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팩폭이나 뼈를 때린다는 말로 용인되는 시대다.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하물며 논객이든 상대의 허물과 부족함을 솔직하게 팩폭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음 내키는 대로 내지르는 ‘솔직함’은 방종이다. 이것을 즐기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가학적加虐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frank(솔직하다)의 어원은 자유(free)에서 유래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내지르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대가 누가 됐든 상대방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느낌 그대로 퍼부어대는 유달(잭 니콜슨 분)은 어찌 보면 대단히 솔직한 인물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속으로는 동성애를 혐오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피부색에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하는 게 적어도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덕목이 된 시대다. 하지만 유달은 자신의 소설 ‘왕팬’이기도 한 출판사 여직원에게도 거침없이 ‘여혐’을 드러낸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게이 화가에게는 대놓고 당장 밟아 죽여야 할 불결한 벌레 대하듯 한
▲ LH 조직 개편안이 미뤄졌다. 혁신적이라며 내놓은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의 3대 기능 중 일부를 민간으로 넘기는 등 더욱 혁신적인 조직 개편이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 신도시 후보지 등 땅 투기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인 지 석달 만인 7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 명칭이다. 그럴싸한 수식어와 거창한 명칭과 달리 국민 신뢰 회복이란 목표에도, 혁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빈껍데기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관심을 모았던 LH 조직 개편안은 8월로 미뤄졌다. 혁신 방안이라며 열거한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급히 모아놓은 임시방편이 많기 때문이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관련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가 LH로부터 회수해 직접 수행하겠다고 한다. 전국에 걸친 많은 공공택지 후보지를 조사하는데, 현 국토부 공무원만으로 가능할까. 해당 업무를 맡을 공공기관을 신설하거나 그 일을 할 기관의 직원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혁신 방안에 담은 LH 직원 20%(2000
▲ 오등봉공원의 한천. 도심내 공원이지만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녹지축의 하나이다. # 하천은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숨어있는 속살이다. 제주도에는 총 143개의 하천이 있지만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하천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하천 하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의 하천이 제주도의 생태계를 얼마나 살찌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방향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 고지대와 중산간지대의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까지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혈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천이 있는 지역은 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녹색 띠는 하천변에 형성된 숲이다. 즉, 하천의 물과 영양분이 울창한 숲을 만든 것이다. 특히, 하천변의 숲은 하천의 종착역인 바다에서부터 하천의 발원지까지 해발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숲 교과서이다. 왜냐하면 하천을 제외하고 숲을 포함한 제주의 모든 생태계는 도로, 건물, 골프장 등 시설물에 의해 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상’이라는 것은 ‘딴 세상’ 일처럼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기생충’과 ‘미나리’가 연거푸 아카데미상을 받는 걸 보니 이제는 제법 ‘이 세상’ 일처럼 여겨진다. 아울러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는 외국영화의 수준과 배우들의 연기를 우리네의 그것들과 비교평가해 보기도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잭 니콜슨의 연기만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무게를 되레 가볍게 느껴지게 만든다. ▲ 루틴을 중시하는 이들은 변화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독하리만치 인간 자체를 혐오하고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으며 괴팍스럽기 짝이 없는 유달이 로맨스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이 자못 흥미롭다. 이토록 인간을 혐오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절벽인 인물이 독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소설 작가라는 사실도 의문이지만,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유달은 매일 아침 정확히 똑같은 시각에 일어나 똑같은 동네 식당에서 반드시 똑같
▲ 2차 추경의 규모와 용도는 경기회복 속도 및 세수여건 변화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3월 대선 등 정치일정이나 표를 의식해 현금을 뿌리고 보자는 식이어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이른바 ‘으샤으샤 전 국민 위로금’이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에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을 주자”며 제기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2차 추경 제안의 배경은 1분기 기준 지난해 대비 19조원 더 걷힌 국세 수입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확장 재정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더 걷히는 세수는 쓰고 가자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투입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며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여름휴가철 이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2차 추경에 유보적이던 정부도 대통령의 추경 언급 이후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 조남준 보성리장.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소설 「순이삼촌」의 한 구절이다. 순이삼촌은 제주 4·3 학살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충격과 고통을 평생 안고 살다가 그 현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내 고장 대정읍은 수많은 순이삼촌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일제 강점기와 제주 4.3. 계속된 수탈과 핍박으로 상처난 역사를 끌어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은 제주를 방어기지로 삼는 ‘결 7호 작전’을 위해 많은 대정읍민을 송악산 해안 진지구축에 강제 동원했다.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섯알오름 양민 학살터가 있다. 한국 전쟁 때 예비검속이라는 명목하에 무고한 마을 사람을 학살한 곳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충격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대정읍은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떠나가며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대정읍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영어교육도시에 국제학교가 생기며 정주 인구가 늘었다. 폐교 위기던 보성초는 학생이 늘어 건물을 증축했고, 읍내엔
▲ 천미천의 모습. 제주의 하천은 육지부의 강과는 전혀 다르다. 꽤 오래전 제주지방기상청장에게 들은 얘기다. 지금은 백록담에도 자동기상장비가 설치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도대체 한라산 고지대에 얼마만큼의 비가 오는 것일까. 궁금하여 성판악코스 진달래밭 대피소에 수동 강우량 계를 설치해 보았단다. 어느 날 밤새 비가 왔는데 아침에 보니 하룻밤 사이에 1000㎖를 기록했다고 한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다. 우리나라 육지부의 연평균 강수량이 약 1100㎖이므로 거의 1년 치의 강우량이 하룻밤 사이에 내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건천은 ‘내가 터져서’ 흙탕물로 범람하며 세차게 바다로 흘러간다. 만약 한라산 남북사면에 건천이 없다면 해안가 마을은 모두 홍수로 사람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제주에서 하천은 우선 한라산 고지대의 엄청난 강우량을 바다로 급속하게 이동시키는 배수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건천을 ‘냇창’이라고도 불렀다. 평상시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하천 바닥의 암반이 그대로 드러난다. 큰 왕바위들도 놓여 있다. 제주에서 하천 조사는 이런 암반으로 이루어진 하천 바
▲ 성읍저수지와 성읍마을 사이에 있는 천미천의 소(沼). 이러한 소가 전 구간에 걸쳐져있다.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1999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천미천을 탐사했다. 한라일보사에서 강문규 기자가 기획한 하천 탐사에 동행하게 되었다. ‘한라산 학술 대탐사’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탐사의 제1부가 하천과 계곡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멤버가 아니었다. 어느 날 시청 앞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강문규 팀장이 “시간 나면 언제 한번 같이 가게”라고 하여 그러겠다고 해두었다. 동행의 목적은 하천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당시 오름을 전수 조사한 후라서 야외조사에 불이 붙기 시작하던 때였다. 동굴도 따라가 보았다. 벵듸굴을 하루종일 기어서 그야말로 고생 직 싸게 했다. 하천과 한라산 계곡도 보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제주의 자연 전부를 단지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한라산과 오름은 물론 곶자왈, 하천, 해안선과 섬을 거의 다 둘러본 셈이다. 백문의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봐야 연구를 하던지, 생각을 할 것이 아닌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자연은 현장에 나가서 직접 보면
로맨스 소설가 멜빈 유달(잭 니콜슨 역)은 지독한 강박증과 결벽증을 지닌 채 뉴욕시의 고급 아파트에서 참으로 ‘싸가지’ 없고 별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멜빈 유달(잭 니콜슨)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게이 화가 비숍이 집안에 침입한 강도에게 거의 죽을 만큼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간다. 사고를 수습하러 온 비숍의 에이전트는 능수능란하게 사고의 뒷수습을 한다. ▲ 반려견과 사는 이들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개를 통해 치유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고 수습과정에서 비숍이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 베델의 처리가 실로 난감하다. 비숍의 에이전트는 궁리 끝에 옆집에 사는 유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비숍이 퇴원할 때까지 이웃으로서 강아지 베델을 돌봐줄 것을 부탁한다. 그 에이전트는 아마도 유달의 악명을 전달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알았다면 언감생심 유달이 혐오해 마지 않는 ‘게이’의 강아지를 당분간 맡아달라는 부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강아지를 아파트 창밖으로 내던지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런데 사람을 기피하고 병적으로 청결에 강박증이 있는 유달은 자그마한 털뭉치 강아지
▲ 가계 빚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무분별한 카드 대출을 억제하고 다중 채무자를 관리하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과도하게 불어나고 있다. 개별 가계에 날아오는 총탄 단계를 벗어나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포탄 같아 보일 정도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3월말 현재 1765조원. 1년 새 153조6000억원 증가했다. 총 규모와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생활고에 쪼들리는 데다, 특히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 투자)’하기 때문이다. 숱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치솟자 더 오르기 전 어떻게든 집을 사려 든다. 주택담보대출이 72조8000억원 불어났다. 1분기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의 3분의 2가 2030세대다. 집값이 뛰어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벼락거지 신세를 모면하고자 빚을 내서라도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며 일확천금을 노린다. 걱정을 더하는 것은 기록적인 가계 빚 속에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4월 소비자물가가
제임스 브룩스 감독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는 명배우 잭 니콜슨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과연 잭 니콜슨의 ‘악당’ 연기는 발군이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심각하다. 잭 니콜슨은 대단히 비사회적인 염세가이자 독설가이며 강박증세를 가진 소설가인 멜빈 유달을 연기한다.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를 물 흐르듯 소화해내는 잭 니콜슨의 연기가 과연 일품이다. ▲ 유달은 관객들의 억눌린 욕망을 대리만족하게 해주는 또 다른 ‘영웅’으로 보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멜빈 유달은 로맨스 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당연히 생활은 풍요롭다.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고급지게’ 살아가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세상과 인간을 향한 혐오로 짜증과 분노가 충만한다. 당연히 독신이다. 거기에 더해 유달은 강박증 환자이기도 하다. 집밖을 나서면 모든 문고리나 손잡이를 손수건으로 감싼 다음 잡아야 하고, 매일 들르는 단골식당에 갈 때도 집에서 식기를 챙
▲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1.6% 성장하면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상황과 코로나 변수를 면밀하게 따져 신중히 다뤄야 한다.[사진=뉴시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시급 1만원에 맞춰 대폭 인상을 압박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가중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률이 아시아 최고라며 동결을 주장한다. 또한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음식숙박업 등을 배려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역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기 반등을 위해 최저임금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임기 내 1만원 목표 달성을 의식한 정부는 집권 초반 이태 연속 두자릿수 인상을 감행했다. 그러나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와 저임금 일자리 감소라는 ‘을(乙)들 간의 갈등’을 초래했다.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하며 빈부격차도 더 벌어졌다.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으며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