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리차드 부부는 아이를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심에 빠진다. 아이를 잃은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부는 미묘한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마주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기진맥진한 리차드 부부는 모로코 여행을 떠난다. ▲ 현대사회는 하모니 오케스트라보단 즉흥적인 재즈 연주자가 잘 어울린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리차드 부부는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 출발의 전기를 찾고 싶었던 듯하다. 인간이란 눈에 보이는 게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샌디에이고를 벗어나 황량한 모로코 사막을 대하면 생각도 바뀔지 모른다. 그보다 조금 앞선 시간. 아내의 자살이라는 충격과 상실감에 빠진 일본의 한 사업가는 모로코로 사냥여행을 떠난다. 모로코는 한니발 장군의 카르타고 시대 이후 로마·이슬람 세력의 부침을 겪은 역사의 흥망성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이를 잃은 리차드 부부나 아내를 잃은 일본인 사업가나 모두 허무한 카르타고와 로마의 영광이 잠
▲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과 코로나19 방역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집값 · 전셋값 앙등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5년 임기의 10분의 1 정도가 남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대목은 ‘집값 앙등’일 것이다. 26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놨는데도 먹혀들지 않았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했지만, 미친 듯 뛰는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수많은 국민이 ‘억’ 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3.3㎡(평)당 평균 매매가격이 2030만원으로 사상 처음 2000만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1466만원) 대비 1년 8개월 사이 38.5% 앙등했다.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4569만원으로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의 2.25배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이 정도지, 이미 7000만원을 넘어선 지역이 강남구와 서초구 등 두 곳이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3.3㎡당 아파트값이 3000만원을 밑도는 지역은 중랑구와 금천구 두 곳뿐이다. 2015년 5월,
바벨탑을 쌓아 올라간 사람들은 대홍수의 ‘지정생존자’ 노아의 후손들이었다. 이들은 신이 다시는 인간들에게 대홍수를 내리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지개까지 띄워 보여줬건만 영 미심쩍었던 모양이다. 또 다른 대홍수에 대비해 하늘까지 닿을 만한 높은 탑을 쌓겠다는 야심 찬 기획을 하고 실행에 옮겨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벨탑’ 역사에 들어간다. ▲ 바벨탑 이전의 세상은 ‘온 누리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어쩌면 또다시 신이 분노하지 않도록 신의 뜻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홍수로 응징 당한 그 시절처럼 난잡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렇다면 제2의 대홍수는 필연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신은 인간들의 도발에 분노하고 이 괘씸한 인간들에게 또 다른 응징을 가한다.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추방에서부터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과 이토록 끝없이 부딪혔다는 것이 놀랍다. 콩가루 집안의 부모 자식 관계를 보는 듯하다. 신은 공사 중인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인간들의 말이 서로 통하지 않게 만들
▲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은 604조여원인데, 총수입은 548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1990년대 이후 재정지출 증가와 세수 감소로 국가채무가 급증한 일본처럼 ‘악어의 입’ 구조를 답습할까 우려된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씀씀이는 역대 정부를 압도한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편성한 2017년 본예산이 400조5000억원,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 예산안은 604조4000억원이다. 임기 5년 동안 본예산 증가율이 50.84%로 이명박(32.5%)·박근혜 정부(17.11%)보다 훨씬 가파르다. 경기가 좋고 세금도 잘 걷혀서 그렇게 쓴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경제성장률이 낮고 세금도 계획보다 덜 걷히는데 쓸데는 많으니 국채를 찍어 충당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5년 동안 불어나는 국가채무가 407조8000억원, 증가율은 47.3%다. 그 결과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2%로 50%를 넘어선다. 사실 이전까지 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200조원 넘게 증가한 적은 없었다. 앞서 노무현 정부가 143조2000
일본인 사업가 코지는 휴가차 떠난 모로코에서 사냥을 즐긴 뒤 사냥총을 자신을 열심히 도와준 현지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 사냥총이 ‘나비효과’처럼 야기할 파문을 그 일본인과 현지 가이드는 짐작조차 할 수 있었을까. ▲ 일본인 사업가 코지가 모로코 가이드에게 선물한 사냥총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인 사업가 코지가 모로코 가이드에게 선물한 사냥총은 양치기의 손에 흘러가고 양치기 소년은 호기심에 방아쇠를 당긴다. 어처구니없게도 총알은 관광버스에 앉아있던 미국인의 어깨에 박힌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 CIA는 발칵 뒤집힌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미국인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부부는 자신들의 여행 중 아이들을 돌보기로 한 멕시코 도우미에게 며칠만 더 집에 있어달라고 청한다. 하지만 멕시코 도우미는 그럴 수 없다. 그녀의 아들이 돌아오는 주말에 결혼하기 때문이다. 도우미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지만,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고 만다. 사냥총을 모로코 가이드에게 선의로 선물한 일본의 사업가나,
▲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기준금리를 정상궤도로 돌리는 건 필요하다.하지만 코로나 확산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금리인상 부작용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사상 최저로 내려간 기준금리가 8월 26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됐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며 경기가 침체하자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지 15개월 만의 인상이다. 2018년 11월 이후 2년8개월째 지속된 금리인하 추세에서 인상으로의 대전환이다. 코로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8ㆍ26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혔다. 초저금리가 경기의 추가 침체를 막고 경제주체들의 위기감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자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 인플레이션 유발 등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805조9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1년 사이 168조6000억원(10.3%)이나 불어났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지원도 영향을 미쳤지만 초저금리로 돈을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빚어낸 걸작 ‘바벨(2007년)’은 도무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모로코와 미국, 멕시코, 그리고 일본이라는 동떨어진 4개 나라에서 벌어지는 동떨어진 사건들을 보여준다.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이 4개 나라의 동떨어진 인물들을 엮는 건 모로코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쏴본 총알 한방이다. ▲ 우리는 자신이 어떤 ‘연쇄반응’의 고리 속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일본 사업가가 모로코로 사냥 여행을 간다. 이 젊은 일본 사업가는 모로코의 현지 가이드에게 사냥총을 팁으로 선물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사냥총을 선물받은 모로코 가이드는 양들을 공격하는 자칼을 쫓아내기 위해 사냥총이 필요했던 양을 치는 친구에게 그 총을 판다. 사냥총을 산 양치기는 아들에게 그 총을 맡기고 양들을 잘 지키라고 당부한다. 이 소년은 총을 쏴보고 싶지만 자칼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좀이 쑤신 소년은 자칼 대신 멀리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조준하고 발사한다. 물론 나쁜 뜻은 없다. 그 총알은 관광버스를 타고 가던 미국인 젊은 부부(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두 번 치러야 한다. 지금처럼 여권 대선 후보들이 민생 현안을 뒷전으로 미룬 채 선심성 돈 퍼주기 경쟁에 열을 올려선 곤란하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초슈퍼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정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예산안은 약 600조원.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7.5% 많은 규모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8.9%)보다는 낮지만, 2020~2024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에 잡아놓은 2022년 총지출 증가율(5.7%)보다 1.8%포인트 높다. 정부 예산안은 관례대로 8월말 짜여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9월 3일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움직임을 보면 전체 규모는 600조원을 넘어서 6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약 400조원이었던 예산이 불과 5년 만에 200조원 넘게 불어나는 것이다. 당초 내년 예산안은 600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여당의 기류가 바뀌었다. 2차 추경을 감안한 올해 전체 예산 규모는 지난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1
1998년 민선 2기 6·4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고작 며칠 뒤였다. 천주교 제주교구 노형성당에서 ‘중대한’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회견을 주도한 이는 당시 제주의 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고 있는 임문철 신부였다. ‘선거판의 중대한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중앙·지방언론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현장으로 내달렸다. 회견의 주인공은 손모(당시 31세)란 한 청년이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누군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의 입에선 말 그대로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당선자인 우근민 후보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700만원을 받았다. 조직과 유권자를 관리하기 위한 돈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소외감이 밀려오고, 이런 잘못된 선거는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충격이었다. 사실이라면 우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될 사안이었다. 엄연히 금품살포이자 유권자 매수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기자이던 그 시절 마감시간에 맞춰 서둘러 기사를 송고하느라 허둥댈 수 밖에 없었다. 기사를 보내고 차분히 기억을 더듬다보니 돈을 받았다는 회견의 주인공은 얼굴이 기억나는 중학동창이었다. 연락
미국에 건너가 맨땅에 헤딩하는 제이콥은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악착같이 모은 돈을 모두 털어넣고 은행 융자까지 얻어 아칸소 허허벌판에 땅을 마련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농장주’의 꿈을 안고 그는 가족들을 이끌고 아칸소 촌구석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농장주인을 향한 제이콥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 제이콥은 자식이 ‘노예’의 삶이 아닌 ‘주인’의 삶을 살게 하고 싶어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아칸소 벌판에 땅을 마련한 제이콥은 등골 빠지는 중노동에 시달린다. 제이콥 자신만 힘든 것도 아니다. 자신의 중노동은 그렇다 쳐도 사람 구경조차 어려운 아칸소 구석에 따라온 아들 데이비드와 딸 앤의 형편도 딱하다. 주변에 인가조차 없으니 함께 어울릴 또래가 없을 수밖에 없다. 학교가 끝나면 마지못해 시간을 때우는 학교 친구의 집에는 술주정뱅이 아빠가 상주한다. 주정뱅이답게 언행이 대단히 비교육적이다. 무한경쟁시대의 막이 오른 1980년대 미국은 사교육 열풍이 불어 소위 ‘헬리콥터 맘’들이 극성스럽게 아이들을 학원으로 실어나르기 시작하던
▲ 정부가 집단면역 달성 시점으로 잡은 11월까지 백신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앞으로 100일이 코로나 방역의 골든타임이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7월 초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수위인 4단계로 강화하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 등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비상대책을 취했는데도 확산 차단에는 역부족이다.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2~3주 후 효과가 나타났던 1~3차 유행과 다른 양상이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코로나 사태의 정점과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자 방역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민생고와 국민 피로도를 감안할 때 방역 강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만큼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염경로를 추적하기 힘든 환자의 비율과 양성률이 높아지는 등 유행 확산의 우려가 큰 가운데에서도 위ㆍ중증 환자나 사망자 숫자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적 약자의 고
▲ 함경원 제주동부서 교통관리계장.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몸과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땅을 울리는 소리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오토바이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 차 오른쪽을 휙 지나쳐 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뭐야’하고 소리쳤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벌써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규위반 행위가 사고 발생 시 절대 회복이 불가능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경찰서 교통관리계에 근무하기 시작하며 전과 달라진 점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급한 진로 변경 등 교통위반 차량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저러다 큰일 나는데, 운전한다는 것은 커다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의 차량은 호랑이처럼 위협적인 맹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 발생한 5.16도로 화물차량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 또한 평소 운전자의 부족한 교통안전 의식이 이러한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는 전년보다 교통사고 사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