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저항권'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불의에 저항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헌법 전문을 근거로 본다. 헌법재판소는 저항권에 대하여 '국가 권력에 의하여 헌법의 기본원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하여지고,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국민이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라고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독일 연방공화국 기본법(연방 헌법)의 규정하는 저항권(right to resist)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진다. 기본법 제20조 제4항 '모든 독일 국민은 다른 구제수단이 없을 때, 이 헌법 질서를 폐지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All germans shall have the right to resist any person seeking to abolish this constitutional order if no other remedy is available 이 규정은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었으나, 저항권의 주체는 국민으로서 민주주의 헌법질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인용으로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111일 만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의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을 걷도록 정치권이 노력할 때다. 파면된 윤 대통령 자신과 여당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승복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뜻과 다른 선고가 나왔다고 불복 저항하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증오와 선동의 언어로 갈등을 조장하거나 상대 정치세력을 악마화하지 않아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정치·경제·사회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통합이다. 탄핵을 반대한 윤 대통령 지지층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이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성찰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와 정당이 정부·의회 권력을 잡고 승자독식하는 선거제도와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정치판은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일은
히틀러가 자살하기까지 베를린 지하방공호에서 보낸 14일간의 영상기록과 같은 영화 다운폴(Downfall)을 따라가다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히틀러와 나치 최고 참모들이 보여주는 ‘상호작용’은 거의 진시황제와 환관들의 그것이다. 히틀러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 별을 주렁주렁 단 장군들은 사시나무 떨 듯하고, 히틀러의 황당한 격노에도 모두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전전긍긍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대개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기 마련이다. 혹시나 히틀러의 참모들도 몰리고 몰려서 지하방공호로까지 숨어든 절체절명의 상황인지라 히틀러를 중심으로 단결했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전쟁 전부터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지 오래인 히틀러를 절대 지지하고 뭉쳤기 때문인지 다 같이 지하방공호로까지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패전과 함께 ‘전범(戰犯)’인 그 수뇌부들만이 극한상황에 내몰렸다면 그들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때문에 애먼 국민들까지 모두 극한상황으로 내몰렸으니 딱한 일이다. 물론 히틀러에 열광한 그다지 ‘애꿎지 않은 국민’들도 많기는 하다. 엄밀히 따지면 그들도 ‘뉘른베르크(Nürnberg) 국제군사재판(1945~1
4월 3일 오전 9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족을 태운 차량과 전세버스 행렬 사이로 익숙한 구호와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2공항 결사반대", "환경을 지켜라." 4·3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주장들까지 추모의 공간에 겹쳐 있었다. 주차장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출입 동선을 통제했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옷차림의 인파 사이로 하얀 국화가 하나둘 지나갔다. 추모와 경계가 교차하는 긴장된 공기 속에서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상에 오르면서 갈라졌다. "윤석열 탄핵!", "한덕수는 물러가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신 고성을 질렀고, 행사 진행요원과 보안 인력이 즉각 달려들었다. 팔이 붙잡히고, 입이 막히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남성은 6~8명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념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물리적 제지, 이른바 '입틀막'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윤석열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780년 제정된 미국 ‘메사추세추 주 헌법’ 제1장 제26조는 '치안판사 혹은 법원은 과도한 보석 혹은 보증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혹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로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No magistrate or court of law shall demand excessive bail or sureties, impose excessive fines, or inflict cruel or unusual punishment. 이 규정은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하지 않도
103세의 삶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일까? 1923년 3월 22일은 어머니가 이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날이다. 100년을 넘게 살다 보면, 자식은 어머니의 생일을 잊어먹을 수도 있겠다. 2남 7녀나 되다 보니 나이가 80에 가까운 자식도 있고, 외국에 있거나 육지에 사느라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 자식들도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그저 생긴 게 아님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자식을 이 세상에 보내놓으신 하나님은 결코 잊으심이 없으신가 보다. 지난 토요일 어머니의 생신날은 유난히 하늘이 해맑고 기온이 따스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코트를 입혀드리자, “오늘이 미신 날이니? 이추룩 곱닥헌 옷 입엉, 우리 어디 갈꺼니?”라고 물으신다. “어머니 인생 최고의 날이우다. 103세 생신이라 마씸. 오늘은 이 차 탕 대포로 가게마씸. 대포! 어머니 고향으로....” 어머니를 부축하며 외치는 언니의 말에, 어머니가 미안한 듯 혼잣말을 하신다. "백 설 넘은 늙은이가 생일은 미신 생일게... 호루 호루 살아지는 것만도 니네들한티 고맙고 미안헌디..." 어머니 얼굴을 보니, 정말로 미안하신 표정이다. 문득 요즘 노인대학 특강을 다니면서 만든 강의안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전선과 이어진 부실한 통신망은 이미 붕괴했다. 간간이 사선을 뚫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장군들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절망적인 보고만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모두들 막연히 무언가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미국, 영국, 소련에 한날한시에 회복불능의 대재앙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히틀러가 지하총통실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수뇌부들은 그들이 메시아(Messiah)라고 떠받들어온 히틀러가 ‘어떻게 좀 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히틀러만 바라본다. 그들은 메시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1950년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빌프리트 다임(Wilfried Daim)은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히틀러를 ‘진짜 메시아’로 설정한 새로운 종교로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폭로한다. ‘뉴 메시아’ 히틀러는 지하총통실에 소집한 나치 수뇌부에 유럽 전선 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이 예비해 둔 ‘기적’을 전한다. 그들의 메시아는 이미 궤멸돼 사라진 지 오래인 독일의 정예 전차부대와 사단 병력을 동원해 연합군을 일거에 궤멸하는 ‘기적의 작전’에 혼
바다와 오름, 올레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제주는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섬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도 우리의 관심과 손길이 없으면 점차 그 빛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제주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청정 쓰담달리기(플로깅)' 캠페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로깅(Plogging)'은 '줍는다(Plocka upp)'라는 스웨덴어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활동이다. 환경을 보호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운동이다. 상하수도본부는 이러한 뜻깊은 활동에 착안하여, 하수처리시설 주변 환경의 정화와 함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의미로 '청정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청정동행 플로깅의 날'로 지정하여 도내 8개 하수처리장을 순회하며, 주민과 함께 아름다운 환경을 되찾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5년 3월 19일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첫 발을 내디딘 이 행사는 월정, 보목, 판포, 남원 등 제주 전역을 돌며 환경정화의 손길을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견제하여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오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공권력을 비판 또는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제도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4항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결(Near v. Minnesota. 283 U.S.697, 1931)에 따라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사생활, 지적재산권, 음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는 그의 저서 '맨큐의 경제학'에서 마이클 조던의 예를 들어 비교우위 이론을 설명한다. 마이클 조던이 잔디를 잘 깎을 수 있더라도, 그는 농구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과 사회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잔디 깎기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조던은 농구에 전념함으로써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논리는 육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이를 잘 돌보는 부모가 요리나 자동차 수리 등 다른 분야에서도 능숙하다면, 아이 돌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사회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가계 소득을 늘리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30원인 상황에서 가구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간당 최소 1100원의 부담만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가정과 사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이다. 하지만 자녀를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부모에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제주지역 영유아 육아조력자 돌봄조력자 현황과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도내 육아조력자의 90%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강한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