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맥에서 라이벌(rival)이라고 하면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앙숙에 가깝다. 제주어로는 ‘돍광 지넹이’ 사이다. 사이가 이럴진대 감히 라이벌을 등용할 수 있는 포용력과 자신감을 가진 지도자는 흔치 않다.
2005년 미국의 사학자 도리스 굳윈(Doris Goodwin)은 책을 한권 펴냈다. “Team of Rivals"라는 제목의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전기였다. 직역하면 “라이벌들의 팀”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가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라이벌들을 내각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정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었던 정적(political opponents)들을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 재무장관(secretary of the treasury), 법무장관(attorney general) 같은 요직에 앉혔다. 가히 파격적인 인사였다.엄청난 반대에 대해 링컨은 이렇게 설득했다.
“내각에는 당에서 가장 강한 분들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을 단결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을 살펴본 결과 이 분들이야말로 가장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나로서는 이 분들이 나라 일을 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We need the strongest men of the party in the Cabinet. We needed to hold our own people together. I had looked the party over and concluded that these were the very strongest men. Then I had no right to deprive the country of their services.)
이들이 일을 잘해 준 덕에 아브라함 링컨은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링컨이다. 오바마는 이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링컨의 정신을 정치에 적용했다. 자기의 가장 치열했던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이다. 오바마는 힐러리에게 장관으로서 완전한 자유를 주었고, 힐러리는 오바마를 대통령으로서 철저히 존중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바마는 2012년 대선 직후에도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롬니(Mitt Romney) 후보를 백악관으로 자주 초청하여 국정을 함께 논의하며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동양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포용 인사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을 재상에 기용한 것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협치(governance)를 자신의 화두로 내건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자신과 겨루었던 야당후보를 인수위원회의 장으로 기용한 것이다. 또 당파 관계없이 각계각층의 인수위원을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그 정신이 링컨의 것이든 환공의 것이든 관계없다. 라이벌들의 팀. 이 팀이 하나 되어 제주도를 발전시키고 도민 모두가 잘 살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원희룡 도정이 취임한 후에는 과연 어떤 협치의 인사를 단행할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강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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