 병력 1950여명과 헬기 48대를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