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앞 광장에 현장실습 사고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였다. 교육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19세의 나이에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민호군을 추모하기 위한 두 번째 촛불 집회에서다.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현장실습 폐지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군의 생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촛불문화제에 이어 두 번째 촛불집회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부터 학생, 어른에까지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파견형 현장실습제도의 전면폐지 ▲반인권 반노동 살인기업에 대한 불매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김경훈 시인은 추모시를 통해 “청춘의 꿈을 목조른 것은 청춘을 공짜 인력으로 바꾸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프레스 기계”라며 “왜 꽃다운 청춘을 데려가는가. 왜 꿈들을 말살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인은 이어 “그 꿈을 키워주지 못해 죄스럽다. 욕된 사회를 바꾸지 못해 부끄럽다”고 외쳤다.
인권운동가 김지수씨는 현장실습 사고 기업의 상품불매와 관계자들의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제 2의 이군이 나올 수도 있다”며 교육부의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경엽 전교조 기획관리실장은 “고인의 영정 앞에 크나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업계고에서는 해마다 현장실습으로 인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나쁜 제도를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교육부는 조기취업형태의 현장실습을 패지하겠다며 학습중심 현장실습 3개월을 내놨다”며 “이는 그 3개월을 취업준비기간이라는 말로 미화시킨 것이다. 일반노동자와 같이 일하면서 최소 임금도 주지 않는 열정패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교육부는 겨울방학 두 달을 취업기간으로 전환해 운영하겠다고 했다”며 “결국 5개월의 현장실습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이번 제주의 사건은 현장실습이 임금노동으로 변질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직업계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관련 제도 폐지만이 근본적인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정답이다. 학교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참교육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는 이후 고등학교 래퍼팀의 공연과 노래공연, 자유발언과 해당업체의 제품을 깨는 불매 퍼포먼스 등의 행사로 이어졌다.
한편, 당초 지난달 21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이군의 장례는 6일에서 7일쯤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음료제조공장에서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달 19일 새벽 숨을 거뒀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