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고향 제주바다로 귀환했다. 떠난지 6년만이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14일 오전 8시 서울대공원에서 출발해 오후 3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에 설치한 가두리에 도착했다. 8시간의 대장정이었다.
두마리 돌고래 수송작전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 서울대공원은 이날 오전 5시 반께 태산이와 복순이 건강을 검진했다. 오전 8시 서울대공원을 떠나 이동수조에 담겨 육로와 항로를 병행해 이송됐다.
돌고래들은 서울대공원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온, 항습 장치가 있는 무진동차량에 실려 이동했다. 이동 시작부터 도착까지 사육사와 수의사가 동행했다.
인천공항부터 제주공항까지는 태산이, 복순이만을 위한 아시아나항공 특별전세기를 이용했다.
오후 1시께 제주공항에 도착한 태산이와 복순이는 곧바로 제주 함덕 정주항에 마련된 해상 가두리로 이동,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오후 3시께 가두리에 입수했다.
돌고래들이 이날 이동한 거리는 약 550㎞.
약 2개월간 함덕 정주항 가두리에서 활어 먹이훈련, 돌고래 개체군과의 교감 등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최종 6월 말 또는 7월 초 먼 바다로 나간다.
노정래 서울동물원장은 "제돌이를 비롯해 또다른 방류 돌고래인 춘삼이와 삼팔이가 최근 바닷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거친 만큼 먹이를 잡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물원, 고래연구소 등 관계기관은 방류 후에도 태산이와 복순이를 꾸준히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안두해 고래연구소장은 "추적장치가 있지만 남방큰돌고래의 특징 중 하나는 등지느러미에 생기는 상처가 개체마다 다르다는 점"이라며 "지문과 똑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진만 찍어놔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컷 태산이는 2009년 6월 제주 귀덕리에서, 암컷 복순이는 같은 해 6월 제주 신풍리에서 어민들이 불법 포획해 한 마리당 약 800만원을 받고 돌고래 공연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이 공연업체에 유죄판결을 선고, 태산이와 복순이는 국가가 몰수했다.
당시 태산이와 복순이의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태산이는 부리 윗부분 일부가 잘렸고, 복순이는 부리 위·아래가 모두 틀어진 선천적 기형이었다.
2년 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달리 태산이와 복순이가 2013년 4월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된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육사들을 따르지 않고, 먹이도 잘 먹지 않았지만 육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지난해 가을에는 활어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등 야생방류 가능성이 확인됐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태산이, 복순이의 성공적인 방류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보다 많은 생물을 구조해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