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후에 제주도에 사는 분들과 차를 마셨다. 그분들은 50대 여성들이 제주 선거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50대 여성들이 원 후보를 많이 지지한다는 말이었다. 흥미로웠다.
“50대 여성들이 왜 원 후보를 지지할까요?”
“공부를 잘 했잖아요. 학력고사 수석에 법대 수석, 사법고시 수석에다 서울에서 국회의원까지 한 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엄친아’에요?”
“하하 그런 셈이죠.”
이해가 갔다. 50대 여성 대부분이 인생 황금기인 30,40대에 직업처럼 몰입했던 일이 자녀의 학교 공부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모두 선망의 대상인 것이다.
옆자리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여성 노인이 말을 거들었다. 그분은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말하자면 당신이 신구범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였다.
“자식 키울 때는 자식만 보이지. 그렇지만 가장이 최고 중요한 거라. 가장이 잘 해야 집안이 든든하지. 신구범씨는 아들 셋을 법관, 의사, 교수로 잘 키웠잖아. 도지사도 겨우 4년 했지만, 다른 사람이 10년 한 것보다 일을 많이 했어. 진짜 천재는 그 양반이야.”
장남은 사법고시, 차남은 외무고시에 패스했고, 삼남은 미국 유수의 코네티컷 주립대 교수라고 했다. 아들 교육에 성공한 아버지구나 싶었다. 부인과 금슬도 무척 좋다는 말을 그분은 곁들였다.
외지인인 나는 두 후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공인으로서 실적을 살펴보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자료들이 검색되었다.
모범생일 것 같았던 원희룡 후보는 의외의 일탈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젖혀두기로 했다. 12년간 직업이 국회의원이었으므로 어떤 입법 실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결과는 좀 놀라웠다. 3선에 입법 2개라니,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일이 의무인 곳이다. 4대강 법안 날치기 통과에 몸을 던지고 있는 사진은 인상 깊었다. <공약 이행 정보 공개>를 거부한 기록도 있었다. 메니페스토가 선정한 공천 불이익 의원으로 선정된 일은, 꼴찌에서 수석이란 뜻이다. 아쉬운 일이다.
4년 6개월간(1993.12-1995.3과 1995. 7- 1998. 6.) 제주도지사로 일했던 신구범 후보는 상당한 성과물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삼다수> 개발과 기업화가 대표적이다. 그가 만든 컨벤션센터, 관광복권, 풍력발전, 경마 레저세를 통해 제주도는 매년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빚만 잔뜩 지고 물러난 전임 시장을 가진 고양시에 사는 이로서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도지사나 국회의원은 공공이익에 최고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인력이다. 명예가 주어지고 상당한 보수가 지급된다. 국민들은 당연히, 그들이 정치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살림꾼이기를 원한다.
제주도지사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국민의 살림꾼으로 살아왔을까? 대강의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인 눈에 보이는 2014년 제주의 선거판 풍경은 신기하다. 노익장 신구범 후보는 오일장터에서 정책 유세에 전력을 쏟고, 원희룡 후보는 젊은이들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이미지 플레이를 한다. 한 사람은 평생 고민했다는 텍스트를, 한 사람은 서울 시민답게 유쾌한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
제주도민들이 신구범, 원희룡,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제주도의 생태환경, 정치계 구도, 특별자치도 정체성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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