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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24) 같은 경험을 해도 사람마다 다른 크기와 모습

 

예전에 장동건, 고소영이 결혼할 때 개그콘서트에서 개그 소재가 되었었죠. “그래. 세상은 언제나 잘난 것들끼리만... 에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두 배우의 우월한 외모를 인정하는 가운데 부러움을 승화시키는 투정개그였습니다. (스스로를 아주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귀는 사람도 없는)

 

수많은 싱글들이 그 개그에 환호했지요. 이번엔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한다는 뉴스입니다. 청춘남녀 여러분. 제 자신이 결혼한 지 꽤 되는 중년이고 또 여러 부부상담도 해 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결혼생활 만족도에 외모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짧고 미미합니다. 그러니... 휴, 아무리 이렇게 말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저 청춘 ‘불나방’들은 제 말을 귀담아 듣지를 않아요.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 제작 발표회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내게도 외모 콤플렉스가 있다"라고 말해서 ‘망언 시리즈'에 동참했었지요. 흔히 콤플렉스를 "열등감"과 유의어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걔. 나한테 무슨 콤플렉스 있나 봐.” 자신이 워낙 잘나거나 예쁘다보니 다른 사람이 열등감을 느껴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겁니다. 정말 매사에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한다면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자기애 성격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겠죠.

 

사회심리학에서도 여러 가지 콤플렉스를 거론합니다. 강준만 교수도 <인물과 사상 6월호>에 여러 콤플렉스를 소개하고 있군요. ‘왜 우리는 개천에서 난 용 신화를 포기하지 않는가?: 앨저 콤플렉스’, ‘왜 정치인들은 대형 건축물에 집착하는가?: 거대건축 콤플렉스’, ‘왜 세계적인 마천루는 아시아, 중동 지역에 몰려 있나?: 마천루 콤플렉스,’ ‘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식스팩 열풍이 부는가?: 아도니스 콤플렉스’... 뿐이겠습니까. 가족 내 위치에서 보이는 심리 및 행동 양식을 두고 ‘큰아들 콤플렉스’, ‘큰딸 콤플렉스’ ‘막내 콤플렉스’ ‘중간 아이 콤플렉스’ 등 이름은 붙이기 나름이지요. 이런 심리학에서는 특정한 사회적 위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체적 경향 및 태도를 일컬어 ‘콤플렉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무의식을 다루는 심리학 용어로서 콤플렉스(Komplex)는 분석심리학자 융(C.G.Jung)이 가장 먼저 규정하고 사용했습니다. 일상에서나 사회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의미와는 사뭇 달라요. 프로이트는 ‘콤플렉스’ 저작권이 융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후, 자신의 정신분석을 설명하는데 널리 사용합니다.

 

보편성을 주장하면서 모호해 진 느낌은 있습니다만 대표적으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들 수 있지요. 여기서 잠깐 곁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가겠습니다. 동시대에 여러 분파 정신분석 대가들이 있었지만, 표방하는 사상과 관점을 떠나 프로이트는 다른 이들에 비해 말도 잘하고 무엇보다 글을 아주 잘 썼습니다.

 

어지간히 잘 쓴 정도가 아니라 문학가도 아닌데 ‘괴테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걸출한 글쓰기였다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콤플렉스’ 용어도 저작권을 가진 융보다 오히려 프로이트의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고 쉽게 와 닿습니다. 아마 융은 ‘프로이트 선생은 내 생각을 나보다 더 잘 설명하는군.'이라고 했을지 몰라요. 물론 둘 사이가 좋았을 때라면 말입니다.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정신분석을 해 보면 피분석자가 자유로이 떠올린 듯이 보이는 연상이라 할지라도 어떤 조건이나 관련성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한 개의 구속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요. 제각각 드러나는 연상에는 어떤 출발점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 출발점이나 작용 방식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비의식)에 자리하여 작동한다는 거죠. 그것은 ‘감정이 얽혀 있는 표상들의 복합체’로 구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걸 일컬어 ‘콤플렉스’라고 명명한 겁니다. 콤플렉스는 무의식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능을 유지하며 의식적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다 보니 마치 무의식에 어떤 존재들이 있어서 의식적 정신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맞습니다.

 

융 자신도 콤플렉스를 ‘다루기가 다소 까다로운......연상의 덩어리’라고 하며 아예 <스스로 작은 인격체>라고 의인화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콤플렉스는 위력 차이는 있겠지만 달랑 어느 하나는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주된, 가장 강력한 콤플렉스가 뭐냐는 게 중요하겠지요.

 

콤플렉스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경험에 얽혀진 강한 감정과 표상 덩어리입니다. 어떤 경험은 언제나 주관적이고 그에 따라 독자적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같은 집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제각각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설령 콤플렉스로 자리한다고 해도 다른 크기와 다른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보편적(집단적) 무의식의 ‘원형’까지 생각하면 복잡해 질 수 있지만, 초기 융이 주창한 개념으로나 이를 받아 프로이트가 설명한 콤플렉스는 분명히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무엇이었습니다. 정신분석은 그걸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했던 겁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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