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은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도 매우 유용한 날씨 현상이다. ‘눈 오는 날에는 거지도 빨래를 한다’는 속담처럼 눈 오는 날은 대체로 포근하다. 한겨울을 나는 시민들에게 난방비 걱정을 줄여주기도 하며 단열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같은 부피의 물보다 5배나 많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어 ‘공짜 질소비료’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봄철에는 증발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열을 빼앗아 온도를 떨어뜨려 땅 밑 해충들을 죽이는 구충 작용을 한다. 또한 산에 쌓여 있던 눈은 봄이 되어 녹아내리면서 산하(山河)를 정화시키는 것은 물론 가뭄 걱정도 덜어준다. 세계 장수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산 위에 쌓인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눈 녹은 물에 다량의 미네랄과 산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눈은 입자가 크고 부착성이 높아 공기 중에 있는 오염물질을 흡착해 내린다. 그래서 눈이 온 다음에는 공기가 깨끗하고 맑다. 눈에 관한 비유나 상징도 긍정적이다. 꿈에서 바람에 날리는 눈은 예기치 않은 행운을 나타내며, 눈 덮인 차가운 날씨는 행운과 성공을 뜻한다고 한다. 겨울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대지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에도 살아 숨쉰다. 그 파르르한 떨림의 숨소리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지만 말이다. 대지가 그러하듯 사람도 엄청난 추위 속에서 살아 존재한다.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서는 영하66℃ 까지 떨어지는 추위에도 사람이 살아간다. 그러나 살아 갈 수는 있겠지만 추위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유엔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고 한다. 평균기온 0℃ 지역에 사는 사람의 평균수명이 51.3세로, 21℃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59세에 비해 7.3년 정도 짧다는 것이다. 통계에 포함된 나라는 주로 저개발국가였다. 이것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으로 환산하면 57세 정도가 된다. 작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75세였으니 우리가 그들에 비해 18년 정도 더 사는 셈이다. 그만큼 난방이나 영양 공급, 의료 체계가 발달해 있다는 뜻이다. 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추위에 따라 사람들의 수명이 짧아지는 이유는 추위 자극에 더 많은 신경 전달 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똑같은 힘을 발휘하더라도 추울 때는 상온에 비해 더 많은 근육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아져서 수명이
몇 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현란한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을 겸비한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서 벅찬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사라 장의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는데, 몇 십 억원 한 대.”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의 말을 무심히 들으면서 진짜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이 무엇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라면 정말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일가가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어느 나라가 몇 대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나라의 국력을 매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명기로 알려져 있다. 이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날씨 덕분이다.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하기로 이탈리아의 산 위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성장을 거의 하지 못했다. 몇 백 년 동안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에 살아남은 나무들의 밀도는 엄청나게 높았다. 이 나무로 만들어진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
날씨의 중요성은 오늘날은 물론 고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거의 일방적으로 날씨에 지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과 한발, 뇌우와 강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대인들에게 날씨는 곧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고대인들이 자신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에 절대적인 신의 권위와 권능을 부여하여 날씨의 신을 만들어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대인들이 날씨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날씨와 절대적 존재인 신을 얼마나 동일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신화들이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먼저 우리의 단군신화를 간단히 살펴보자.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환웅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열고,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했다.” 이처럼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데리고 내려온 풍백, 우사, 운사는 날씨와 관련된 신들이다. 풍백은 바람의 신, 우사는 비의 신, 운사는 구름의
고향 가을 초가지붕과 마당의 멍석 가득히 가을 햇살을 부여잡고 빨간 고추가 태양초로 말라가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도 마음만은 부자인 계절이 가을이다. 사계절 중 가을의 계절적 이미지가 가장 긍정적이고 풍성하다. 독일의 막스 프랑크 인구연구소가 최근 ‘가을에 태어난 사람이 장수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가을에 태어난 사람이 봄에 태어난 사람보다 오래 살고, 중년이후 만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스크리아, 덴마크, 호주 등 총 100만 명의 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태어난 달이 수명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냈다고 한다. 연구결과를 보면 오스트리아에서 가을(10~12월)에 태어난 아기들은 봄(4~6월)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평균수명이 7개월이 길었으며 덴마크에서도 가을 출생자가 봄 출생자보다 평균수명이 4개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도 유럽의 봄에 해당되는 가을에 태어난 아기들이 봄 출생자보다 평균수명이 4개월 길었다. 이 연구소의 도블하머 박사는 “아기가 태어난 계절이 수명과 관계가 있는 것은 임신 마지막 단계가 어떤 계절인지에 따라 임산부가 먹는 음식과 신생아의 감염 위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rdq
라틴아메리카는 오랜 세월동안 서구의 침략과 지배를 당했다. 그러다보니 아메리카 민중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투쟁해온 수많은 혁명가가 나왔다. 쿠바의 ‘호세 마르티’, 페루의 ‘호세 카르로스 마리아테기’,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 등이다. 그들은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희망이었고 꿈이었으며 위대한 영웅이었다. 멕시코 또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의 압정에 시달리다 독립했지만 스페인 지배자 못지않게 멕시코의 독재자들은 민중을 수탈했다. 그러기에 멕시코인들에게 자유를 위해 투쟁을 벌였던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영웅이었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일으킨 ‘미겔 이달고’도 영웅으로 대접 받았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호소하는 그의 연설은 민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달고가 이끄는 혁명군은 스페인 왕정 군대를 무너뜨리고 멕시코시티를 점령하는 전과를 거두지만 결국은 진압 당하게 된다. 약 1년 동안 계속된 독립전쟁은 실패했지만 이 사건은 멕시코 민중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떻게 30명밖에 안 되는 혁명군이 순식간에 1
▲ 인공위성을 통해 발견된 우바르 유적과 악숨 유적. 기원전 수천 년경 오늘날 오만(Oman)이 위치한 지역에 ‘우바르(Wubar)’라 불리는 고대 도시가 있었다. 우바르는 <아라비안나이트>와 <코란>에도 나오는 환상의 도시로 유향 교역으로 번성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우바르는 ‘신에게 멸망당한 도시’로 전해져 내려온다. 주민들의 사치와 타락 때문에 신이 이곳을 파괴하고 모래로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훗날 우주탐사로 우바르 유적이 발굴된 다음 왜 사람들이 우바르를 저주받은 도시라 부르게 됐는지 밝혀졌다. 도시 밑에 있던 석회암 동굴이 무너지면서 지반 침하로 인해 순식간에 땅이 꺼지고 도시가 모래 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유향(乳香) 수출로 번영을 누리던 도시가 하루 아침에 모래 속으로 사라져버린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겐 분노한 신의 천벌을 받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바르는 언제쯤 땅 밑으로 가라앉았을까? 지금으로부터 5500년 전에 아라비아 반도는 물기가 많은 대초원이었다. 현재의 아라비아 사막도 예전에는 녹음이 우거진 곳이었다. 산은 아름다운 나무로 뒤덮였으며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세기 중엽, 프랑스는 유럽의 문화 중심지였다. 그러나 경제 구조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세 소빙기에 접어들면서 기후 악화로 인해 농사를 망치는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난 18세기에도 프랑스는 기후가 조금만 나빠도 식량 부족에 허덕였다. 급격한 기후 변동이 나타난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수백만 농민들은 흉년이 겹치면서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근근이 목숨을 연명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국가적인 어려움에 처한 프랑스를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이 당시 유럽은 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지배하고 있었다. 1764∼1777년에는 전 유럽에서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이 당시 1775년 프랑스의 기상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측할 수 없는 한파나 폭설, 홍수 등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날씨의 변동이 최고에 달했던 1770년에는 겨울이 길었고, 특히 눈이 많이 내렸다. 여름 역시 알프스 산맥 상부 초지 위의 눈을 녹이기에는 너무 짧고 서늘했다. 이런 이유로 알프스의 빙하가 발달하면서 저지대로 밀고 내려왔고, 이로 인하여 식량 생산은 감소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 프랑스 종군기자 캐더린 르로이의 1967년 안개와 케산전투 미해병 사진. 베트남 전쟁에서 안개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줬던 전투가 바로 ‘케산 전투’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 대장 크레이턴 에이브럼스는 “역사상 그 어떤 전투에서도 베트남의 케산에서처럼 날씨가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그만큼 이 전투에서 안개와 낮은 구름으로 인해 큰 곤욕을 치러야했다. 베트남 전쟁에 미국 해병대까지 투입됐는데 강력한 전투력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교착(交着)되어 있는 전황(戰況)을 단숨에 역전시켜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병대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변화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 다낭 기지의 방어를 위해 파견된 해병대는 적의 로켓포 사정거리 안에서는 방어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다낭 기지에서 60㎞ 지점까지 전진했다. 미 해병대는 이윽고 국도 9호선을 따라 라오스 국경 근처까지 이동해 ‘케산’ 기지를 만들었다. 이곳은 북베트남에서 남베트남으로의 침투, 적 병참선 차단 및 미군의 초계활동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됐다. 남베트남으로
태풍에 관한 날씨 속담은 그렇게 많지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까치가 낮은 곳에 집을 지으면 태풍’이라고 할 수 있다. “까치가 높은 곳에 집을 짓는걸 보니 올해는 큰바람이 없겠네” 동네 어귀 포플라 나무 꼭대기에 까치가 집을 짓는 것을 본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몇 년 전에 온통 까치들이 집을 낮은 곳에 지었거든, 그랬더니 그 해 태풍이 몇 번인가 들이닥치는지 온통 곡식이 결단 나 버렸어. 까치가 영물이긴 영물이여”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중국에서 전해지는 ‘본초강목’에도 ‘까치는 내년 바람을 미리 예측하여 집을 만드는데 바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할 때는 반드시 낮은 곳에 집을 짓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까치가 어떻게 그 해의 바람을 예측할 수 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 관찰에 의해 까치가 낮은 데 집을 지으면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까치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한겨울부터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다른 새들이 일주일 정도 걸려 집을 짓는데 반해 까치는 한달 이상
단기적인 날씨변화는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고, 날씨가 오랜 세월동안 축적되어 형성된 기후는 지역 사람들의 기질에 영향을 준다. 생물 기상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세계 여러 지역을 선정하여 각 지역의 기후변화와 동식물 분포 특성을 조사하고, 동시에 해당 지역의 문명들이 어떤 특색을 가지는지를 연구해왔다. 그 결과 기후변화 과정과 수많은 동식물의 진화 발달 과정이 일치한다는 것, 그리고 이는 해당 지역 사람들의 기질과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단히 말하면 기후변화가 동식물의 분포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비췻빛 바다, 아름다운 산호, 섬을 가득 채운 과일나무들.” 어릴 때 보았던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배가 고프면 가까이에 있는 바나나나무에서 바나나를 따먹고 바다에 나가 먹을 만큼의 바닷물고기를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전부다. 조급함이나 다툼, 미움도 없는 그곳은 천국이
도시가 마치 사우나처럼 된다면.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가 엄청난 열을 흡수하면서 건물들을 야간에도 실내 온도가 40℃에 달하는 불화로로 만든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기상학적 용어로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현상이라 한다. 도시기후의 전형적인 현상인 도시열섬 현상은 1818년 영국 아마추어 기상학자인 루크 하워드(Luke Hpward)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도시기후의 특징은 구름의 양과 강수일수가 늘어나고 강수량과 안개일수도 많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기상학자들에 의하면 100만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는 역전층이 형성된 저고도가 지표면보다 5℃ 이상 높다고 한다. 또한 도시에서 발산하는 열과 자동차,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스모그 수준을 악화시킨다. 또 도시 콘크리트 정글 위에 열이 축적되면서 데워진 공기가 도심 위로 상승한 뒤 퍼져 나가 도시 위에 저기압을 형성해 이상적인 폭우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부산·대구 등에서 도시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 때문에 만들어진 신조어 ‘빌딩 신드롬’이란 단어도 있다. 대도시에는 공룡 같은