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한 직원들이 대기실에서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 통합조업정보시스템에 나타나 있는 화물 물동량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이다. 매일 화물양이 폭주하다 보니 겨울철 내내 증가한 노동 강도에 적응하느라 직원들 고충도 그만큼 크다.
봄이 되었는데도 제주섬 밖으로 나가는 겨울철 농산물을 비롯한 항공화물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목포행 여객선이 장기 점검으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해상 수송량 중 일부가 항공으로 몰린 탓도 있다. 그래도 3월이 되면 대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아직은 많은 편이다. 하루 평균 화물 수송량이 약 400톤 안팎인데, 제주섬 밖으로 나가는 화물 70%, 들어오는 화물 30% 수준이다. 나가는 화물의 주요 품목은 농산물이다. 브로콜리, 쪽파, 잎마늘, 유채나물, 취나물 등이 대부분이며, 그 외에 다양한 감귤류, 우체국 택배화물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일 하는 것이 농민들에게 보탬이 되는구나”라고 보람을 찾으며 직원들은 일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항공화물 조업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농산물들이 더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램에서 브랜드와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포장 상자를 보면 ‘최남단 신도 풋마늘’, ‘한경 참도라 브로콜리’, ‘고산 잎마늘’, ‘애월 자연을 담은 취나물’, ‘귀덕 청정지역 브로커리’, ‘귀덕 다듬은 쪽파’, ’흙토랑 브로콜리’, ‘신선함이 살아 숨쉬는 제주 애월의 새별오름 쪽파’, ‘드르왓 쪽파’, ‘애월 유채나물’, ‘외도 브로커리(녹색꽃 양배추)’, ‘고산 푸레향 브로콜리’, ‘제주 청 취나물’ 등 다양하다.
‘참도라’, ‘흙토랑’, ‘푸레향’, ‘드르왓’ 등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제주에서 생산한 농산물들이 육지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기 위하여 품질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홍보도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제 값을 받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브랜드와 품질 유지도 관건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생각은 수송 문제이다. 겨울철 다른 지방은 영하의 온도여서 농산물 생산이 어렵지만 제주도는 겨울 작물 재배가 활발하다. 도내 소비보다는 육지로 보내 판매하기 위해 생산하기 때문에 항공과 해상 수송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몇몇 품목은 해상으로 수송할 경우 신선도가 떨어져서 절대적으로 항공에 의존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항공수송을 대체하기 위하여 해상수송 확대 방안이 이슈화되어 논의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실험적으로 시도해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잠잠한 것 같다. 당장 이슈로 떠오를 때는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흐지브지 되고 만 것은 아닌지…
현재 제주에 취항하고 있는 7개 국내 항공사 중에서 3개사만 항공화물 수송을 하고 있고, 그 중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처리하는 물량이 상당하다. 특히 진에어는 저가항공이면서 2월부터 대형기를 투입하여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제주도 농민을 위한 당국의 수송 정책과 업계의 실천 노력이 끊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지에서 들어오는 화물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화장품 반입이 증가하고 있다. 청주 노선에서 매일같이 화장품이 제주섬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내 기업들이 생산한 화장품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서 더 많이 팔리면 좋지 않을까? 부산에서 들어오는 어묵, 광주에서 들어오는 빵 등도 마찬가지이다. 도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동일 품목들이 인기를 끌게 되면 굳이 타 지방에서 들여오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언제쯤 그런 날이 올 것인지….
제주 경제가 관광산업 의존도가 계속 심화되고 있는데, 자립을 위한 2차 산업 육성이 절실하며 그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농산물 수송 문제도 더욱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