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이명구(65·제주시 내도동)씨.
이씨는 8일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아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250만원 상당의 쌀 100포대를 건넸다.
이씨는 2007년부터 제주시청을 방문해 추석과 연초에 매년 두 차례씩 쌀 200포씩을 빠지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달한 쌀만 5년간 11회에 걸쳐 1100포대에 이른다. 2700여만 원 상당이다.
생활이 그리 넉넉지 않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이 고향인 이씨는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다. 끼니를 굶을 때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그는 나중에 커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여러 일을 하다가 설비일을 배우게 됐고 설비기사가 됐다. 31살이 되던 해에 제주에 내려와 일을 했고 서귀포시 대정읍이 고향인 아내 허인자(63)씨를 만났다.
이후 제주시와 한림읍, 서귀포시 대정읍 등의 오일시장을 돌면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
제주시 내도동에 정착한 이씨는 30년 전부터 주변에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외도동주민센터 환경미화원들에게 쌀과 돼지고기, 방한복 등을 나눠줬다.
이씨는 “어린 시절을 매우 어렵게 살았다. 끼니를 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중에 커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그러던 중 아내가 ‘우리는 먹고 살만하다.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고 해 어릴 때 약속을 되새기고 내 스스로 다짐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다. 큰일을 한 것도 아니다”고 자신의 선행을 애써 축소했다.
그는 또 “아이들도 모두 커 우리 부부는 먹고 살만하다. 버는 돈 죽을 때 싸고 갈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 선행이 벌써 3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강철수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이씨처럼 기부천사들이 많이 나와서 따뜻한 온정이 넘치는 행복한 제주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이씨가 기탁한 쌀을 사랑나눔푸드마켓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