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됐던 '유커'(游客)들이 다시 제주땅을 밟을 것인가? 한국과 중국 정부가 31일 관계개선을 위한 협의문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동안 불어닥친 중국관광객 한파가 풀릴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국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모드로 들어설 것으로 보여 제주도 역시 다시 중국인 손님을 맞을 채비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31일 오전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문’을 공동 발표했다.
양국 정부는 이 협의 결과문을 통해 “양측은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양측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한-중 해빙 움직임에 맞춰 제주관광공사는 곧바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외교부가 발표한 협의 결과문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제주는 그동안 급감한 중국관광객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셌던 곳이다. 지난 3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갈등이 불거져 중국 정부로부터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지고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90% 가까이 사라졌다. 그만큼 제주 관광시장에 파장이 컸다.
제주도에 따르면 9월 한 달 중국인 관광객은 3만75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만6431명보다 88.9%가 줄었다. 올들어 9월까지 전체 중국인 관광객은 65만5761명으로 지난해 243만5437명에 비해 73.1%가 줄어들었다.
한-중간 합의문 발표로 이런 상황에 반전이 올 것이란 기대다. 제주관광공사는 “관광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국 현지 사무소에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 중국 정부기관 및 관광업계, 언론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이어 “단체관광이 재개된다고 해도 양적인 성장이 아닌 개별 관광객 및 특수목적 관광시장 활성화를 통한 제주 관광의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는 △비중국 중화권(대만·홍콩) 맞춤형 마케팅 강화 △온라인 마케팅, 시장다변화 전략을 통한 중국 편중 시장구조 변화 △고급화 전략에 집중해 고부가가치·체류형 관광객 유치 등의 계획을 밝혔다.
중국에서는 한중간의 협의가 이뤄지기 전부터 중국과 제주를 잇는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는 등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 저가 항공사인 춘추항공은 지난 28일 중국 저장성 닝보와 제주를 잇는 항공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상하이~제주 노선 역시 확대를 검토중이다.
중국의 또 다른 저가 항공사인 길상항공도 상하이와 제주를 잇는 노선 운항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오는 12월28일부터 주 3회 전세기 운항을 재개하겠다는 신청서를 한국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은 롯데호텔과 한국여행 상품 판매를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고 많은 여행 업계에서 한국관광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신호들이 나왔다.
하지만 관계 개선에 따른 중국인 대상 관광산업에 청신호가 켜진 것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불법체류자 증가와 중국인 범죄 증가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관광 목적으로 제주에 입국한 한 중국인들이 도내 식당 주인을 폭행하는 일을 벌였고, 한달여 뒤엔 관광 목적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이 숙소 부근 성당에서 여성신도를 살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거기에 과잉관광(overtourism)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도민들의 목소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여행업계 쪽에서는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