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50대 남성을 살해한 범인이 ‘죽을죄를 졌다’고 참회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범인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울분을 토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9일 5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고아원 원장 이모(56·여)씨와 이씨의 내연남 김모(53)씨, 이씨가 양아들처럼 키운 고아 서모(18)군을 대상으로 범행과정에 대해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현장 검증은 피해자 고모(52)씨를 만난 시점부터 살해하고 유기한 시점까지에 대해 이뤄졌다.
경찰은 이씨 일당이 지난해 12월27일 제주에 내려와서 고씨를 만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부터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이씨 일당은 고씨의 집에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들은 제주시내권으로 들어왔고, 건입동 소재 숙소인 모텔 주차장에 세워진 고씨의 승용차 안에서 호박즙에 수면제를 타서 먹인 뒤 뒷좌석에 눕혔다. 이후 고씨를 살해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삼성혈 주차장 깊숙한 곳에서 고씨의 차를 세워 고씨를 조수석으로 옮기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살해했다. 이 시간이 27일 밤 11시쯤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어둡고 인적이 없는 곳을 택해 살해한 것이다.
이어 다시 숙소 인근 주차장으로 이동해 서군이 접은 박스를 숨진 고씨가 눕혀진 조수석과 조수석 뒤에 가득 메웠다. 이들은 31일 제주지방법원 인근 골목길에 고씨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경찰은 이날 고씨를 살해하고 박스를 덮는 범행과정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현장에는 피해자 고씨의 가족과 시민 일부가 지켜봤다.
이들은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고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들은 범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고아원 원장인 이씨를 향해 강한 욕설과 성토했다. 또 일부 가족은 호박즙에 수면제를 타서 먹였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현장 검증을 통해 이씨 일당들이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여죄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그러나 피의자들 사이에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동부경찰서 양수진 형사과장은 “오늘 현장 검증에서 공범들 간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의 모순점과 현장 상황간의 일치여부를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피의자들은 살해자백을 했지만 단독범이라 주장하는 피의자도 있었고 같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의자의 진술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혈 주차장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범인 김씨는 “죄를 인정한다. 죽을죄를 졌다. 감옥에서 참회하면서 살겠다. 돌에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자신의 범행을 참회했다.
한편 이씨 일당은 빚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씨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고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제주에 들어와 고씨를 살해했다. 또 고씨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가로채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고씨의 살해한 고씨의 지문을 김씨의 손가락에 붙여 주민등록증을 새롭게 발급받으려 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