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중학교 교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같은 증거를 원심과 전혀 다르게 해석해 유죄를 선고, 교사직 상실위기에 처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희 부장판사)는 21일 모델하우스와 학교에서 TV 등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도내 모 중학교 교사 A(3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6월7일 제주시 영평동 소재 모 아파트단지 모델하우스에 침입해 55인치 TV와 같은해 7월17일 자신이 다니는 제주시내 모 여자고등학교 체력단련실에서 40인치 TV 등 TV 2대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은 A씨의 집에서 도난당한 TV와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2대의 TV를 발견했다. 범행이 일어난 학교 체력단련실에서는 A씨의 지문도 찾아냈다.
수사과정에서 A씨가 학교 행정실장에게 "경찰에는 나에게 TV를 가져가라 했다고 말해달라"는 거짓 진술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A씨는 "TV 1대는 모르는 사람에게 싼 가격에 샀고 다른 1대는 클린하우스에 버려진 것을 주워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집에서 도난 신고된 물품들이 발견됐고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다"면서도 "범인을 특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어 제3자에게서 물건을 얻었거나 버려진 것을 주웠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은 경험 법칙에 심하게 반하고 논리적으로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진술의 일관성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관의 심증은 반드시 직접적인 증거로만 형성되는 게 아니라 경험과 논리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간접적인 증거로도 형성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을 받아들여 유죄로 판결했다.
이어 "교사인 피고인은 학생들에게 더욱 모범이 돼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범행을 저지르고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거짓 진술을 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초범인 점, 도난품이 반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모델하우스에서 95만원 상당의 카펫과 식탁 등을 훔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범행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